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보았다. 조선의 제15대 임금인 광해군. 그처럼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이도 드물 것이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천민 하선이 15일 간 궁에서 왕 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선판 ‘왕자와 거지’쯤 될 수 있을까. 영화는 광해군의 재평가, 진위 여부에 앞서 성큼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왕, 리더의 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추석 민심, 대선 민심을 잡아라

대선을 앞두고 이번 추석엔 어느 집에서나 대통령 후보 얘기를 했을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질수록, 세상이 투명해질수록, 살기가 팍팍해질수록 지도자를 보는 척도는 까다로워지기 마련이고 비판도 거침없어진다. 독선적이다, 답답하다, 입만 살아있다 등등 입이 달린 국민은 누구나 세 대통령 후보를 진단했다. 왜? 우리의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 구원투수가 등판해주길 바래서다.

지금 대한민국, 4가구 중 1가구는 지출이 소득보다 많아 빚을 내지 않고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날로 악화되는 고용 환경으로 인해 실업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자와 서민 간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고, 대기업의 그늘에 가린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골목 상권마저 붕괴되면서 600만 명에 가까운 자영업자 역시 생계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가 42.6명에 이른다. OECD 30개 국가 중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가장 높다. 이것이 2012년 대한민국의 초라하다 못해 위험스러운 자화상이다. 통탄할 만한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국민과 함께 고뇌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유비의 모습처럼 전쟁에서 패배해 나눠줄 것이 없더라도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갈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분노한 민심을 들어줄 것이며, 제대로 된 해법을 보여줄 것인가?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백성들이 진정 무엇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지 모르면서 백성을 탓하는 지도자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민심을 살핀다는 것은 허리를 굽히고 더 낮은 곳으로 향한다는 의미다. 더 낮은 곳에서 민심의 목소리를 듣는 지도자에게 차기 대통령의 영광과 책임은 함께 부여될 것이다.

맹자는 ‘천하를 얻는 방법이 있으니, 그곳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된다. 그곳 백성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그 백성을 얻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를 2달 남겨놓고 우리 국민 누구나 바라는 대통령이 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헤쳐 나가자며 앞장서는 용감한 대통령.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않고 IT 강국, 문화 강국의 자리를 우리 국민 가슴에 새겨주는 자부심과 희망을 품은 진취적인 대통령. 경제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경제 민주화의 실현에 앞장서는 대통령. 상류층·중산층·서민 사이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대통령. 경제·이념·지역 갈등 및 종교-다문화-탈북자 등 전방위 갈등을 조정하는 대통령….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을 화해시킬 지도력

사실 대한민국은 ‘갈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 갈등이 심각하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무엇인지, 구시대적 이념 갈등은 어떻게 풀 것인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명쾌하게 말하는 대통령이면 더 좋겠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의 남북 관계를 진단하면서, 일관된 기조와 정책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이 시점부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다. 민심은 마지막에 가장 현명하다. ‘이번에 괜찮겠지’ 기대하고 찍으면 일 년도 되기 전에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되는 요상한 대통령이 아니라 두고두고 존경하고 싶은 그런 대통령, 올해는 꼭 만나고 싶다.

선택의 폭이 좁긴 하지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중에 ‘지금 대한민국이 간절히 바라는 대통령상’과 가까운 이가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좀 살펴보고 지켜보자.

대동문화 73호 [2012 11. 12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 이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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