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뼈를 깎는 산고의 고통이다. 광주의 여류문인 전숙 시인이 제4시집 '꽃잎의 흉터'를 상재했다.

꽃잎은 한 장 한 장 꽃으로 피어나지 / 꽃잎 한 장 아프면 같이 앓고 울어야지 / 보듬어 같이 낫고 얼러서 달래야지 / 흉터는 아픔의 사무친 기억이지... / 죽어도 꽃의 시간은 돌이키지 못하지.

전숙 시인 제4시집 '꽃잎의 흉터'

꽃잎 한 장에도 고통의 육즙의 흐른다. 어머니가 열에 들뜬 아이를 보듬듯, 함께 그 고통을 감내한다. 시인은 꽃잎의 상처를 '생살의 눈물로 씌여진 상형문자'라고 노래한다. 한편의 시집에 담긴 꽃잎 여섯장, 장편의 가사시를 비롯해 120편의 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렇게 아픈데도 시를 써야 하는 것은 운명이라할 수 밖에.

시집을 넘기는 재미는 김종 화가의 그림이 촘촘히 들어 있어 시화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어머니의 바느질그릇처럼 침선공예가 정경희 작가의 작품은 아련한 어머니 품으로 안내한다. 규방공예와 그림, 시의 조화는 190여페이지를 빼곡히 장식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눈여겨 읽어야 할 시는 꽃잎 다섯장을 장식한 가사시 '꽃잎의 흉터'다. 우리 민족의 영가인 씻김굿의 형태를 빌어서 흉터와 북소리, 고풀이, 씻김, 길닦음의 5부로 구성했다.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온 가사시,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의 흉터로 얼룩진 몸과 마음, 영혼을 위로하고자 창작되었다.

전숙 시인 제4시집 '꽃잎의 흉터'

김종 화가, 시인은 "세상의 흉터를 노래하는 시인은 숙명의 밧줄을 풀듯이 풍경이 흘린 눈물고랑을 살피고 흉터의 아픈 시간을 도정하여 입쌀처럼 순하게 되돌리고자 한다. 시인은 그간에 울림이 큰 풍성한 언어로 세상을 위로하듯 우리의 어머니와 딸들을 살피고 어둡고 아픈 세상을 자신만의 자별한 언어로 노래해왔다."고 후서에  썼다.

전숙 시인은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여중고와 전남대학교 간호학과, 동신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계간 '시와 사람'을 통해 문단에 나온 후, 고운 최치원 문학상, 펜문학상,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 백호임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아버지의 손'이 있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