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도시라고 외치는 광주에 제대로 된 상징조형물 하나 없어 광주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호남지역에서 조선 중기, 한말 등 시대별로 역사적인 의병활동이 활발하게 발생했지만, 이를 상징할 수 있는 기념관. 추모탑조차 없어 관계부처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남지역은 예로부터 의병(義兵)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지역이다. 그 중심에 의향의 도시 광주를 주변으로 전남 지역에 수많은 의병들이 있다. 이들의 의병활동은 고향인 전라도만이 아니라 멀리 경상도와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한 달음에 달려가 명성을 드높였다.

의병 도시브랜드로 내세우기 ‘무색’

오래전부터 호남지역에서 민중이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것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정신적 가치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유적지, 사적지 등이 분포되어 남아있다.

광주 광산구 어등산(魚登山) 일대에는 골짜기마다 의병전적지가 있어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이처럼 오래전 의병활동으로 형성된 의향의 이미지는 지역의 도시브랜드로 키워내기 충분한 소재이다.

그러나 광주지역에는 마땅한 의병기념관 조차 없어 ‘의향’이라는 애칭이 무색해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 어등산 일대 박산마을, 절골 등 의병전적지가 곳곳에 있다. 광산구에서는 2008년부터 매년 10월 25일을 ‘의병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광산문화원, 광복회 광주지부, 박산마을자치위원회 등 3단체가 협력해 사단법인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의병기념관 건립은 기념사업회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는 추모제 및 기념식 개최와 한말 호남의병 공원 조성, 기념탑·기념관·추모관·교육관 건립, 한말 호남의병사 출간 및 교과서 수록 추진, 관련 연극·영화제작 홍보, 타 지역 교류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

기념관 건립, 정부 부처 지원 필요해

문제는 광산구 일대에서 펼쳐지는 의병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단발성 기념식 행사로만 그치고 있다. 이제는 몸집이 기념관이나 추모탑, 생가터 보존 등의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광산문화원 이현선 원장은 “의병기념관이 건립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부지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기념관 건립을 위해선 보훈처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원장은 “어등산의 골짜기마다 의병 전적지가 있고, 광주 의향의 맥이 흐르고 있는 어등산에서 시유지가 많은 절골 부분이 기념관 부지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타 지역의 경우 의병이 머물렀던 근거지를 일대로 의병기념관, 추모탑이 모여 있다. 경북 청송의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 청송 지역에만 제한하지 않고, 전국에 퍼진 의병들을 전부 봉안한 사당이 마련되어 있다.

전국적인 항일 의병의 자료를 수집한 청송 화전등 항일의병기념공원은 역사교육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그만큼 의병에 관련한 자료를 세부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놓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심층적 현장 조사, 자료 추가 발굴 부재

충남 홍성의 경우 수천 명이 순절한 무명 의병들을 기리기 위해 홍주의사총(洪州義士塚)이 자리 잡고 있다. 홍주의사총에는 수많은 유골을 모아 합장한 분묘와 홍주의병기념탑이 있다.

충북 제천에는 을미의병의 최도 지도자 유인석 의병장의 영정이 봉안된 자양영당과 의병전시관, 의병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광산구청 한말 어등산의병 추모사업 담당자는 “광산에서는 매년 10월 25일을 의병의 날로 지정해 의병기념식을 열고 있다”며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서는 자치구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어등산 일대의 김태원 의병장 토굴, 전적지 등은 달랑 안내판 하나만 세워져 초라하기 그지 없다. 역사적으로 의미는 있는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소홀히 관리되고 있다는 현장을 보면서 '민주도시'를 외치는 광주가 부끄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호남지역의 의병기념관 건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의병 관련 자료 수집 및 발굴, 심층적인 현장 조사가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의병활동을 ‘한말’로 시대를 제한시키지 않고, 순차적으로 시대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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