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예술 자산인 미술품의 안정적인 가치 보존 및 관리를 지원하는 공간 인프라로서 최적의 환경에서 미술 작품을 수장 관리하고 전시 및 연구 활동을 통해 국가 문화예술 수준을 고양시키는 것은 현대의 세계 각국 미술관들이 지향하고 있는 첫 번째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의 미술관들은 운영 시스템 속에 효율적 전시 기획 방법과 각 분야별 전문가 양성, 첨단의 보존과학 처리 시설과 최적화된 수장고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장영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미술담당 행정관 역임,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수집 보존 관리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보존 미술은행 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보관하던 장소에서 유래

그리스, 로마기에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보관하던 장소인 뮤제이온(Museion)에서 출발한 고대 박물관의 시작이 18세기 현재의 루브르 미술관의 전신인 중앙미술관(Musée central des arts)과 같은 근대적 개념의 미술관으로 발전한 이후 경쟁적으로 우수한 소장품을 수집, 전시하고 교육이나 홍보 정책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지향함으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 미국 위싱턴에 있는 내셔널 미술관이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만 보더라도 미술관 안에 체계적인 소장품 수집과 전문적인 보존 처리 수장 관리 시설을 구비하여 보유 중인 중요 미술품의 항구적 보존 관리와 수복 처리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 작품과 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1969년 덕수궁에서 출발하여 현재의 과천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을 겸비한 미술관으로 개관한 이후 자체 컬렉션 제도나 아트 뱅크, 정부 미술은행 제도와 같은 다양한 작품 수집 정책과 수복 처리실 구비와 같은 체계적인 작품 소장 관리 시스템을 통해 세계의 유수 미술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 청주시와 MOU를 맺고 청주 시내에 있는 연초제조창 건물을 개조하여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가칭)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옛 공장 시설물을 리모델링하여 활용할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는 약 2만 여점의 작품을 수용할 수 있으며, 소장 미술품의 보호를 위한 국내 최고의 보존, 수복 센터를 갖춤과 동시에 전시,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과천에 위치한 미술관이 모든 작품의 수장 관리, 수복 처리 등의 미술관 정책 사업의 중심지였다면 청주에 설립 예정인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는 더욱 전문화되고 특화된 소장품 수집 관리 및 보존 처리 기관으로서 기존 조직들과는 차별화된 전문적인 작품 수장관리 기관으로서 위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청주 보존과학 특성화 미술관 태어난다

스위스 바젤 지역에 위치한 샤울라거 미술관의 운영 시스템과 유사한 성격의 청주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는 중요 미술품을 수장하는 보존관리 중심의 수장형 미술관이나, 작품을 전문적으로 수복 처리하는 보존과학 특성화 미술관, 또는 재건축의 미학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미술관, 그리고 신예, 유망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의 대여와 청주 도자 비엔날레와 같은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한 중부권의 관광 명소의 미술관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운영 정책의 키워드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각 나라별 정부 미술품의 수장 및 관리를 위한 전문 기구를 살펴보면 영국의 GAC(Government Art Collection)나 AAC(Art Council Collection), 프랑스의 FNAC(Found national d'art comtemporain) 등을 들 수 있고 보존 수복 처리 전문기관으로는 미국의 Lunder Conservation Center나 AIC, 프랑스의 C2RMF,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National Art Collection Centre, 캐나다의 CCI, 네덜란드의 INCCA 등을 대표적 기관으로 들 수가 있다.

이들 기관들은 국제적인 상호 정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계 문화유산의 수집보존과 가치 있는 작가들의 작품 수집, 전문 교육, 표준기준 확립, 전문가와 대중과의 교류를 통한 보존 지식의 확대 등 다양한 문화 활동과 정책을 공유하고 있는데 향후 설립될 청주의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 역시 이런 역할과 정책을 공유하면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와 대중과의 교류, 미술관 정책이 핵심

미술품의 효율적 수장관리에 있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훼손된 작품의 복원 처리가 아니라 현재 상태로의 안전한 보존 유지 관리다. 이것은 의사가 병이 난 후 고치는 것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샤울라거 미술관이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디아비콘 미술관처럼 기관의 중요 미술품을 전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수장고와 전시 공간을 유리 칸막이로 특별하게 개조하거나 구획별로 정리하여 전시와 수장고 개념이 동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특화된 기술 전문 기관과 연계하여 작품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다양한 움직임들은 효율적인 작품의 보존 관리가 요즘 미술관들이 추구하고 있는 주요 정책 기조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국의 선진 사회와는 달리 미술관에 미술 작품을 기증하는 것과 같은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많은 중요 미술품들이 소장가 자체적으로 보존 관리됨으로써 훼손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현대 추상회화 분야에 있어 중요 작가들인 박길웅이나 윤애근, 최종섭과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작고 이후 유족의 헌신적인 보존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환경 등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전문 미술관에서와 같은 효과적인 보존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재 실정이다. 근대 시기의 작품들이나 그 이후 작가나 유족들의 소장 작품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래 문화유산 미술 작품 효율적으로 보존하자

해외의 경우 이런 많은 작품들을 무상 기증 받는 대신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국가가 적정 가격에 보관, 구입해주는 한편, 그 작품들을 각급 기관에 유상 대여하여 재활용하는 등 미래에 문화유산이 될 미술품들이 방치되고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작품을 기증한다고 해서 다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구입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비한 수장 보존 기관에서 관리되는 작품들은 최소한의 보존 관리나 처치를 받을 수 있어 세계의 여러 선진 국가들은 필수적으로 보존 관리되어야 할 작품들이나 훼손되어가는 작품들을 국가가 나서서 구입, 소장하거나 보존 수복 처리를 할 수 있는 특화된 전문기관의 육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 센터 설립은 이런 선진화된 미술관의 작품 보존 관리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국가의 의지와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결과물로서 향후 전문적인 소장품의 수장 관리와 대여, 보존 수복 처리 등을 통해 더욱 체계화된 국가의 예술경영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장영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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