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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상생의 품앗이발행인 칼럼
성슬기 기자 | 승인 2019.10.07 18:15

역사를 들여다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생존 철학은 무엇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훌륭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그들만의 생존법칙, ‘상생(相生)적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살타생아(殺他生我)’적 방법은 결국 스스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고, 상보적(相補的)관계로 너 살고, 나 살자는 상생만이 성공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는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가 인간 사회의 삶이 사람의 ‘주고받음’에 의해 유지된다고 한 말과 같다. 우리 옛 농촌에 일손을 서로 돌아가며 거두어 주는 ‘품앗이’라는 아름다운 풍습도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방법이다.

옛 결혼문화가 부족 간, 가문 간, 이웃 마을과 지역 간의 주고받음을 통해서 상호 물질적 거래와 문화적 교류, 신분적 상승 등 발전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존의 역사를 보면 모두가 이처럼 상생적, ‘주고받음(give & take)’의 관계로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주고받음으로 성공한 최고의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꼽을 수 있겠다. 세종은 당시 한문을 통해 지식과 신분의 우위를 독점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누려오던 사대부들의 엄청난 저항에 맞서 백성들을 위한 한글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내가 글 없는 백성들의 아픔을 딱하게 여겨서(予爲此憫然)’ 라는 반포문 속에, 백성의 아픔을 감지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밝히고 있다. 백성을 나라의 소중한 고객으로 여긴 세종은 고객이 절실하게 받고 싶어 한 것(한글)을 생산해서 백성에게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이라는 제품은 불멸의 최고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고려 말 삼봉 정도전은 나주 유배 생활 3년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권력 중심으로부터 배제되어 10여 년 가까이 이어진 유배와 유랑 생활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새 세상을 열고자 하는 웅지(雄志)를 가슴에 품은 정도전은 당시 비주류였던 동북면도지휘사 이성계 장군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의기가 투합되었고, 역성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정도전의 지략과 이성계 의 군사력이 결합해서 조선을 창업했으니, 이 역시 주고받음의 전형적 형식을 갖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줄 수 있어야 받을 자격도 있다. 가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씨앗을 뿌린 자는 반드시 거두리라’는 것은 자연의 법칙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관계에서도 불변의 진리이다. 이성 간(異性間)의 오고가는 사랑, 암컷과 수컷이 결합을 통해 생명을 잉태하듯, 세상만사가 음양(陰陽)의 조화(造化)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없다. 주고받음의 좋은 사례로 양봉원과 과수원의 관계가 있다. 과일 나무는 벌이 찾아와서  루받이를 해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벌들은 꽃을 찾아 꿀과 화분을 채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벌과 과수는 공존의 법칙을, 양봉원과 과수원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서 ‘너 살고, 나 살고’ 식의 상생법칙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주고받음 관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반드시 고객의 요구와 눈높이에 합당할 때 거래가 이뤄지는 법이다. ‘가치와 가격’이라는 경제적 논리로 말하면 ‘가치가 가격보다 크거나, 최소한 동등’해야 만이 거래가 이뤄진다. 이는 비단 물물거래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우리는 그와의 공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문화재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면서, 보존과 활용만이 서로가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상보적(相補的) 관계이자 상생이 아닐까 싶다. 

[대동문화 113호, 조상열 발행인 칼럼]

성슬기 기자  tmf5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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