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至難)했던 겨울이 가고 고난(苦難)한 봄이 간다. 산천초목이 신록으로 물들면 사람들의 마음에도 훈풍이 일어난다. 자연스레 시심(詩心)이 따라온다. 공원을 산책하다 한편의 시가 있는 엽서를 만나면 어떨까.

나눔시앗을 매달아요. 나주 빛가람호수공원

지난 7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호수공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개최됐다. 나눔예술인협회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준비한 ‘나눔시앗운동’ 발대식이다. 나눔시앗은 4만여점의 시화엽서가 제작되어 빛가람호수공원 산책길을 비롯한 광주 운천저수지 산책길에 게첩된다.

나눔시앗운동은 2015년 가을부터 나눔예술인협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학나눔운동이다. 국내 유일의 다문화문예지 ‘나눔문학’에 게재된 시를 중심으로 지역문인들의 작품을 엽서시화로 디자인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눔시앗은 시(詩)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공감을 확산하기 위해 엽서에 그린 시화(詩畵)를 포장하여 산책길에 거는 운동이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고, 필요시에는 책갈피나 엽서로 쓰이기도 한다.

이날 행사는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문인협회, 나눔문학, (사)한국반달문화원 광주지회, 문학인협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식전행사로 팬플릇과 시낭송 무대 등이 어우러진 작은 문학축제가 됐다. 또한 나주권을 담당하는 나눔농부로는 김홍식 시인(전 나주문협회장)과 김승환 시인(나주문협회장)이 나눔농부증을 받았다.

나주시와 빛가람혁신도시의 나눔농부

나눔시앗으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서호준(나눔문학) 대표는 “농부가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언제 어디서나 나눔엽서를 나누고 다정한 사람들에게 엽서 한 장을 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빠름을 추구하는 세태에서 문학의 자리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그 속에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어려운 일상을 견디는 힘이 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매개체다. 생활주변의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눔시앗 시화엽서를 통하여 한번쯤 ‘멈춰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문학의 향수를 접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나눔시앗은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의 그림과 시, 지역 작가 31명의 작품이 시화엽서로 제작됐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호수공원을 시작으로 광주 서호(운천저수지), 풍암저수지,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등에서도 나눔시앗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동문화 100호. 2017년 5-6월>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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