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다도면 암정리의 운흥사 두 돌장승은 표정이 생기있고 재치가 있다. 오른쪽 할머니 장승은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 새겨져 있다. 불회사의 할머니 장승처럼 온화한 맛이 없고, 강한 인상을 하고 있다. 특히 뒷면에 강희 58년(1719년)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서 비슷한 유형의 돌장승들의 제작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민속자료이다.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라 새겨져 있는 왼쪽 할아버지 장승은 온화하고 인자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또 큰 이빨 두 개가 입의 좌우에 노출되어 있고 수염이 턱밑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불회사 돌장승과 견주어 보면 조각법과 원형의 눈동자 등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이들 장승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암군 금정면 남송리 쌍계사터 돌장승(전라남도 시도민속문화재 제17호)이 있다. 화강암을 잘 다듬지 않은 채 얼굴만을 조각하고, 몸체의 앞면에는 당장군·주장군을 새겼다. 머리에는 벙거지를 썼고 이마는 심하게 주름이 잡혀있고, 툭 불거진 퉁방울 눈과 주먹코를 하고 입은 꽉 다물었다. 이 장승들이 세워진 시기는 나주 운흥사 장승이나 불회사 장승이 세워진 18세기 중엽으로 추정된다.

원래 장승은 나무나 돌을 다듬어 만든 사람 모양의 조형물로 흔히 마을의 입구에 세워져 마을에 닥치는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지방에 따라 벅수, 벅시, 법수, 수살목, 당산 할배 등으로 불렀다. 그 기원을 선사 시대의 솟대나 선돌로 추정할 만큼 우리 역사와 긴 시간을 함께 해왔다,

이처럼 민간 신앙의 한 형태로 면면히 이어온 장승은 조선 시대에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공동체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한 장승은 소속과 위치에 따라 마을을 지키는 마을 장승, 절집의 입구에 세워진 사찰장승, 지역 간의 경계, 성문, 병영, 도로 등에 서 있는 공공장승 등이 있다.

장승에는 나무로 만든 나무 장승과 돌로 만든 돌장승이 있다. 나무 장승은 길가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서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썩어서 넘어진다. 함양 벽송사의 나무 장승은 은퇴하여 보호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에 돌장승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붙박이로 계속 사용할 수 있어 현재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로 나무를 이용한 장승들이 일반적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솟대와 함께 세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