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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무술년 황금 개띠해를 보내며···“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임영열 시민기자 | 승인 2018.12.26 09:16
2018 무술년, 황금 개띠 해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 가고 있다 ⓒ 임영열

2018 무술년, 황금 개띠 해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 가고 있다. 이래 저래 사람 사는 일은 후회의 연속이라지만 저마다 가슴속에 회환을 품은 채,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은 몸무게를 확 줄였지만, 그 시간 속에 남겨진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해인들 순탄했으라마는 무술년 한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수많은 이슈들로 숨 가쁘게 돌아갔던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올 한 해 최고의 이슈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들 수 있다.

금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루어진 회담은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문 대통령이 금단의 선을 잠시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깜짝 월북’ 장면과 ‘도보 다리 회담’은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판문점 도보 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하고 있다 ⓒ 뉴스1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11년 만에 다시 성사된 정상회담은 5월 ‘통일각 회담’과 9월 ‘평양 회담’으로 세 차례나 이어지며 한반도를 ‘평화 무드’로 바꾸어 놓았다.

5.1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합동 취재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 국방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역사상 최초로 만난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며 전 세계 언론의 프레쉬 세례를 받은 바 있다.

2018 북미 정상 회담 6월 12일 역사상 최초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났다 ⓒ 합동 취재반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는가 싶더니 3월에는 이명박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까지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를 인정하며 15년 형을 선고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물었던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국민들의 물음에 사법부는 ‘다스는 MB 것’이라는 확실한 답을 내려 줬다.

평등과 정의를 실천하는 대다수 선량한 판사들의 뜻과는 달리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교류하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일부 재판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나 ‘사법부 너마저···’라는 국민들의 탄식과 공분이 이어졌다.

6·13 지방 선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14곳에서 압승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텃밭 두 곳만 지키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뉴시스

6월에 치러진 6·13 지방 선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주며 민심의 준엄함을 보여주었다.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14곳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압승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텃밭 두 곳만 지키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과 공정 경제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영세상인들과 중소기업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 폭등, 소득 격차 확대, 실업률 증가,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면서 경제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수석이 경질되기도 했다.

사회적 이슈도 많았던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MeToo 운동은 국내에서도 올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해서 문학계 최영미 시인으로 이어졌다. 정치계, 법조계, 문화계, 기업, 학교, 연예계 등으로 번져 가며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놓았다.

지난12월 11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업무 중 사망한 김용균씨의 유품  ⓒ전국공공운수노조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도 많았다. 지난 11월에 서울 종로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로 7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중 일부는 빈소도 차리지 못했다. '익명의 죽음들'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쓸쓸하게 떠났다.

지난 12월 11일에는 24살의 꽃다운 청춘, 비정규직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송 관련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라’는 촛불추모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년의 유품에서 발견된 컵라면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까지 사고로 얼룩졌다. 수학능력 시험을 마치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자 고등학생 10명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치료를 받는 참변이 일어났다. 사고 원인이 가스보일러 부실시공이라는 인재로 밝혀져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시원, 발전소, 펜션에서의 안타깝고도 무고한 죽음들... 이 모두의 억울한 죽음 앞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허상과 욕망’이라는 유령이 섬뜩하게 서 있는 2018년의 세밑이다.

심석(心石) 김병기 전북대 중어 중문헉과 교수의 휘호 '임중도원'.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고사 성어다. 교수협의회가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교수신문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매년 연말이면 교수들이 한해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전국 교수협의회가 무술년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교수들의 의견을 모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임중도원은 <논어 8장 태백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임중도원’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 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라고 밝혔다.

지난 무술년을 되돌아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많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곳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다. 5당 5색의 시대, 혼란과 혼동은 가중되고 사회적 갈등은 한층 증폭됐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를 상기하며 정부 여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래도 가야 한다. 2019 기해년(己亥年)은 황금 돼지해다. 돼지는 복과 재물을 불러온다고 한다. 희망이라는 '환한 힘'을 향해 우리 모두 함께 가야 할 때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짐이 무거울지라도.

임영열 시민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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