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의 섬인 갈라파고스의 정식명칭은 콜론 제도(Archipiélago de Colón)이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곳이다.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 이라 불리는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입국하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갈라파고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존을 위한 노력

갈라파고스 제도는 수온이 낮은 편이라 최고기온이 25℃ 이하이며, 강수량도 적어 야자수가 거의 없고, 적도에 위치해 산호초도 없다. 대신 고유종이 아주 많아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이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분리된 섬이며 해류 세 개가 만나는 곳,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는 지진과 화산활동 등 독특한 환경으로 인해 수온과 영양 성분의 차이가 만들어져 생명체의 독자적 진화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되었으나 급속한 관광화로 인해 2007년에는 위기유산에 올랐다. 그 후 정부의 노력으로 3년 만에 위기유산 목록에서 다시 삭제되고 현재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이런 멸종위기, 희귀종이 많은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간단한 절차와 세금이 필요하다. 에콰도르 입국은 무비자로 쉽게 통과가 가능하나 갈라파고스로 넘어가려면 $20 짜리 여행자카드를 사고, 도착 후 세금 $100가 더 필요하며, 섬을 옮겨 갈 때 마다 입도비($5~$10)를 따로 내야한다. 또한 모래나 식물을 채취한다거나 돌의 위치를 옮겨서도 안 되는 등 여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많은 규정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거나 사람의 채취로 인해 무리에서 버림받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년은 넘은 큰 거북이들

섬의 주인, 사람을 피하지 않는 동물들

처음 섬에 도착하자마자 마을에는 인도 차도 구분 없이 바다사자들이 널려있었다. 사람이 가까이 간다고 해서 피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은 서너 개가 있지만 하루에 한 개정도밖에 쓰이지 않는다. 나머지 선착장은 바다사자들이 모여 낮잠을 자는 장소가 된다. 길에 있는 벤치에도 늘 바다사자 차지다.

특히 산크리스토발 섬에는 현지인보다 바다사자가 많은 게 확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았겠지. 지역 주민들의 의식과 노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이곳은 바다사자의 천적이 없는 섬, 갈라파고스는 그들의 지상낙원이 되었다.

맨발로 보드를 들고가는 서퍼들

육지에서 바다사자들은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 하지만, 바다 속에선 재롱을 부리며 사람들을 건드린다. 사람이 동물을 직접 만지는 것은 불법이지만 바다사자가 나를 건든다면  즐기는 수밖에.. 심지어 물속에서 펭귄은 사람들 옆을 배회하며 쪼아대기까지 한다.

적도에 있는 갈라파고스는 날씨 덕에 다양한 일일투어와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즐기는 서핑, 카약 등을 배울 수 있고, 요트를 타고 무인도를 돌며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다이빙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쉽지 않다. 스노클링만으로 열대어부터 망치상어까지 수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일투어 프로그램을 참여하지 않더라도 맹그로브가 있는 습지나, 해수담수가 만나는 라스 그리에따스(Las Grietas) 등 흔치않은 공간을 온몸으로 느껴보길 추천한다.

갈라파고스의 생소한 자연과 스스로 진화한 동물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산타크루즈에 있는 찰스다윈연구센터에 방문해 보자. 센터는 세계 각지에서 온 과학자, 연구원, 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갈라파고스의 보존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 라스 그리에따스 (Las Grietas)

배낭여행자의 사치라 불리는 꿈의 섬

남미 내륙지역에 비해 갈라파고스는 영어가 제법 잘 통하고 물가는 비싼 편이다.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 품목도 있다. 한국에선 고급 요리인 로브스터(바닷가재)를 여기서는 부담 없이 매일 밤 먹을 수 있다. 주도(主島)인 산타크루즈 섬에서는 해가 지면 여행자들이 키오스크(Kiosk)거리 에 모이는데 이곳은 야시장 같은 분위기로 해산물을 파는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외부 테이블은 거의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 다른 여행자들과 만남의 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로브스터와 함께 커다란 생선인 부르호(Brujo)구이와 세비체(Cebiche) 역시 유명하다.

그것도 비싸 직접 요리 해 먹고 싶다면 아침과 점심 두 차례 열리는 어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꼭 뭔가를 사지 않더라도 시장풍경은 언제나 활기차고 재미있으니까. 참치를 다듬는 상인 옆에는 항상 펠리컨 무리와 바다사자 한두마리가 맴도는데, 그들은 떨어지는 살점을 기대하며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참치는 1Kg 에 $2 라는 다소 충격적인 가격에 거래 된다. 단, 회를 떠서 먹고 싶다면 피 빼는 과정을 거쳐야 비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노을이 질 즈음엔 해안가에 위치한 수많은 Bar에서 Happy Hour를 적용해 저렴하게 칵테일을 즐기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본섬인 산타크루즈 섬이 이런 휴양 분위기라면 이사벨라나 산크리스토발 같은 다른 섬들은 조금 더 잔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관광객들도 그들을 위한 가게도 많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여유롭게 아름다운 섬을 돌아볼 수 있다.

펭귄과 함께하는 스노클링

고립된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 갈라파고스! 이곳을 여행하고 나면 자연을 보존하고 공존해야 할 이유를 온몸으로 알게 될 것이다.

<대동문화 100호. 2017년 5-6월>

김은희 여행작가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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