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18년의 통계치로 한국의 평균소득 순위를 발표했다. 평균소득(연봉)이 가장 높은 직업은 기업 고위 임원, 국회의원, 외과 의사였다. 반대로 소득이 가장 적은 직업은 자연 및 문화해설사였다. 연봉은 1078만원으로 발표가 됐다. 이어 시인(1209만 원), 소설가(1283만 원), 연극 및 뮤지컬배우(1340만 원), 육아도우미(1373만 원), 방과 후 교사(1647만 원) 순이었다고 한다.

2001년부터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해 이러이러한 기사가 났습디다 하고 반응을 떠봤다.

“내가 우리 문화해설사 중에서 최고참인디, 일주일에 2번, 하루에 5만 원씩, 1년에 480만 원 정도나 번갑소.”

20년 동안 연극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서울 동숭동의 후배에게 목소리를 깔고 점잖게 물었다.

“선배님! 코로나19로 막을 올리지 못해 극단 식구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는디, 한가하게 나한티 시방 설문조사를 허요? 연극 올리게 되믄 초대장 30장 보내드리께, 그때나 봅시다.”

후배는 갑자기 초대권 강제 예약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어 친구 시인한테 전화했다.

“아야! 나 실업급여가 이번 달로 마지막이라 신청하러 간께, 끊어라 잉! 내 목구녕이 지금 포도청이여!”

급한지 다음 얘기를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읽어본 연구 자료는 직업별 평균소득이 아니라, 2018년 한국의 직업정보였다. 600개 직업 1만 8176명을 분석한 결과로 매년 청소년, 구직자, 진로 상담교사, 학부모, 인사 담당자 등 직업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였다.

내 직업이 사회에서 갖는 위상, 앞으로 내 직업의 미래 전망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큰 것인데, 언론들은 이 내용들 중의 일부만 발췌해 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 순위만 부각해 보도했다. 이 자료를 읽어보면 기자는 10년 내 없어질 직업의 순위에 포함돼 있었다.

10대 직업대 분류로 보면 나는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 직업 종사자나 ‘협회 및 단체’ 종사자 군에 들어 청년층(35세) 종사가가 많은 직업 3위에 포함됐다. 사회적 기여도, 타인의 인정 등으로 봤을 때 예술 직업군은 2위로 조사됐고, 자녀에게 동일한 직업을 권유하겠느냐는 문항에 5위의 순위로 답변했다. 직업 안정성, 발전 가능성, 근무 조건, 직무 만족도는 5위였다. 소득으로는 하위 30%였다.

10년 후 일자리가 증가할 직업군에는 프로게이머, 인공지능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 놀이 치료사, 전문 간호사, 웹 방송 전문가, 반려동물 미용사, 자연 및 문화해설사, 예술치료사 등이었다. 10년 후 일자리 감소 직업에는 잡지 기자, 어부 및 해녀, 통계 설문 조사원, 출판물 기획자, 세탁원, 매장 정리원, 구두 미화원, 대학 교수, 교사, 철근공, 신문기자 등이었다.

결국 예술가들이나 문화인들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직업이지만, 근무 조건이나 안정성은 낮고, 소득은 가장 낮다고 평가됐다. 그리고 나의 직업 지표를 이 평가 데이터에 넣어보면 ‘고객님! 지금 빨리 1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군으로 갈아타세요’ 이렇게 말할 것이었다. 예술직업군보다 더 힘겨운 직업군은 미용·여행·숙박·음식·경비·청소직, 건설·채굴직, 설치·정비·생산직, 농림어업직이어서 이분들께는 더 할 말이 없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온다고 한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새로운 체계는 무엇일까? 아직 코로나 확산에 대한 대응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문화기획자의 눈에 ‘빅 체인지’나 ‘새로운 세계 질서’는 너무 큰 거대 담론이라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역설적으로 고용 한파가 닥쳐 예술가들이 겪을 일자리 소멸이 걱정이다. 공연, 전시, 영화, 체육 행사 등이 언제 재개될지도 의문이다. 문화 지원 정책들도 아직 갈피조차 잡고 있지 못하다. 마이너스 수익과 할 일이 없게 되어 겪을 사회적 우울이 걱정된다. 모든 국민들이 같은 마음, 같은 처지라 예술과 문화 부문에 특별히 일자리 지키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할 수도 없다.

무관객, 무관중의 극장과 객석을 어떻게 견딜까. 이 위기 상황이 지나면 관객이 확보될지, 아니면 다른 예술 향유 형태의 시스템이 나타날지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

연대와 화합이 이 세계적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세계적 위기를 돌파한 후에도 단결과 나눔의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 가치가 담보되지 않아서 무너지고 있는 선진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불투명한 민주주의 가치의 몰락을 본다.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 푸른 줄을 안다. 가정도 국가도 위기를 겪어봐야 가족과 국민성의 푸르름을 안다. 생존의 기반이 무너질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의 단결을 견인하는 문화의 힘을 믿는다. 예술가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그뿐이다.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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