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정부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초 슈퍼 추경을 편성했다. 한 해에 3차 추경을 마련한 것은 반세기 만이라고 한다.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등 55만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데 3조 6000억 원, 실업자에 대한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확대에 3조 5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한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서민층,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주거 안정과 문화예술·체육 종사자 및 국가유공자 등을 위한 보조금을 확대한다.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1300호 추가 공급 등에 재원을 긴급 수혈한다. 여기에 5년 간 76조원을 더 쏟아 부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더 구체적으로 3399억 원을 편성해 문화예술 분야 공공일자리를 확충하고, 할인 소비 쿠폰을 지원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문화 분야의 ‘한국판 뉴딜’ 사업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미술가와 예술가 8000여명이 전국 공공시설에 벽화와 조각 등의 작품을 설치하는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안전한 여행과 공연 관람을 위해 주요 관광지와 소규모 공연장에 ‘방역 지킴이’ 6441명이 배치된다. 공연예술 인력 3000명을 채용, 문화예술단체에 파견해 공연업계 피해 복구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

아울러 문체부는 공연과 전시, 영화, 숙박, 관광, 체육 시설 등 6대 분야 소비쿠폰에 716억 원을 투입해 국민 688만 명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비대면·온라인 문화 확산에 대비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640억 원을 투입한다.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149억 원)으로 예술인 2700여명이 온라인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1인당 제작비 평균 500만원을 지원한다.

‘스포츠 원격 코칭’ 시장을 육성하는 사업(55억 원)은 헬스·요가 강사 등 민간 체육 인력들이 비대면 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다. 이밖에 예술인 3260명에게 1인당 300만원의 창작준비금(99억 원)을 지급하고, 경영난에 빠진 스포츠 기업 100개 업체에 2억 원씩 융자금을 제공하는 등 분야별 회복 지원에도 344억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때 지원 대상자를 공정하게 선별하는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 활동 증명 등록제도 등이 활용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거나 신청 자격이 없는 사각지대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예술인 직업 인정 행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5월 6일을 기점으로 정부가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비대면, 무 관객 공연도 이어지고 있고, ‘좌석 간 거리두기’를 전제로 공연이나 전시도 다시 시작됐다.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면서 TV와 유튜브로 방송되는 문화예술 작품 관람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져온 변화는 아직 다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역시 ‘먹고사니즘 이후의 예술’, ‘배부르고 난 다음 돌아보는 문화’였다. 그러다보니 공연예술계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종사자들이 휴직, 전업이라는 생계의 사각지대에 갇히게 됐다. 예술로 밥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예술가라는 말이 요즘처럼 힘겨운 시대가 있었을까?

예술이 직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술인을 직업으로 보고, 이들의 평균 임금, 계약, 구직, 일과 직업 형태 등 노동 조건을 면밀히 살펴보는 시스템이 다시 점검되어야 한다. 예술인 지원과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절실하다. 예술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시작돼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과 전시 등의 작품 영상화 사업이 돌파구로 주목됐다. 초고화질 ‘공연 영상화’ 사업이나 AR, VR 매체를 활용한 ‘실감 영상화’ 사업을 통해 관객들을 또 다른 객석인 컴퓨터 앞으로 끌어오는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온라인 문화상품’ 창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전문가를 양성해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향유자도 창조자도 ‘문화 보릿고개’라는 타격을 입었다. 문화예술가들도 밥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이들 수천 명의 예술가들이 직업으로서 예술인의 지위를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현장 예술가들이 재난 상황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새로운 예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위기는 분명 기회다. 그러나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기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준비하면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화예술도 그렇고, 이 기회에 문화 예술 분야의 ‘한국판 문화 뉴딜’, ‘광주 전남 판 예술뉴딜’라는 항구적인 미래를 개막하자.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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