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유리왕조’에 ‘병(餠)을 물어 잇자국을 시험한즉 유리의 잇금이 많은지라 군신들이 유리를 받들어 임금으로 모셨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떡이 있었고, 잇금이 많아 임금으로 모셨으며, ‘잇금’이 ‘임금’의 어원이 되었다는 기록이다. 제사와 의례에 꼭 빠트리지 않고 떡을 만들어 먹었으며 계절과 기념일의 특식 음식으로 떡을 제일로 쳤다. ‘복떡’을 이웃과 별식으로 나누어 먹으며 화순하게 지냈다. ‘밥 위에 떡’이라는 속담은 우리 음식으로 떡이 가지는 위치를 말해준다.

원형 바퀴식 떡살 제작 아이디어

밥 위에 떡이다

떡은 예전에는 집안에서 지어 먹었다. 멥쌀가루는 쪄서 떡판이나 절구에 넣고 계속 쳐대면서 매끄럽게 만들어 끊어 먹었다. 친떡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고 이것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표면에 참기름을 바르고 떡살로 눌러 문양을 새긴다. 떡살로 꽃문양을 새겨 잔치를 기념하고, 선물용에는 길상 문양을 넣고, 수레 문양이나 바퀴 문양을 넣어 순조로운 일의 성사를 희망하고 기원해주었다. 떡살의 문양은 꽃문향, 선문양, 길상문양 등으로 역시 희망과 기복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방앗간이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떡의 고급 브랜드도 많다. 이제 떡은 사서 먹는 것이 되었다. 그러면서 떡에 대한 민족 정서와 음식으로서의 지위, 떡살의 아름다운 미감이 예전만 못하다.

목공예가 이상국

농도인 전남은 김규석 목조각장이 떡살 다식판 부문 무형문화재(제56호)로 지정되어 있다. 떡살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삶을 알 수 있는 전통공예로 보존 가치가 크다.

김규석 목조각장은 떡살의 연구와 제조 기술에 한해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떡살 문양은 떡이 쓰이는 용도에 따라 다산, 재복, 벽사, 장수, 극락왕생 등 그 의미가 다양하다. 김규석 문화재는 풍수, 음양오행, 사주, 주역 등 민속과 철학의 범주까지도 달통한 장인이다. 사라진 전통 문양 제작 기법들을 복원하고 있기도 하다. 1천 개의 떡살 문양 데이터베이스가 장인에게 있다.

전라남도 담양의 목산 공예관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김규석 장인의 제자 중 이상국(51) 씨는 장방형 떡살이나 원형 도장형 떡살이 아니라 원통형 떡살을 고안해냈다. 방앗간의 기계에서는 떡이 압축되어 빠져나오는 입구에 긁개나 기계식 압축 떡살을 설치해 일률적인 선 무늬나 꽃문양만 낼 수 있을 뿐이다.

어느 날 떡살에 관심 있는 지인이 회사 이름을 한글로 새긴 떡살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서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일반 주부들은 떡을 만드는 것 자체나 장방형 떡살을 이용해 떡에 무늬를 넣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목공예가 이상국

원형 바퀴식 떡살 제작 아이디어

이상국 목공예가는 둥근 바퀴형으로 떡살을 만들고 측면에 구멍을 내서 걸쇠에 걸어 떡을 빼면 같은 문양의 절편을 만들 수 있다는 데에 착안했다. 떡살이 구르면서 떡의 겉면에 양각된 글씨나 도안이 새겨져 나오는 것이다. 기계화 대중화된 떡살이라고 할 수 있다.

감나무는 치밀하고 마모가 심하지 않아 원통형 떡살을 만들기 좋다. 원통형 떡살의 겉면에 음각으로 조각한다. 의뢰자에 따라 문양은 천차만별이다. 개인 이름, 회사 이름과 로고, 기념일, 축하 인사, 십이지신상 등 기념과 홍보할 내용의 글자나 디자인을 의뢰 받는다.

손글씨를 전문으로 해왔던 조영용(67) 씨에게 글씨 도안을 요청해 도안을 둥근 떡살 나무 겉면에 조각한다. 50여 가지 조각칼을 이용해 섬세하게 조각한다. 광주 나전칠 최석현(60) 공예명장이 옻칠을 한다. 아직은 시범 제작 단계라 아는 이들에게 무료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자기 회사나 자기 이름이 새겨진 떡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선물을 받는 사람이나 회사의 기념일을 적고 축하과 기원의 말을 적어 넣은 떡살을 선물한다면 ‘복떡’을 만들 수 있다. 특별한 떡살이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기념과 홍보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이 없다. 전통 기법의 떡살의 계승은 아니지만 떡살의 현대적 공예 작업이다.

이상국 씨는 목공예가다. 화순 이양 출신인 이 씨는 1985년 19살의 어린 나이로 목공예에 입문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김규석 목산공예관의 문을 두드렸다. 여기서 목공예와 전통 가구, 떡살 공예의 기본기를 다졌다.

군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3년까지는 명승공예를 운영하던 하영복 씨에게 생활가구 제작 기술을 배웠다. 1994년부터는 다시 김규석 장인에게 입문해 떡살뿐만 아니라 목공예의 전반적인 기법들을 숙련했다. 1995년부터는 전수 장학생으로 배우고 있다. 2004년부터 보성의 용정중학교에서 특성화 교과 목공예 강의를 하고 있다.

목전 공예의 이상국 목조각장

전통과 현대의 계승과 조화

2010년부터 광주 전남의 공예대회에서 심사를 맡았다. 목조형협회전이나 특별기획전에 다탁, 서랍장, 액자, 의자, 고비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전국공예품 경진대회에 매해 출품했다. 2014년 고용노동부 우수 숙련기술자로, 2016년에는 숙련 기술 전수자로 지정됐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남기능경기대회에서 목공예 부문에서 은메달, 금메달을 받았다. 2011년 각도 조절이 용이한 의자 제작 기법으로 특허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명장, 무형문화재 등에 도전하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목공예가이다.

“떡살 제조 기법은 전통이기 때문에 김규석 스승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현대 사회에 적합한 공예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새로운 문화 상품들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떡살의 전통이 희미해져가는 이유는 중국산 떡살이 95% 이상 국내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전통을 이어가기가 힘든데 전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현대화된 공예 기법을 개발하고 공예가 현대인의 문화적 삶을 견인해야 한다.’ 이것이 젊은 떡살 공예가의 생각이고 도전 의지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고 떡살을 선물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이것이 이상국 씨가 말하는 떡살의 대중화다.

<대동문화 104호. 2018년 1-2월>

백승현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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