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창 지음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 표지. [사진=스타리치북스]

강원도 탄광촌에서 태어나 한국 가전산업의 전설이 된 강국창 동국성신(주) 회장.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경영 일선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가 이번에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스타리치북스)를 펴냈다. 이 책은 냉장고 도어 개스킷 등 가전부품에 들어가는 주요 성능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제조 기업 동국성신(주) 강국창 회장의 도전과 응전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강 회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포기가 빠른 지금 이 시대, 실패 앞에 두려워하는 지금의 세대들과 끄트머리를 함께하고 있는 선배로서, 내가 느낀 인생의 정의, 행복의 정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들이 다시 일어서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또한 이 책은 태백 소년이 한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한국 산업의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탄광촌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여덟 형제들과 부대끼며 자랐고, 학과라고는 광산과밖에 없던 공업고등학교를 다녔다. 그가 스스로 ‘흙수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그는 문득 깨닫는다. 이곳에서의 삶은 너무나 예측 가능하고 한결같으리라는 것을. 탄광이 아닌 삶은 생각지 못하리라는 것을. 저자의 아버지는 광부는 아니었어도 친구 아버지도 광부, 친구 형님도 광부, 건너 건너 이웃도 광부, 어쨌든 일을 한다는 성인 남자들은 모두 탄광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군에서 제대한 저자의 형도 탄광에 취업했다. “아……나도 결국 탄광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고 기회를 잡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한 것은 그의 인생에 첫 번째 성공이었다.

그는 대학시절 ROTC장교로 선택하여 리더십을 키웠다. “장교로서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 리더십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인간관계, 사람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론과 함께 훈련을 통한 실질적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ROTC 장교로 근무하면서 저자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났다고 말한다. “패기”.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 앞에서도 이겨내려는 굳센 기상과 정신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 패기는 사업에 실패한 후 저자가 다시 도전하는 힘이 되었다.

그는 리더십도 훈련이다고 말한다. “주어진 자리에서 사람을 중시하고 개인보다 공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임할 때 어느새 리더라 불리게 된다.”

직장생활을 할 때 저자는 이 리더십으로 임했다. 그래서 숙직과 야근을 도맡아 했다. 야근을 하다 보면 본업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부서의 일을 배우고 사람을 사귀는 등 많은 경험을 쌓은 덕분에 고속 승진이라는 더 큰 선물이 그를 기다렸다.

저자는 산업역군이자 충실한 엔지니어로서 혁혁한 성과를 올린 끝에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8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친 그는 블루오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와 본격적으로 전자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고 나서 그는 국내 최초로 냉장고 자석패킹 국산화에 성공했다. 머지않아 직원 수백 명을 거느린 젊고 패기 넘치는 리더가 되었다. 그의 공장은 언제나 분주하게 돌아갔다. 하루도 기계가 쉴 틈이 없을 정도로 가동되었고 개발실의 불은 날마다 켜져 있었다.

잘 나가는 그를 정치가 유혹하여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 끝은 처절했다. 출마를 위해 자리를 비운 회사는 저자가 전적으로 신뢰했던 임원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다. 잘나가는 기업 대표였던 그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 그 많던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고, 가족과도 떨어져 겨우 생사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 중 신앙을 갖게 된 신앙의 길에 들어선 저자는 다시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과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하신다는 절실한 믿음이 그를 지탱했다. 창문 하나 없는 공장을 얻어 열심히 쓸고 닦은 뒤 예전에 쓰던 기계들을 옮겨왔다. 약 2년 만에 공장을 가동하였다. 사명은 자금을 빌려준 친구의 이름 중 하나인 ‘동’, 그리고 자신의 이름 중 하나인 ‘국’을 합쳐 ‘동국전자’라고 지었다. 지금의 ‘동국성신’의 전신이다. 1983년의 일이었다. 그는 말한다.

“성공을 맛보고 난 뒤 어떤 이유에서든 실패를 하게 되면 가진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동시에 용기 또한 잃는다. 주변에 많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때로는 가족마저 등을 돌린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떠나갈 때의 상실감과 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으리란 불안감은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런데 인생은 언제나 플러스마이너스 곡선을 그린다고 말한다. 좋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고, 기회를 잡을 때도 실패할 때도 있다. 그 파동에 자연스럽게 주파수를 맞추되 실패했을 때 일어설 용기, 나아갈 패기만 갖춘다면 기회는 또다시 찾아온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변하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도 세상은 의외로 용기와 패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니 용기와 패기만 잃지 않으면 된다.”

저자는 사업을 재기한 후 기업에 혼을 실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왜 일해야 하는지, 무엇이 자신을 일하도록 이끄는지 명확히 알고 일하는 것이다. 동국전자가 다시 시작되면서 나는 바로 이 혼을 다해 일하는 기업을 그렸다. 국내 최초로 국산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라는 타이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를 넘어 기술로 승부를 걸고, 더 질 높은 기술로 부품 국산화에 일조하라는 소명, 그 소명이 일하는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과연 혼이 쏙 빠지도록 일하면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신나고 즐거웠던 것 같다.”

저자가 운영하는 동국전자에 일했던 사람들은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회사가 정직했고 공평했기 때문이란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이상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고, 과정은 공평하며, 도전은 창의적일 수 있도록 또한 결과는 정의롭게 나누겠다는 경영 철학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저자는 또한 원리를 강조한다. “원리를 탐구하는 자세는 창업 이후부터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연중목표나 중장기적 비전 등을 수치화하여 특별한 목표치를 두 지는 않지만, 원리에 대한 깊은 연구와 그 연구를 기반으로 한 개발은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저자는 “인생 전체를 두고 볼 때 고통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일생을 통틀어 보면 기쁠때와 고통스러울 때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뜻으로, 희로애락, 즉 나그네 인생에서 겪게 되는 기쁨과 고통의 총량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마다 무엇을 특별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을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달라진다.”

실패가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위축되고 주눅 든다. 그런 이들에게 저자는 다시 사업을 일으켰을 때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에 따르면 재기에 필요한 요소는 기술도 인력도 돈도 아니다. 저자에게는 용기와 패기였다.

그의 기업 동국성신은 그가 ROTC 시절 소대장을 지내며 가졌던 패기에 애플사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략경영과 혁신경영의 패러다임을 더한 창조경영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오랜 시간 동안 산업의 일선에서 중소기업의 선두주자로서 끊임없이 성장한 동국성신, 그리고 강 회장은 오늘도 기술 보국을 이루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흙수저 연금술 십일계명이 있다. 1.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주목하라 2. 가능한 일찍 실패하라 3. 죽도록 배워라 4. 형식주의를 타파하라 5. 기본으로 돌아가라 6. 멀티플레이어를 꿈꿔라 7. 관찰하고 상상하는 부자가 되라 8.명심하고 실천하라 9. 올바른 경영관을 가져라 10. 육신의 건강과 영적인 건강의 밸런스를 맞춰라 11.좋은 인간관계를 맺어라

오랜 경험과 지혜로 정립된 강 회장의 경영철학이 지금도 꿈을 위해 비전 일지를 쓰는 젊은이들, 혹은 실의에 빠져 허덕이는 이들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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