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에게 안긴 충격에 비한다면, 현재까지 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은 예상외로 많지 않다. <다이빙 벨>은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의 방해공작을 고발한 작품이었고, <바다에서 온 편지>연작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이들에 맞서, 참사의 진상을 밝히려는 세월호 가족들을 성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유가족의 질문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나쁜 나라>가 우여곡절을 거쳐 참사 1년 6개월여 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화는, 20여년 주기로 발생하는 대형선박의 침몰사고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쁜 나라>는 더 이상 똑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하는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을 대하고 보면, 이 간절한 염원이 쉽지 많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세월호 침몰 50일 째인 2014년 6월 5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조사 위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도체육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바람과 속 시원히 답변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대화는 자정을 넘겨서 까지 이어지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깨닫는다.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득히 멀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가시밭길을 가는 것을 자임한다.

나쁜 나라 나쁜 사람 나쁜 생각

국민 말고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던 세월호 1년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는 바로 그 유가족들의 험난한 여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그렇다. <나쁜 나라>의 미덕은 카메라가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말은 쉽게 말해 유가족들과 다큐멘터리활동가들이 함께 동고동락했다는 말인데, 이는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고통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다큐멘터리 작업의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한 유가족들의 수많은 시간을 온전히 담아낸 카메라는 믿음직하다. 이 국회 앞 농성 장면은 유가족들과 함께 먹고 자고 했던 다큐멘터리활동가들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유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자 한 카메라는, 결국 세월호 유가족들이 평범한 시민에서 대한민국의 실체를 확인한 후 전사(戰士)로 거듭나는 과정까지를 담아낸다. 세월호 가족들은 그동안 본인들이 살아왔던 세상과는 너무나 판이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발견하고, 급기야 대한민국이 ‘나쁜 나라’임을 깨닫는 순간에 이르는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그랬는데...”

이 엉터리 대한민국의 중심에 정치가 있다. 참사의 이유를 밝혀내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외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외침은 정치인들의 귀에 가 닿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나쁜 나라>속 정치인들의 존재는 작고 왜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안철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에게 “성역 없는 수사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그랬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박근혜를 겨냥하고, 박근혜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유가족들에게 눈 길 한번 주지 않고 국회의사당으로 입장하는 모습이 롱숏의 카메라에 담기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은, 단식농성 중인 김영오씨의 고통에 동참하는 뜻으로 9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였건만, 정작 영화 속에는 스쳐가듯 등장한다. 이렇듯 <나쁜 나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2014년 7월 17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진행된 제헌절 기념 선포식 장면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세월호참사와 그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유가족들이 농성중인 상황에서 국가는, 기념식을 치른다며 풍악을 울리고 흥을 돋운다. 이때 유가족들은 울부짖음으로 축제를 막아 세우는데, 정의화 국회의장의 태도는 거만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허락이 있었기에 당신들이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발설하기 때문이다. 정의화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은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생각이 없음이 확인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결국 유가족들은 대국민 서명과 도보행진을 이어가며 2014년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루어낸다. 그러니까 <나쁜 나라>는 2014년 6월 5일 진도체육관의 간담회부터 2014년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 내기까지의 유가족들의 고난을 빠트리지 않고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 다시는 죽이지 않을거다

그리고 영화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로 시간을 이동한다. 이때 정부는 세월호 배‧보상 계획을 발표하게 되는데, 유가족들은 정부의 처사가 못마땅하다. 이는 진상규명은 뒷전인 채, 죽음을 돈으로 사려는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가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여 유가족들은 더 소리 높여 외친다. 이대로 멈춘다면 국가가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초래케 할 것임을 유가족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평범한 시민이었던 유가족들은 참사를 목격한 후 1년 동안 거리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급기야 스스로가 전사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온 몸으로 항변하는 것이다.

이렇듯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유가족들의 1년여의 시간을 충실히 담아내며, 유가족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쁜 나라>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유가족들의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며 그 소임을 완수한 것이다.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조대영(영화인)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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