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공예가 강옥희

강옥희(57) 씨가 자수 공예를 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정도 남짓. 집에서 자수를 병풍으로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공예 작업은 2008년부터다. 광목을 소재로 이불을 만들어보았다. 침구 만드는 일은 손에 붙었고 손맵시는 고왔다. 40대 중반이었다. 침구 자수가 팔려 생계에 보탬이 되니 재미도 붙기 시작했다.

자수는 천에 여러 가지 색실로 무늬를 넣는 공예다. 길쌈과 바느질 솜씨는 우리 민족 생활 속에서 예술로 꽃피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자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붙박이로 앉아서 꼼꼼하게 한 땀 한 땀이 엮어야 이루어지는 기다림의 미학을 우습게 생각한다. 배우려는 사람들을 나서서 찾아야 할 정도다.

강옥희 씨는 병풍, 복식, 생활 자수 중에서도 침구 자수와 생활 자수에 심혈을 기울였다. 베개, 이불을 금이라고 하고 베개를 침이라고 하여 금침이라고도 총칭한다. 금침을 색실로 장식하는 공예가, 자수 공예가다.

원앙금침 자수로 수놓아서

규칙적으로 세밀하게 수놓는 데 독창적인 무늬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자릿수·자련수·평수·이음수·징검수·매듭수·사슬수 등의 기법을 자유자재로 가미해 때로 얇고 부드럽게, 때로 돋을무늬로 양감을 준다. 그렇게 해서 꽃무늬, 장생무늬, 길상무늬를 수놓는다.

침구에는 휴식의 대표적인 생활용품이다. 안락하고, 청결해야 하며, 보온을 위해 만드는 것이니 정성이 곧 재능이다. 부부, 가족, 형제자매가 한 침구를 덮고 잔다. 침구 자수는 대부분 입신양명, 자손 번창, 가문 번영의 뜻을 담는다. 현대 생활에서도 침구의 중요성은 더 중요해졌다. 금침과 침대 깔개, 쿠션 등에 자수를 해 넣으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된다.

광주핸드페어

강옥희 씨는 자수 기법 중에서 색실을 풀어서 꽃 모양으로 입체적인 디자인을 한 꽃 문양 자수 솜씨가 특출 나다. 이 독특한 기법으로 디자인 특허를 냈다. 꽃문양은 돌돌 말린 실꾸러미가 꽃잎을 상징하고 꽃받침은 평수로 뒷배경을 이룬다. 그리고 꽃과 잎들이 펼쳐지면서 꽃밭이 수놓아진다.

요즘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빠져 있다. 풀과 곤충 그림이다. 꽃밭과 풀 위를 새와 나비가 나르고 곤충도 꽃향을 탐내며 몰려든다. 대자연의 미물까지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자연의 생태를 침구에 수놓은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침구에 이런 아름다움을 새기면서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성도 가미한다.

강옥희 씨는 2015년에는 공예 난장 열린 마트 마켓에 참가했고, 2015년과 16년에 굿모닝 양림 자수 체험장에서 시민과 함께 했다. 2016년 무등산 울림 축제와 김대중 컨벤션 선물 박람회에 참가해 침구 세트를 완판하기도 했다. 무등산 울림 축제 기간 하루 평균 50여만 원의 판매 수익을 창출했다. 외지에서 온 방문객이 500여만 원 상당의 자녀 혼수를 주문하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전통 문양이 수놓인 침구에 감탄했다.

무등산울림축제2

현대적 브랜드의 자수 생활용품 창작

동신대 산학협력단의 일원으로 2016년 규방자수 공예 ‘들꽃노래’ 브랜드로 상품을 만들어냈다. 침구 혼수, 커튼뿐만 아니라 자수로 남녀 잠옷이나 스카프를 장식한다. 쿠션, 차 매트, 남녀 잠옷 등의 자수 생활 소품도 제작하고 있다.

올해에는 일본 동경 기프트쇼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다. 올해 6월에는 광주 핸드메이드 페어에 참가했다. 12회 대한민국 천연염색 문화 상품 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저는 자수가 아니면 우울증에 걸렸을 것입니다. 힘든 일상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바로 자수였습니다. 불면의 밤을 지켜준 일이자 놀이입니다.” 자수는 고단했던 인생의 반려자였다.

자수 공예가 강옥희

지금은 전국에서 제품 주문 요청이 들어와 눈코 뜰 새가 없다. 작가의 작품을 접한 관계자들은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작품 전시를 권하고 있다.

강옥희 씨는 밑그림인 도안을 그리고 실로 그 도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수 공정이 힘들지만 즐겁다. 서양화가에게 배워 구도와 색채 감각을 익혔다. 완성도가 높은 현대적 자수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

“여유와 자연주의라는 전통 공예의 감각을 현대적인으로 계승하는 자수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원피스, 가운 등 의류, 손수건, 핸드백, 핸드폰 케이스 등의 다양한 자수 생활용품들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통자수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는 강옥희 자수가. 동구 운림동의 전통문화관 무등산 기념품 판매장에는 ‘들꽃노래’ 자수상품들의 상시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양림 커뮤니티센터에서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기프트쇼

동신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강의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동구 학동 작업실에서 자수를 가르치고 있다.

“자수는 정성과 창의성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이 만들어내는 점이 선으로, 선이 면으로, 면이 다시 입체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실이 아니라 정성이 한 땀 한 땀 천을 수놓는다. 여기에 창의성을 곁들여야 한다. 손수건, 옷, 커튼, 안경집, 병풍 등에 멋과 운치를 더하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도안과 디자인이 가미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늬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

2018년에는 서울 코엑스 리빙디자인 페어에 참가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의 침구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문화 상품 자수 공예 도시 광주의 위상을 선보일 수 있는 다채로운 작가들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한다. 촘촘하게 수놓아진 결 고운 색색의 꿈이 강옥희 작가의 손에서 태어나고 있다.

천염염색대전 동상작품 '들꽃노래'

대동문화 103호(2017. 11-12월)

백승현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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