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마네킹, 116.8x80.3cm, digital printed on paper, 2018. [사진=G&J 광주·전남 갤러리]

서울 인사동 G&J 광주·전남갤러리에서 최철 작가의 개인전이 3월 20일(수)부터 4월 2일(화)까지 열린다.

최철 작가는 ‘사물에 대한 존재의 흔적’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다룬다. 최철의 작업은 에어브러시(뿌리기) 기법을 이용한 사물의 흔적 남기기의 그림자 그리기이다. 흔적을 통해 만들어진 그림자는 사물이 존재하는 공간 너머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의미화된다. 이렇게 사물과는 다르게 드러나는 그림자의 존재는 우리에게 실체를 인식시키는 표상으로서의 의미인지 혹은 허상으로서의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뿌리기 작업을 통해 나타나는 사물의 뒷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은 사물의 영혼을 담은 유령 같은 모습으로 화면 속을 부유하며 어떤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또한 평면에서 사물들의 실루엣 형상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실재감을 주는 양감을 드러내기 위해 3차원으로의 공간 확장을 시도한다.

그의 작품 속에 남은 흔적이었던 허상의 그림자는 이곳에서는 실재감을 회복하며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무의식 저변에 함몰되어 있던 농축된 작가경험의 흔적들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존재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조형화되어 표출되면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의 흔적들이 중첩되어 화면을 채우고 있음을 발견한다.

마네킹의 꿈201903I, 116.8x80.3cm, digital printed on paper, 2019. [사진=G&J 광주·전남갤러리]

몸 덩어리부터 시작된 생명력과 관련된 인간의 노동시간은 몇 살까지 허용될까? 퇴직 후, 연금은 언제부터 받아야 하나? 삶의 현장에서 물러난 우리는 온전한 몸뚱이를 갖춘 인간인가? 이번 전시에서 최철 작가는 사물 중에서 몸을 형상화한 마네킹에 집중한다. 그는 서울 신촌 어느 옷 가게의 폐업으로 쓰다가 버려진 마네킹들을 전시공간에 진열한다. 작가는 설치작업으로 쓰인 ‘마네킹은 몸통과 팔다리가 서로 맞지도 않고 기형적이어서 마치 그들의 삶의 흔적인 것과 같다’고 말하며, 그래서인지 다양한 색들로 이미 칠해진 마네킹 조각들은 그동안의 존재 시간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전시된 몇몇 작품을 보면 영화 AI(인공지능)를 회상하게 된다.

마네킹의 꿈201903II, 116.8x80.3cm, digital printed on paper, 2019. [사진= G:&J 광주·전남갤러리]

마네킹은 폐차장에 버려진 각종 파괴된 자동차들같이 해부되고 찢어지고 잘려나간 철조각과 같아 보이고 이들은 인간의 형상을 닮았지만 배터리가 다된 로봇처럼 보인다. 작가는 전시장 한쪽 벽에 동영상 작품을 소개하며 동영상 이미지를 통해 마네킹 조각들이 마지막 생명을 다해 삶을 욕망하듯 몸틀이 꿈틀거리고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영화 모던타임즈(1936)에서 기계들의 톱니바퀴 틈 속에 맞물려 돌아다니는 찰리채플린을 연상하였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작품 속 마네킹은 작가의 의도대로 조각난 체 버려진 산더미 안에서 막판의 춤을 춘다. 부정하고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변화되어가는 마네킹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리랑2018B, 116.8x80.3cm, digital printed on paper, 2018. [사진= G&J 광주·전남갤러리]

최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를 졸업하고, 파리1대학 판테옹소르본에서 조형예술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다양한 미술 작업을 통하여 여러 차례 개인전, 아트페어 및 그룹전에 참가하였으며, 현재는 뿌리기 기법을 이용한 ‘흔적 남기기’, 3D 디지털프린트 이미지 작업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을 ‘마네킹에 꿈을 담아 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시개요

- 전 시 명 : 최철 개인전 “마네킹의 이상스런 꿈”展

- 전시기간 : 2019년 3월 20일~2019년 4월 2일

- 전시장소 : G&J 광주·전남갤러리(인사동마루 본관 3층)

- 전시작품 : 회화 25점, 동영상 및 설치미술

- 관람안내

-T. 02)725-0040

- 홈페이지 : http://artmuse.gwangju.go.kr/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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