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꼬자꼬 젊은 사람덜이 도시로 떠나분게로, 우리 동네에서도 일손이 부족해라우. 우리 학교도 학생수가 별로 없당게요. 그라고 일손이 달린게, 우리들도 요라고 엄니가 일하는 미역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라우.

완도 미역은 너무 맛도 좋고 영양도 좋아서 전국에서 찾고 또 수출도 하니까 한참 미역 나올 철에 사람 손이 급해라우. 바다 미역 양식장에서 미역을 배로 옮겨오믄이라우 염장을 해서 저장을 해서 작업대로 가져와서 인자 줄기와 이파리로 선별을 하고라우. 미역 중에서 조금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요라고 갈라놓는 거이 우리덜 일이어라우.

쩌그 우리 엄니도 있고라우, 저그 미역 다발 나르는 장화 신은 분이 내 짝 영선이 엄니여라우. 동네에서도 반에서도 영선이랑 저는 짝꿍이여라우. 영선이하고 학교도 같이 댕기고 미역 일도 항꾼에 하고 긍께 나랑 단짝이여라우. 글고 집도 옆집이여라우. 생일도 비슷해라우. 애기 날 때 생일 때, 요 미역을 낄여주신게, 미역이 얼마나 좋은 종 아시겄지라우.

미역을 물에 뿔리면 파릇허니 생기가 도는디요, 냄비에다가 소금 뿌린 쇠고기를 넣고 달달 볶아놨다가 물을 넣고 같이 끊여 먹어보시시요.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푹 우러나게 하믄 정말 구수하고 맛이 있어라우, 홍합이나 조개를 같이 너서 끓여 먹어도 좋당게요. 따끈한 국물로 속을 풀 수가 있어고라우, 겨울철에도 몸에 좋은 영양분이 많은 게 건강에도 좋아라우. 영선이도 나도 금방 미역국 끓이기 도사여라우.

우리 엄마는 겨울 내내 미역 공장에서 일하고요, 영선이 엄마도 그래라우. 그래서 방학 동안에 나하고 내 짝꿍 영선이하고 공장에 와서 일해라우. 일을 허믄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엄니 일도 도운 게 좋아라우. 쫌 추운디 이깟 것은 암것도 아니여라우.

우리 엄니는 마당에다가 밭도 맹글어 일하고 바다 물일도 나가고 농사도 지어라우, 글고 고기나 미역 공장에도 다니시고 몇 사람 분의 일을 부지런히 하셔라우. 긍게 우리들도 놀 수가 없어라우. 얼굴도 까맣게 타고 팔뚝도 굵어져서 엄니는 다른 엄니들처럼 밖으로 놀로도 안 다니신다고 그러셔라우. 근디 나는 엄니의 까만 얼굴이 좋아라우.

장갑이 시컴해지믄 빨아도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디, 엄니는 그것을 또 빨아서 말래가지고 빵꾸가 날 정도로 일을 허시고 또 일을 허시고 그러신당게라우. 우리덜을 키우고 먹여서 살레주실라고 쩌라고 일을 열심히 허신게, 우리들도 그냥 있을 수가 없는 것이제라우.

다른 사람덜은 시골을 떠나고 우리 엄니는 시골을 떠날 수가 없다고 허셔라우. 바다가 있고, 갯벌이 있고, 거기에 우리 몸에 좋은 것들이 허벌라게 많이 있응께 여그서 태어난 것이 축복이라고 허시지라우. 그냥 바다에 가믄 우리 먹을 것도 생기고 일도 생기고 돈도 벌어중께라우. 우리 엄니는 우리덜을 키워주심서 요 바다에 언제나 있을 것이어라우. 언제나 고라고 일하시믄서 요기를 지키실 것이여라우.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엄니는 바다하고 짝꿍인 모양이랑게요. 나랑 영선이맹키로요.

<1990년대 초 완도 미역 공장에서>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최옥수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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