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우리 뮤지컬의 ‘간판 스타’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해 2008년 최고의 뮤지컬 여자배우상, 2010년 한국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 2014년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조연상, 2015년 제6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국 뮤지컬 여배우 1세대. 영원한 디바 최정원

올 겨울 공연계는 온통 뮤지컬로 뒤덮인 듯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뮤지컬이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10대에서 50~60대까지 세대별로 즐길 만한 작품도 눈에 띄고, 초연한 지 10주년, 20주년 작품도 여전히 공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 ‘시카고’는 최정원, 아이비, 이종혁, 성기윤, 전수경 등이 출연하며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오는 2월 6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시카고’는 마피아가 암약하는 1920년대, 금주법(禁酒法) 시대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주제로 당시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법부를 풍자한 작품이다.

16년 동안 시카고 주연 배우로 참여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2015년까지 16년 간 한 시즌도 빠짐없이 뮤지컬 ‘시카고’에 참여한 배우 최정원(47). 연말연시 뮤지컬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정원을 지난 12월 18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에는 크고 화려한 포스터가 뮤지컬 ‘시카코’를 알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간판 스타’ ‘대모’로 뮤지컬 1세대이다. 최정원을 빼놓고는 국내에서 뮤지컬을 이야기할 수 없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하여 2001년 한국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 2008년 최고의 뮤지컬 여자배우상, 2010년 한국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 2014년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조연상, 2015년 제6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국내 뮤지컬 공연계의 발전과 함께 해온 최정원은 뮤지컬 인기를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요즘 뮤지컬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뮤지컬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물었다.

- 요즘 뮤지컬이 대세인데 사람들이 왜 뮤지컬을 많이 볼까요?”

“저도 관객의 한 사람인데, 자녀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보다는 추억을 많이 물려주라고 했어요. 공연이라는 게…, 보는 사람마다 똑같은 공연을 보아도 감흥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영화나 책도 마찬가지만, 특히 미디어가 발달해서 영화나 드라마는 언제나 다시 돌려 볼 수 있지만, 공연은 그날 그 시간 함께 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여행과 같은 것입니다. 똑같은 장소에 가도 한 번도 똑같지 않거든요. ‘시카고’만 해도 마흔 번 넘게 공연을 본 사람이 있거든요. 그래서 물어봐요. ‘왜 자주 보러 오냐’고. 보면 볼수록 좋다고 해요. 뮤지컬을 왜 보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저도 돈을 내고 뮤지컬을 보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게 좋아요.”

최정원의 인생은 한국 뮤지컬의 역사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나와 관객에게 꿈을 주지요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이 재미있게 보려면 어떻게?

“알면 더 재미있겠지요. 음악을 많이 접했다면. ‘팬텀 오브 더 오페라(Phantom of the Opera)’, ‘미스 사이공’, ‘시카고’, ‘맘마미아’…, 특히 아바 (ABBA)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면. ‘맘마미아’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을 모으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많은 사람이 그 음악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음악을 알고 가사를 알고 멜로디를 아는데, 드라마 안에서 ‘치키치타~’이런 것이 나오니까 환호하게 되지요. 극 안에서는 친구가 친구를 위로하면서 ‘치키치타~’ 이런 멜로디가 나오는데, ‘치키치타’라는 것은 주인공 이름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팡 터지는 것을 보았어요.

제가 며칠 전에 ‘맥베스’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전에 그 연극을 많이 보고 많이 접하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는 것을 알고서 보니까, 셰익스피어의 단어 하나하나가 철학적이고 멋진 말이었구나, 이것도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평을 보면 ‘지루해서 못 봐주겠다.’ 이렇게 평을 해요. 저랑 그들과 다른 것은 제가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봤다는 거지요. 뮤지컬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있고, 많이 봐왔고, 많이 아는 사람이 더 즐길 수 있어요. 뮤지컬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느냐? 그냥 많이 알면 좋을 것 같아요.”

-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그럴 때 있지요. 그건 제 생각이더라구요. 저는 만족스럽지 않은데, 끝나고 나갔더니 관객들이 ‘오늘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평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저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몸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 내가 무대에서 즐거운 것과 관객들이 즐거운 것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구나, 생각해요. 내 만족이고 내가 많이 기뻐하고 울었다고 해서 관객이 기뻐하지 않고, 울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관객들의 반응과 평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녀 곁엔 항상 뮤지컬 여배우로서 아우라와 박수가 따른다

인생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세요

- 지금까지 30여 편 출연한 작품 중에서 어느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는지요?

