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클라인스 블루, 김냇과

빠름을 추구하는 세파에 밀려 느림의 문화는 점점 잊혀지고 퇴색됐다. 도심공동화도 한몫했다. 광주를 일컬어 예향이라 한다. 예술의 고향이란 뜻이다. 실제로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남도문화는 그 뿌리에 해당한다.

최근 오래된 옛 병원 건물을 그대로 리모델링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김냇과’가 화제를 낳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 진한 코발트블루로 옷을 입었다. 우리말로 파랑이다. 김냇과를 기획한 박헌택 대표의 말에 따르면 IKB(인터내셔널 클라인즈 블루)다. 문화공간이란 색깔하나에도 스토리가 필요했다.

변신과 진화, 문화예술의 숨통을 트다

문화는 미래의 먹거리, 박헌택 대표

박 대표의 문화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영무토건의 대표이사로 2007년 수완지구 영무 예다음 1차 아파트 지하에 ‘아트스페이스’ 갤러리를 오픈했다. 건조한 아파트 문화의 새로운 시도였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작가와 주민이 소통하는 수완지구의 아파트 명소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광주 구동에 위치한 영무 예다음 본사 1층에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작가를 비롯하여 전시 아이템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대인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김냇과’도 문화예술 메세나 운동의 일환이다. 박 대표는 젊은 예술가들의 어려운 작업환경을 봐오면서 메세나 운동을 확산하게 된다. 처음 대인예술시장과 인연이 닿았다. 청년그룹 ‘미테-우그로’를 지원하게 된다. 때마침 1965년 개업했다 1996년 문을 닿은 김내과 건물과 연결됐다. 그 이름 그대로,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장소였다면 문화공간으로 꾸며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터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예술이란, 마음이 시키는 대로!

김냇과!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건물은 골조에서 구조까지 예술적인 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박헌택 대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건물을 리모델링을 했다. 지하에는 갤러리 꾸몄다. 전시와 공연, 교류, 교육 등의 공간으로 삼았다. 현재 전시되는 작품은 광주 유일의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과 제휴하여 전시하고 판매까지 이루어진다. 박 대표는 갤러리의 품격과 작가들의 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순환의 구조다. “문화는 미래의 먹거리”, 따라서 작가에게 수익이 발생하면 창조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그 작품이 곧 문화향유로 이어지는 것이다.

복합문화예술공간 김냇과

1층에는 카페를 운영하며 작가들의 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김냇과 카페의 자랑은 파퓨아뉴기니의 원두를 사용한 블루마운틴 커피다. 여기에 마카오와 포루투갈을 중독시킨 마약 에그타르트가 있다. 먹어봐야 맛을 아는 그 맛이다.

김냇과의 색다른 소통공간은 2층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접하기 힘든 문화예술전문서가 비치되어 있다. 해외 작가 교류와 인문학 강의, 지역작가 작품 등이 전시되는 나눔과 공유의 사랑방이다. 3층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호텔이다. 방과 로비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6개의 온돌객실에 침대가 준비되어 있다. 이로써 복합문화공간이 완성됐다. 한곳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며 주변의 문화관광 시설을 돌아보게 된다.

김냇과의 위치는 광주의 심장부와 다름없다. 지금이야 신도심이 개발되어 그 효용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산천이 어디가랴. 김냇과의 주변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예술의 거리, 대인예술시장, 롯데백화점, 광주문화재단, 광주향교, 사직공원, 양림동 등, 모두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인근에는 광주의 대표 맛집들이 즐비하다.

김냇과 미술관, 작품의 전시와 판매까지

병원은 몸을 치료하고 예술은 마음을 치료한다

박헌택 대표가 꾸는 꿈은 조금 더 크다. 민간차원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이 더불어 발전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주변과의 융‧복합이 필요하다. 김냇과와 같은 공간들이 하나 둘 모여 문화예술의 메카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광주라는 예술의 옷을 입고 아시아로 세계로 발돋움하려면 다양한 기업과 독지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결국 문화예술의 향유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참여하여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나가면 그것이 광주 문화예술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일이 아닌가. 그동안의 김내과가 병든 환자를 치료했다면 김냇과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박헌택 대표는 “문화광주의 힘은 시민의 힘이다”며 “문화예술의 상업화는 예술인들의 창작열을 높이고 문화수도 광주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금남로 일대에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거점이 속속 개장하고 있다. 물방울이 모여 강물이 되듯이 거점과 거점이 연결되면서 광주 문화의 물줄기가 형성되는 모습을 본다.

김냇과는 KBS1 텔레비전을 비롯하여 여러 미디어에 소개됐다. 젊은이들의 사진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도 ‘김냇과’ 좋아요의 숫자는 그 인기를 가름하게 한다.

문화예술의 값은 예술가의 몫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가 청년예술과들과 꾸며가는 김냇과. 그 옥상의 루프탑 공간에서도 야경과 푸른 별자리를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수한 발자국이 찍힌 구도심의 거리에서 광주를 비치는 별빛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촉촉하게 한다.

<대동문화 102호. 2017년 9월 - 10월>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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