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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 .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라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쫒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조병화(1921~2003) 시인의 시 '12월' 전문. 시집 <딸의 파이프> 중에서

어느덧 올해도 12월의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물어 가는 기해년(己亥年)의 끄트머리에 서 있습니다. 쫒으며 쫒기며 달려온 세월입니다.

아기 손처럼 보드랍던 연초록의 잎새들은 무성했던 진녹의 여름과 아름다웠던 가을의 단풍을 추억하며 무채색 낙엽이 되어 차가운 아스팔트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마치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무심한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잎새의 일생이 이렇듯 허무하고 쓸쓸하다’고 온몸으로 시위하고 있습니다.

잎을 다 떨군 채, 본질적인 모습으로 서있는 겨울 나뭇가지에는 빈 까치집이 걸려있습니다.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입니다.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요.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생각의 저편으로 아물 아물, 손을 흔들며 떠나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상은 큰 잔칫집처럼 바쁘고 떠들썩하게 돌아가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깊이 침잠해 있습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등등.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아쉬움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12월을 순우리말로 ‘마음을 가다듬는 한해의 끄트머리 달’이라는 의미를 담아 ‘매듭달’이라고 합니다. ‘끄트머리’라는 말에는 ‘끝과 시작’의 의미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12월은 매듭지어 끝마치는 ‘종점’이 아닌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된 ‘출발점’입니다. 새로운 것의 근원이 되는 12월입니다.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