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하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웃음을 보였다.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5월 18일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1만 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애국가는 4절까지 제창됐다.

국민의례에 이어 김후식(5‧18광주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광주518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소상한 경과보고를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의 역사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광주 정신을 살리는 일이다”고 했다. 이어 “광주는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고, 독재의 어둠속에서 광주의 불빛과 진실은 민주주의의 거름이 됐다. 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하고 꽃피우는 일에 앞장 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5‧18기념식에는 37년 전의 사건이 영상과 편지가 되어 돌아왔다. 5‧18 민주화운동 유족인 김소형(37) 씨는 당시 29살이었던 아버지를 잃었다. 그녀의 편지에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텐데”라며 흐느낌을 참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소형 씨를 안아주는 아빠같은 인간미를 보였다.

행사의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약속을 지켰다.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른 시민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퍼졌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온화한 날씨 속에 평화를 만끽하게 했다. 한편 1만 여명이 참여한 속에 태부족한 셔틀버스의 운행과 안내 서비스 등의 미흡으로 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5.18민주묘지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 5‧18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5‧18 묘역에 서니 감회가 매우 깊습니다.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80년 5월의 광주 시민들을 떠올립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으며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5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습니다.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5월 광주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각별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18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진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왜곡되고 탄압받았습니다. 그러나 서슬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광주 진실 알리는 일이 민주화운동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5‧18때 구속된 적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마침내 5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 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 (박수)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 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함성, 박수)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박수)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5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박수)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새 정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함성, 박수)

헬기 사격까지 포함하며 발포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함성, 박수)

5‧18 관련 자료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습니다. 전남도청 복원 문제는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습니다. (박수)

완전한 진상 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꿔야 할 민주주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함성, 박수)

광주정신을 전적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체계를 열겠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박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그동안 상처 받은 광주 정신을 다시 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 박수)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길 희망합니다. (박수)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 엄마에게 보낸 말이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박수)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 (박수)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재 가치라고 믿습니다. 저는 오늘 5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 (박수)

1982년 광주 교도소에서 광주 진상 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29세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25세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 학살 진상 규명을 외치며 명당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24세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25세 숭실대생 박래전.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내던졌습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촉구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방관할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 해직되고 투옥 당했습니다. 저는 오월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박수, 함성)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광주 시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광주 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 가족들을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주십시오. (박수, 함성)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5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희생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의 역사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 정신은 그대로 촛불 정신으로 부활했습니다. 촛불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 시대를 열었습니다. (박수)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서 천명합니다. (박수)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 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삼가 5‧18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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