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펜클럽 광주광역시위원회(회장 박판석)는 ‘제14회 국제펜광주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박신영의 ‘탈출’, 시조시인 서연정 씨의 ‘광주에서 꿈꾸기’를 선정했다. 올해의 작품상에는 수필가 황옥주 씨의 ‘마음의 그림자’가 선정됐다.

박판석 서용좌 조숙형 김정희 김종 등 2017년도 국제 펜 광주의 심사위원 5명은 먼저 본상을 정하고 이어 올해의 우수작품상 순으로 수상자를 결정하였다.

지금까지는 시인들이 국제펜광주문학상을 다수 수상하였던바 여타 분야는 그만큼 수상의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금년은 흐름이 달라져서 본상에 박신영(소설), 서연정(시조) 두 분을 선정하고 올해의 우수작품상에는 황옥주 수필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제14회 국제펜광주문학상 박신영 소설가

본상에 선정된 박신영 소설가는 최근에 발간한 세 번째 작품집 ‘탈출’(2017)로 수상하는데 이 작품집은 중편 ‘해일’을 포함한 중·단편 모음이다. 표제작 ‘탈출’에서 소박데기 일심이가 육신만 남은 삶을 죽음으로써 탈출하듯이, ‘스님의 아들’이나 ‘공간과 여백의 본질’의 등장인물들은 실수와 회피로 만신창이가 된 삶 속에서도 탈출을 꿈꾼다. ‘붉은 영산홍’에서는 농촌생활에서의 전망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면, ‘그들이 있어 나라가 있다’에서는 의병이었던 증조부의 일생을 탐구하면서 민족적 희망의 끈을 불러내는 재간을 보인다. 중편 ‘해일’에서는 신안해저유물을 둘러싼 인간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궁극적으로는 긍정의 내일을 보여준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먹물처럼 자리 잡고 있는 내적인 인간애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이들 작품을 통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때로는 행동으로서의 선을, 때로는 과장된 훈계까지를 동원하면서라도 비틀거리는 삶을 곧추 세우려는 작가의 의지를 장편소설의 저력에 버금가는 달필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박신영은 이 지역 소설 작단을 올려 세울 수 있는 좋은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는 작품집이었다.

제14회 국제펜광주문학상 서연정 시조시인

서연정 씨는 2016년인 작년에 ‘국제PEN광주’ 올해의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2008년과 2010년에는 광주문협에서 시상하는 ‘광주문학’ 올해의작품상과 광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력의 시인이다. 서 시인은 이미 경향 간에 그 창작적 저력을 인정받으면서 ‘광주에서 꿈꾸기’(2017년, 미디어 민)는 그의 여섯 번째의 시조시집이다. 서연정은 1997년 중앙일보지상백일장과 1998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면서 그의 작품적 성취는 괄목할만한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시조창작을 활발히 견인하는 의욕과 사명감, 그리고 성실성을 앞세워 이 나라 시조시단의 첨병이라 평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뿐이 아닌, 한국 시조단의 원로이신 송선영 시인도 서시인의 작품적 성과에 매양 놀라움과 감사함을 지녔다하였는데 이는 이번 상의 심사에 임한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민족시인 시조시의 시적 성취를 위해 오늘도 부단히 진력하는 서연정 시인은 시조는 “나에게 집이고 마을이며 나라이고 우주”라면서 “유한한 존재인 내가 꿈꾸는 무한으로의 비상, 그 날갯짓이 예술로 승화되었”다 하였으니 이만하면 수상 이후의 성과를 지켜보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작품상 황옥수 수필가

올해의 우수작품상은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황옥주 수필작품 ‘마음의 그림자’를 낙점하였다. 황옥주 수필가의 작품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라는 원초적 슬픔과 더불어 살아온 필자의 생과 글을 반추하게 한다. 자칫 감상에 빠질 수도 있으련만, 슬픔 예찬에 가까운 깊은 성찰로 개인의 슬픔을 초월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민족 고유의 한의 정서에까지 나아간다. 하여 염세적이면서도 달관의 세계관까지를 시적 필치로 보여준 이 작품은 주제와 아포리즘적 문체의 조화 또한 뛰어나다 하겠다.

한편 시상식 및 국제펜한가족의 밤 행사는 오는 12월 5일 오후 5시부터 서구 금호동 빛고을국악전수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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