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고기는 별을 주워 먹지만

별은 고기 뱃속에 있지 않고

먼 하늘에 떠 있다

-별과 고기 중에서-

한 세기를 여행하며 8천여 편의 시를 남기고 ‘하늘친구’에게 돌아간 황금찬 시인. 그는 1918년

황금찬 시인(1918-2017)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교편을 잡았다. 1948년 월간 ‘새사람’에 시를 발표하고 1951년에는 강릉지역 동인지 ‘청포도’를 결성했다. 1953년에는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평생토록 시와 수필을 사랑하며 39권의 시집을 남겼다. ‘동해안의 시인’, ‘다작의 시인’ 등으로 불렸던 황금찬 시인은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했다.

한국 최고령의 시인으로 생의 기력이 쇠잔해진 후에도 틈틈이 작품을 써 40번째 시집은 유고시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을 꽃이 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흙이 씨앗을 틔우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시인의 숙명은 시를 토해내야 하는데, 황금찬 시인은 참으로 생의 명령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백년을 산다는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황금찬 시인의 영결식은 한국문학인장으로 지난 4월 1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거행됐다. 검은 뿔테안경과 베레모를 쓰고 환히 웃던 모습은 격동의 시대를 건너 온 성자의 모습처럼,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사람들에 꿈과 희망을 나눴다.

늘 사물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습성과 생활의 예지를 즐기던 시인에게 있어 시는 언어가 순화된 아름다운 말로 ‘하늘 친구’라 했으니, 이제 하늘나라에서 옛친구들을 만나 마음껏 회포를 풀 수 있으려나.

황금찬 시인은 월탄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백세를 기념하는 백수연에서 제자들로부터 2018편의 필사 시집을 선물받기도 했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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