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빛고을광주문학관에 바치는 벽돌

2013년 무렵부터 ‘빛고을광주문학관에 바침’으로 벽돌을 모았다. 약 3년에 걸쳐 1천여 장의 벽돌이 모아졌다. 벽돌 한 장의 값은 1천원이었다. 뜻을 함께 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버스비를 아끼고, 아이스크림 한번을 참아가며 벽돌 모으기에 동참했다. 모두 자신의 소속과 소원의 말을 벽돌에 남겼다.

전국적으로 160여 개소에 산재한 문학관, 광주광역시는 이렇다 할 문학관이 없다. 사설문학관으로 광주고등학교 문학관, 송정공원역의 지하철문학관이 전부다. 무등산 시인으로 친숙했던 범대순 문학관도 아파트 재개발로 인하여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를 쓰고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 앞에서 문학을 논한다는 것은 죄책감이 든다. 벽돌모으기에 동참했던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벌써 5학년이 됐다. 그때 그 벽돌은 어찌 됐냐고 묻는다. 양과동 텃밭에 잘 있다고 하자, 그곳은 벌레들의 집이라며 울먹인다.

2017년 양과동 텃밭에 버려진 벽돌

광주문학관이 착공하면 한 장이라도 사용될까하고 모았던 붉은 벽돌. 어디에도 쌓아 둘 곳이 없어 양과동 텃밭 뚝에 쌓아놓았다. 아무리 강한 물건이라도 오뉴월 땡볕을 견딜까. 한해 두해 세월이 가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벽돌은 산화됐다. 선명하던 글씨는 퇴색되고 잡초더미는 벽돌을 덮은 무덤처럼 봉분을 만들고야 말았다. 그곳에 벌레들이 집을 짓고 울었다. 빛고을광주문학관에 바치는 벽돌의 끝은 허망했다.

10여 년 전부터 광주문학관은 애드벌룬처럼 떠올랐다가 풍선에 든 바람이 빠지듯 형태를 잃곤 했다. 벽돌을 싸놓은 자리에 풀을 뽑으러 갔다가 몇 번이나 넋을 놓았다. 그러나 희망은 놓지 않았다.

광주의 문학인, 문학단체들은 모두 문학관을 원한다. 광주시도 문학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 상황을 보면 따로국밥이다. 문학단체는 광주시의 행정적인 뒷받침을 먼저 원한다. 광주시는 문학인들의 한목소리, 한뜻을 바라고 있다. 서로 떠넘기기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광주문학관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거국적인 종합문학관으로 광주권의 문학을 집대성하자는 의견이다. 두 번째는 개별문학관으로 의미가 있는 곳에 문학관을 세워 집약해 가자는 의견이다. 전국적으로 문학관의 운영사례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사업이다. 따라서 총체적인 문학관과 개별 문학관의 장단점은 비교할 수가 없다. 필요와 충족이 문학관의 존재이유다.

현재 광주에서 문학관으로 거론되는 곳은 남구 양림동 지역으로 김현승문학관이 대두되고 있다. 광산구도 박용철 생가를 위주로 용아문학관이 절실한 상태다.

광주문학관 과연 필요하냐. 시민들의 문화향수를 충족할 수 있느냐.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자답을 해본다. 필요하다, 필요하다하면서 말로는 문학관을 서너 채 지었다. 매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다.

고정희 시인의 친필

이젠 시민의 손으로 광주시민문학관의 초석을 만들어 보자. 문학관을 위한 시민모임을 만들고 문학관 건립을 위한 시민펀드를 구성하자. 처음부터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광주문학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학관은 하드웨어보다 이 땅에서 활동한 문학인들의 자료가 절실하다. 기성의 자료를 포함하여 시민들이 간직한 문학 자료를 수집하면 보다 아름다운 문학관으로 동참과 사랑받을 수 있다.

문학관 건립을 위해 정성을 보였던 ‘빛고을광주문학관에 바침’의 벽돌도 문학관 한편에 기념탑을 만들고 포토존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고사리 손이 들고 온 붉은 벽돌, 비록 그 색깔은 퇴색해도 진심은 남아있다.

1979년 고정희 시인의 자필노트에서 발견한 “혼의 고움과 정결을 위해서”라는 문구처럼 광주시민문학관이 건립되길 바란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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