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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의 산실, 광주예고가 흔들린다시교육청의 학과통합주장, 과연 현명한 판단인가
이동호 기자 | 승인 2018.07.31 11:36
이동호 대동문화 편집국장

예향광주,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향(藝鄕)은 글자 그대로 예술의 고장이다. 얼마 전만 해도 가는 곳, 서는 곳마다 그림 한두 점 걸려있지 않은 곳이 없었고, 판소리 한 대목 흐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고장이 예향으로 인식된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너른 평야와 청정한 공기, 일조량이 많은데다 강 유역에서 떠밀려온 갖가지 영양 많은 흙들로 인하여 품질 좋은 농산물이 넘쳐났다.

풍성한 물산으로 먹을 것 걱정이 없던 사람들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심을 베풀고 풍류를 즐겼으며 그것이 정착하여 오늘날의 예향으로 자리 잡았다. 척박한 땅을 지닌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문화와 예술이 정착하였다.

그 문화예술의 중심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그림과 소리였다. 남종화의 거장 소치 허련 선생이 진도에서 태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그림들을 정착시켰고 남농 허건, 허백련 같은 걸출한 동양화의 대가들을 배출시켰다. 또한 당대의 소리꾼 임방울, 김창완, 김연수 같은 대명창 등이 대한민국 곳곳까지 파고들어 우리가락을 정착시켰다.

이런 예향을 보전하고 지켜내는데 뿌리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예술고등학교가 최근 학과 통폐합의 위기를 맞았다. 2021년 중외공원 부근으로의 이설을 계기로 총 5개학과 중 한국화과와 국악과를 각각 음악과, 미술과로 통합한다는 시 교육청의 계획에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향의 고장에서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시 도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이겨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장려하고 활성화 시켜야 할 방안은커녕 통합하여 운영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누가 했는가?

음악은 무엇이고 미술은 무엇인가. 이 또한 소중한 예술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영역에서다. 큰 원을 그려놓고 그 안에 모든 분야를 몰아넣는 형태다. 대한민국을 운영하기 위하여 각 부처를 나눈다.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화와 국악은 고유한 우리의 전통이고 민족성이며 우리의 색깔이다. 특히 이 지역의 자존심이다. 이들은 모두 전문성을 요구하는 과목들이다. 한곳에 몰아넣고 소외당하는 전통이 과연 온전하겠는가. 우리지역에서 전문예술을 없애거나 무시한다면 무엇으로 예향이라는 자존심을 지켜낼까.

시 교육청, 과연 진정한 광주예술고의 설립취지와 전통교육의 의미를 아는지 의문스럽다. 이달 초, 열렸던 ‘광주예술고 이설부지 활용 및 발전방향’이라는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예술고 발전방향이라는 방안으로 한국화과와 국악과를 통합하는 제안을 했다. 이유는 첫째, 예술체계가 적합 하다는 것이다. 둘째, 해를 거듭할수록 입학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학교 설립취지를 보면 ‘남도의 전통예술의 맥을 계승, 발전시킨다.’로 나와 있다. 시 교육청으로부터 적합한 예술체계에 대해 듣고 싶다. 과연 어떤 것이 예술체계에 적합하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어떻게든 학생 수를 충족하기 위하여 시 교육청 차원에서 발버둥을 쳐야한다. 최소한 남도의 진정한 전통예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느끼는 사람이 이러한 문제들을 담당하여 문제를 이끌어야 한다.

광주예고 동문회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삽시간에 수 천 명 이상이 청원 글을 올렸다. 광주예고가 공립이라는 점을 들어 관리의 효용성이나 퓨전이 들끓는 현대사회 시류에 편승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행태는 남도가 가진 전통예술의 맥을 끊는 것이고 나아가 역사의 맥을 흔드는 것이다. 지역의 장점이 무엇인지, 지역을 위하여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할 초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7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학생과 시민 수 백 명이 유스퀘어 광장에 모여 학과 통합 반대집회를 열었다. 한 개인의 명예나 동문의 자존심이나 지키자고 모인 것이 아니다. 이들은 남도에 내려진 전통예술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공과목의 통합은 절대반대라는 입장을 알리기 위하여 이곳에 모인 것이다. 이들이야 말로 대세적인 차원의 남도의 전통예술을 지키고자 합류한 진정한 예술인이다.

시 교육청은 35년 된 현재 광주예고의 건물이 노후 되고 부지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면학여건 또한 열악하여 이를 상승시키고자 중외공원 주변에 있는 구 전남교육청 부지로 사업비 830억 원을 들여 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설을 하는데는 학교, 동문회측이나 시 교육청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과목 통합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각종 여론,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가려는 자존심은 하나여야 한다. 광주예고의 한국화과와 국악과는 흔들림 없이 지켜지면서 종합예술의 극치를 보여줄 남도의 대표예술로 성장시켜야 한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한 만큼 포부와 실천도 국제적으로 선이 굵은 결과로 나타나길 진정 바란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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