여우마당의 마당극 ‘권번 꽃다이’

‘권번’은 수많은 예인들을 양성시킨 조선 후기를 잇는 근대 기생조합이다. 이 권번을 소재로 창작된 <券番 꽃다이>는 권번의 조합원이었던 예기들의 이야기이다. 네명의 권번 동기들이 예인이자 여인으로 그리고 어머니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이야기가 광산구문화예술회관에서 3월 31일과 4월 1일 양일간 펼쳐질 예정이다.

그동안 마당판에서 20여년 동안 다양한 역할과 선이 굵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어필을 해왔던 김호준, 지정남, 김현경, 김혜선, 김은숙 배우들이 연출가 박강의씨와 의기투합해 프로젝트팀 ‘마당여우’를 꾸리고 이번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작품을 위한 몸만들기에 들어갔고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대본 수정과 보완을 끝내고 2017년 새해 들어 본격적인 작품연습에 돌입했다. 윤진철 명창이 예술감독으로 나서 주었고 소리꾼 서희선씨도 소리와 연기로 함께 하며 공연단은 완벽하게 꾸렸다.

연습비는 갹출을 해서 만들었지만 제작비 마련은 요원하기만 했다. 고심 끝에 시민들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공연을 하기로 하고 제작비 마련을 위한 <꽃다이 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배우들의 활동을 눈 여겨 봤던 지인들은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동참의지를 밝혀오고 있다. 저마다의 쌈지돈을 털어 후원금을 보내주는가 하면 시민들이 직접 제작비 후원을 위한 펀딩을 조성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광산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을 후원하기로 했고 ‘광주국악방송’에서는 홍보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총체예술인 연극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연기자들의 연기 외에도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 음악, 안무, 의상, 무대, 음향, 조명, 분장, 대소도구, 그리고 진행 스태프 까지 여러 전문가의 도움과 물량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각양각처에서 도움의 손길이 미치고 있지만 아직 제작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의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이라는 극악한 현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한 시대를 마주보며 창작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마당여우’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무사히 ‘券番 꽃다이’의 막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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