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지난 7월 23일 방송된 SBS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서 한 말 중에 필자에게 기징 다가온 말은 ‘두 가지 지표’에 것이었다. 그가 깊게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두 가지 현재 지표는 자살률과 출산율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꼴등이다. 생활 지표 중에서 나쁜 쪽으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생활이 팍팍해서 살기가 싫고, 또 그런 생활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아이를 잘 낳지 않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

자살 최고, 출산 최저의 국가 대한민국

안철수 원장은 ‘자살률은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고 출산율은 미래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미래의 지표’라며 ‘어떤 방법과 방향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불안지수’를 대변하는 자살률·출산율에다 ‘성범죄’를 끼워 넣고 싶다. 우리나라 여성은 애나 어른이나 성범죄에 늘 노출되어 있다. 7월에도 끔찍하고 참혹한 성범죄가 잇달았다.

제주도 올레길 관광에 나선 40세 여성이 성폭력 제보 전화를 하려다가 살해됐고, 경남 통영에서는 10세 여자 어린이가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이웃집 아저씨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다.

지난해 영화 ‘도가니’ 열풍이 불자 아동 성범죄를 차단하겠다고 모두가 나서는 바람에 그 시스템이 잘 가동되는 줄 알았더니 여전히 겉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사건에서 여성을 살해한 이들은 모두 특수강도죄로 징역형을 산 적이 있고, 예전에 노인 성폭행으로 실형을 산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과자·우범자에 대한 관리·감시, 성범죄자 신상 공개제 등이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건이 나자 딸아이 가진 부모들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성범죄자 알림e’의 공개 사이트를 방문해 집 주위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느라 접속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성범죄자 알림e’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성범죄 열람 대상자는 2,054명이다.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소 공개 인원수 중에 광주는 82명, 전남은 130명으로 되어 있다. 실제 거주지 주소 공개자 수는 광주 84명, 전남 122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알려진 숫자보다 훨씬 많은 성범죄가가 우리 주변에 있다.

언제나 임시 땜빵식 대책만 있다

뒤늦게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가 관심을 갖고 비상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 시·도 관련 담당자들이 철저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회의를 갖는다고 한다. 늘 이런 식의 대책 논의가 있어왔다.

우리는 2008년에도 온 나라가 뒤집어질 듯 성폭력과의 전쟁을 벌였다. 당시 등교하던 8살 나영이(가명)가 조두순(57)에게 성폭행을 당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상을 입었고, 이듬해 6월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김수철(45)이 8살의 어린이를 대낮에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나자 국민적 관심이 대두됐고, 온갖 차원의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런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0년 2월엔 김길태(34)가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의 한 주택에서 혼자 있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국민들은 경악하면서 또 어린이 대상 성폭력 방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평균 3명의 어린이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전혀 실효성이 없는 대책들을 내놓았다는 방증이다.

솜방망이로 성범죄자 막을 수 없다

우선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기 짝이 없다. 조두순의 경우 검찰의 1심 구형은 무기징역이었으나 최종 형량은 징역 12년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 사건의 1심 판결 200여 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43%나 차지했다. 이런 관대한 처벌로는 성폭력을 막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나서기 전에 국회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여 법을 개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전자 팔찌와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 이전의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 방안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성범죄자는 전자 팔찌를 채우고 신상을 공개해도 재범할 정도로 재범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골목골목 안전 시스템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성범죄 방어 교육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대선주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대선주자들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이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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