“작가에게 어떤 책이 더 좋느냐고 묻으면 다 산고(産苦)의 고통을 겪고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요. 저도 다 애착이 가는데요, 아무래도 ‘맘마미아’는 젊고 예쁘고 섹시한 여배우에서 엄마라는 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작품이었고, 아바(ABBA)의 초청으로 스웨덴까지 다녀오면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된 작품이라 조금 특별했던 것 같아요. 아바의 음악, 아직도 라디오 같은 데서 ‘맘마미아’, ‘댄싱 킹’ 이런 음악을 많은 사람이 신청을 하는데 듣고 있으면 심장이 막 떨려요. 제가 거기서 여자주인공을 하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해요.”

2015년 10월 3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단 예술극장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기념 시민축제 뮤지컬 컨버전스 쇼 오프닝 쇼에서 최정원은 뮤지컬 ‘시카고’에 나오는 ‘All that Jazz’를 불렀다.

- 2015년에 광양, 광주에서 공연을 하셨는데요?

“관객 반응 좋았어요. 광주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저희 뮤지컬 배우들이 그동안 공연했던 ‘맘마미아’ ‘시카고’ 등 선보였는데, 오랜만에 하는 축제 같았어요.”

- 뮤지컬 ‘시카고’는 16년 동안 해왔는데, 그동안 관객이 많이 바뀌었지요?

“관객도 바뀌었지만, 제 역할도 바뀌었지요. 록시 하트에서 벨마 켈리로…. 30대에서 시작해서 40대 후반이 됐으니까. 참 행복한 것은 ‘시카고’는 여자 주인공 투톱으로 진행되는데, 두 주인공 다 했다는 것 자체가 할 때마다 느끼지만 감사한 일이지요.

- 그래도 익숙했던 역에서 새로운 역을 한다는 게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요?

‘록시 하트’로 2001년 여우주연상도 처음 받았고, 팬클럽도 생겼고, ‘록시 하트하면 최정원’ 이런 게 있었어요. 2007년 박명성 신시 컴퍼니 대표로부터 벨마 켈리 역 제안을 받고 아직 록시 하트를 할 수 있는데 생각했지만, 새로 떠오르는 옥주연 씨가 록시 하트를 하면서 받아들였어요. 벨마 입장에서 대본을 읽어보니까 제 나이가 벨마 위치에 와 있더라고요. 희한하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도는 것 같고, 제가 참 긍정적이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제가 그 역할을 해서 그 작품이 빛나면 단역이라도 오디션을 보고 새로운 것을 해요. 배우라는 이름으로 사는 이유가 변신인데, 오히려 좋은 일이지요.”

- 아무리 대배우라도 오디션을 다시 해야 한다는데, 오디션을 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요?

“저는 오디션을 좋아해요. 특히 외국 관계자들이 와서 오디션을 하면 저를 잘 모르잖아요. 저는 아이처럼 대하기도 하고, 부족한 점을 선뜻 이야기해주지요. 제가 누군가에게 평가 받는 좋은 기회이지요. 관객 없이 하는 건 힘든데 오디션만큼은 몇 달 후에 있을 오디션에 심사위원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궁금해서 더 열정적으로 임해요.

- 공연을 하려면 평상시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나요?

“잘해야지요. 지금은 습관이 돼서 매일 수영, 조깅을 병행하고요, 수영을 많이 해요. 특히 ‘시카고’는 춤이 많아서 공연 전에 워밍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래와 춤과 사랑, 영원한 제 꿈이에요

- 영화 ‘사랑이 이긴다’에 출연하셨는데 뮤지컬과는 다를 것 같은데요?

“다양성 영화였고,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반영한 실화였고요. 같은 또래 아이의 엄마 역할이었고, 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재미있게 찍었어요. 저는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지만, ‘공부가,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역이었어요. 영화를 통해서 제가 엄마라는 입장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출연을 했어요. 반응도 좋았고요. 영화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시너지 효과가 있더라고요. 제가 디테일한 것을 좋아하는데 영화가 그런 면을 발견하게 해주더라고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 되는 한 마디 부탁합니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처럼 불러보고 그 사람처럼 말하고. 저도 누군가 흉내 내다가 배우가 되고 싶어졌으니까. 그런데 좋아하는 거만으로 안 되니까, 자기를 거울에 많이 비추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 거울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 무대라는 것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약속이라 쉽지 않지요.”

뮤지컬 ‘시카고’를 16년째 하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공연이었고, 할 때마다 떨린다는 최정원. 오래오래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우리도 그렇게 원한다. 뮤지컬 무대에서 최정원을 영원히 볼 수 있기를….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서울=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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