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지킴이들의 낙산구간 모니터링 모습

조선 시대 성곽인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지난 5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한양도성 관리단체인 서울시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시장 공관까지 이전하는 등 요란스런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준비 부족으로 신청서를 철회했다.

등재를 주관한 문화재청은 21일 “오는 7월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제4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해오던 한양도성의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세계유산위원회 최종 심사에 앞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전문가 패널 심사에서 등재 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불가 판정이 예상돼 미리 신청서를 자진 취소했다는 의미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 번 등재 불가가 결정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한양도성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동안 이코모스가 심사를 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이코모스 소속 전문가들이 방한해 실사를 벌였다.

문화재청 측은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은 충족됐으나 다른 도시 성벽과의 비교연구에서 한양도성만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충족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이번엔 일단 신청을 철회하고 향후 더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 등재 가능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는 추세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관광수입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심사 건수가 지난 위원회에 비해 10건 줄었고, 국가별 신청 건수도 연간 2건에서 1건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아무리 심사 기준이 강화됐다 하더라도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준비가 부족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2년 한양도성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관리 전담부서인 한양도성도감을 출범시키고, 2013년에는 종로구 혜화동에 있던 시장 공관을 한양도성 안내센터로 탈바꿈하는 ‘특급 조치’를 취했으나 허사였다. 문화재청도 2015년 한양도성 세계유산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며 세계유산팀이 본격적으로 등재 신청에 가세했지만 강화된 심사 기준에 맞는 자료 준비에 소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국내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건수는 지금까지 총 44건. 석굴암·불국사 등 세계유산이 12건,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유산이 13건, 종묘제례 등 무형유산이 19건이다. 지난해 12월 제주해녀문화가 세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게 가장 최근 사례다.

오덕만 서울 주재기자  weedu-duck@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