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보성에서 문학의 향기를 펼치는 김용국 시인을 만났다. 가벼운 악수였지만 수많은 접점이 생겼다.

김용국 시인

김용국 시인은 1952년 보성읍에서 태어났다. 육현사가 있었던 망제산 기슭 마을에서 30여 가구가 오순도순 살았다. 인자한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는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가문의 이야기와 전래동화를 들려주셨다. 아버지는 가끔 추구(推句)를 읊어주시기도 했다. 개성은 다르지만 우애있는 형제들과의 성장과정도 축복 속에 있었다.

학창시절 1등도 해봤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광주교대 시절에 미술반 활동을 했다. 첫 부임지였던 미력초등학교에서는 유도를 지도하기도 했다. 교직에 있던 아내 김명숙 선생을 만나 결혼하고 딸 광묘를 낳고 평범하게 살았다. 교직 생활 42년 중 32년이 보성이었다. 만남과 관계 속에서 하나씩 디딤돌이 생겨났다. 어느덧 그의 마음밭에는 문학의 씨앗이 하나씩 뿌려졌다.

목련, 봄눈, 친구…

김용국 시인의 시심에 꽃이 핀 것은 1985년이다. 제1회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주최한 교원 백일장에서 ‘길’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썼다.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차하상을 받았다. 길은 오솔길도 있고 신작로, 고속도로 등이 있는데, 길은 가꾸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가치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1993년에 월간 농민문학 신인상으로 등단을 하게 된다. 조영희 시인이 추천했다. 6월호에 세 편의 시 ‘목련’, ‘봄눈’, ‘친구’가 실렸다. 목련을 통해 고진감래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고, 봄눈을 통해서는 절망 중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농촌의 모습을 썼다. 친구라는 시에서는 하늘과 땅, 나무의 어울림과 호연지기를 노래했다. 시 창작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기뻤다.

김시인은 나만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세상에서 사람들과 환희를 나누고 싶었다. 달팽이처럼 느린 걸음일지라도 촉수를 우주로 뻗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개인 시집보다 동행의 문집이 많다. 개인 문집은 2015년에 차시 117편과 에세이 25편을 묶은 ‘차 숲에서 지화자’가 첫 작품집이다. 표지의 해 돋는 차밭 사진은 김현호 작가가, 발문은 이창수 시인이 썼다. 그의 작품집은 차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담았다. 결국 보성에 헌사하는 동행의 시집이 됐다.

대표작 ‘차 한 잔’, ‘아자 보성’, ‘차 한 톨 아는 시간’을 보면 그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차 한 잔’은 다도교육을 하는 여러 유치원과 초등학교 행사를 할 때 낭송한다. ‘아자 보성’은 메르스 사태 때 보성군민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쓴 시다. 이 시는 김현호 작가가 UCC를 만들어 올렸는데 금방 조회 수 2천회를 넘어섰다. 군민과 출향 향우들이 좋아했다.

                     차 한 잔

눈에는 연둣빛 풀밭

코에는 은은한 향기

귀에는 쪼로롱 물의 노래

손에는 정다운 찻잔

입에는 새봄 맛 담뿍

마음은 마음은

비 갠 하늘 무지개

아자, 보성! 소리와 녹차의 고장

김용국 시인의 고향 사랑은 시를 쓰는 마음이다. 녹차의 시인, 태양의 시인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거창하지만 김용국 시인은 차시(茶詩)를 쓰고 아침마다 태양을 마신다.

‘보성은 나의 탯자리, 나는 보성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 아기들에게 엄마가 왜 좋냐고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대답하듯이 나는 보성이 그냥 좋고 한국이 좋다. 내 마음의 나침반은 보성을 가리키고 있다.’

이처럼 김 시인은 늘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을 다해 보성과 조국을 노래한다. 그는 차, 우리 소리, 공룡, 선인들을 천착하며 보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1993년 율포해수욕장

아자 보성

쓰러질 만큼 햇볕 화살이 쏠 때

낙타는 오히려 태양을 향한다.

쏟아지는 화살을

화살보다 더 똑똑하게 보는 눈엔

살 희망이 있다.

으짜끄나 당황하면 낭떠러지나,

으짜끄나 궁리하면 길이 보인다.

아자 아자 보성

삼보향 식구들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자.

(하략)

‘차 숲에서 지화자’ 등 출판물

녹차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보성, 김용국 시인은 차와 보성사랑을 중심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눈, 그 속에 작은 빛과 꿈을 담고 있다.

늘 행복은 행복을 부르는 법, 김용국 시인의 보성사랑에는 동행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가 일생에서 운명처럼 선택한 세 가지는 고향과 자신의 일과 평생의 동반자들이다. 그 중심에는 ‘차와 소리’가 물처럼 흐르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보성문학회는 1990년 결성됐다. 문학회의 총무가 되어 양동기 회장과 함께 보성문학 기반을 다졌다. 1993년에는 율포해수욕장에서 해변시 낭송회, 지상백일장 등을 치루기도 했다. 1995년부터는 군내 문학기행을 펼쳐 김구 선생 은거지, 안규홍(담살이) 의병장 산소 등 지역의 유적지를 돌았다. 2008년부터 보성다향제와 함께 ‘차시전’을 개최했다. 낙죽장 김기찬 관장과 전국 작가들의 참여로 확대됐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보성문학회가 한국문인협회가 선정한 우수지부로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그렇게 보성문학은 통권 제27호를 발간했다. 돌이켜보면 부족함도 많았지만 묵묵히 걸어온 길에 동틀녘 햇살이 비췄다.

2016년 보성문학 출판기념회에서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

김용국 시인의 활동 중에 2015년 설립된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가 있다. 이는 교직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1대 교장이 되어 2년간 활동했다. 보성을 위한 일이라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광주 소태역에서 문인들을 수송하며 이끌어 온 행복학교, 손택수 시인, 유홍준 교수 등을 모셔 시론을 배우고 김은수 교수를 모셔 논어를 배웠다. 그리고 보성에 손광은, 문정희, 정찬주 작가의 시비를 세우는데도 참여했다. 고향의 문학발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현재 전남문협의 수석부회장, 광주전남 시인협회 이사, 광주전남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맡아 활동한다. 서향숙 교수의 옥전아동문학교실에서 동화 공부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남초등국어과연구회에 30여 년간 참여하여 효율적인 음독지도, 바르게 글씨 쓰기 등 장학자료발간과 연구에도 협조했다. 보성교육청의 다도교육, 서편제 소리, 보성 공룡교육 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용국 시인은 2005년에 모범공무원상, 2014년에 황조근정훈장, 2016년에 전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 한정하 명창에게 ‘사철가’를 배우고 있다. 차와 더불어 판소리의 성지 보성이 아닌가. 우리 소리는 문학과 예술에 많은 영감을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적절한 장소에서 우리 소리 한 대목을 구성지게 뽑아보고 싶은 게 꿈이다. 그는 고향의 푸른 햇살을 마시며 고향과 더불어 동행하고 있다.

<대동문화 102호. 2017년 9월 - 10월>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