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온다(pixabay)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우리가 바랐던 미래는 충분히 완성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인간의 미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한 가지가 로봇이다. 이젠 생각하는 로봇, 스스로가 판단하여 일처리를 하는 로봇, 그런 로봇이 감정까지 가지게 된다면…, 어쩌면 미래세상은 로봇과 사랑을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어디까지 왔는가.

똑똑한 ‘여자친구’를 빌려드립니다.

중국 공유사이트 '타취'의 실리콘인형 여자친구

지난 여름 중국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공유사회를 지향하는 중국은 자전거, 우산, 농구공 등 생활소품에서부터 최근 BMW자동차까지 공유사이트에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친구’를 공유하는 회사가 등장하여 실리콘인형을 전시하다 물의를 일으켰다. 어플을 개발한 타취(他趣, Touch)는 원래 온라인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간호원, 원더우먼, 하녀, 학생 등 코스프레한 인형을 길거리에서 전시하다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타취는 벌금을 물고 섹스돌 공유사업을 중단했지만 이미 회원에 가입한 회원들이 다수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은근히 그런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는지. 타취는 “우리 회사의 의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적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향후 사람들의 성생활을 다양화시키고 보다 건전하고 조화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고 사죄성명을 냈다.

사람과 로봇과의 관계는 이미 많은 영화로 상영된 바 있다. 그동안의 로봇은 말 그대로 로봇일 뿐이었지만 요즘의 로봇은 프로그램을 벗어나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인간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해 디프마인드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결은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이기기까지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1956년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불과 61년 만이다. 앞으로 체스나 장기, 바둑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제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도전을 어떻게 막아내는가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호모사피엔스의 미래, 슈퍼인텔리전스의 등장

2017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일본 요코하마에서 재미난 기사가 올라왔다. 분리수거 도우미 로봇에게 “남편을 어떻게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채팅로봇은 “인간은 판단력이 없어서 결혼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하고,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한다는 말도 있잖아. 인내심을 가져보면 어떨까”하고 대답한다. 허를 찌르는 말이다.

남편 버리기, 애인로봇 구하기 등은 웃어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현재 로봇기자가 심심찮게 기사화되고 있다. 이름하여 로봇저널리즘인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보도에서 워싱턴포스트지는 ‘헬리오그래프(Heliograf)라는 인공지능 로봇기자를 사용했다. 또한 선거와 축구 등 이슈에 대한 기사에도 헬리오그래프를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로봇기자의 활용에 대해서 기사량 증가와 오류율을 낮춰 기사의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로봇화가, 로봇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직업에도 변화가 생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에 있는 절반 이상의 직업(52%)이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가오는 미래에 없어질 위험성이 높은 직업을 스크랩해보았다. 90%이상의 위험성을 가진 직업으로 텔레마커터, 입력요원, 법률비서, 경리, 분류업무, 검표원, 판매원, 회계사, 보험사, 은행원, 도서관 사서 등이 조사됐다. 미래의 유망직종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작곡가, 프로듀서, 온라인 마케터 등으로 주로 손가락을 이용하는 창의적인 직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시와 강연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막을 연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들(FUTURES)’다.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 등이 등장한다.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과거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만큼 격세감을 느낀다. 물론 다가올 미래도 낯설기는 마찬가지. 한때 그냥 만화로만 알았던 기계들이 움직이고 말을 건다. 머지않아 이것들이 스스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생활의 편리를 찾아 부단히 노력한 결과를 이젠 예측하기 어렵다.

2045년이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이 같아질 것이라고 한다. 2075년이면 인공지능, 즉 슈퍼인텔리전스(초지능)가 인간지능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단언컨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래화가 진행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도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늦출 수 있다면 최대한 늦추고 싶은 마음이 인다. 그만큼 기계화가 가져다준 아날로그적인 공백이 컸던 것일까. 그마나 다행인 것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준 인간적인 감성이다. 기술력이 살길처럼 달려온 우리에게 결국 사람은 감성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죽지 않는) 인간은 필요 없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쯤 싱귤래러티(Singularity)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시점을 말한다. 인공지능이 자기 개선의 한계를 넘어 독립적인 목표와 필요로 인간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 게다가 야성적으로 변이된 인공지능이 컴퓨터 바이러스 등으로 인간을 공격한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리 카플란(스탠포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의 책 ‘인간은 없다’도 인공지능에 대하여 역설적인 의미를 제공한다. 기계에 어떻게 의식을 부여할 것인가? 또한 윤리와 도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과연 기계와의 공존은 가능한가!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오순도순한 세상을 그려본다는 것이 꿈만 같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에 있어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오직 이진수 시스템(binary number system)으로 구성된 컴퓨터, 그것은 달리 말하면 YES와 NO만이 존재한다. 사람의 사랑도 궁극적으로 둘 중에 하나일 것이지만, 꼭 그렇게만 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다.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사람의 감정은 쓰레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순간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실은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의 단계를 거친다.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들이 때로는 아프지만 가장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내포하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은 정체기를 가져야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하여 수많은 상황이 변할 것이다. 그러기까지 또 많은 모순과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미래를 꿈꾼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미래일까. 가장 인간다운 인간미를 숫자로 통제할 수 있을까.

미국이나 일본의 뉴스에서 범죄기록에 대한 처분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법규 위반만으로도 취직이나 진로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 경범죄를 위반한 기록 때문에 ‘범죄인간’으로 취급받는다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는 진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에는 ‘휴머니티’를 교과과목으로 학습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양날의 검으로 우리 앞에 왔다.

2017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대동문화 103호. 2017.11~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