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비평 칼럼
이제부터 속도전 전면전이다
이수정 기자 | 승인 2020.09.04 15:25
백승현 대동문화 사무처장

최근 발표된 2020년부터 2035년까지의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진흥 중장기 종합계획’을 읽어보니 광주시 5개 자치구별로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을 조성하는 데 150억 원을 들인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과연 복합문화공간이 시정 장기 과제에 속할 만큼 절실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또 이 보고서에 ‘오지호 생가’라는 문화재명이 나오는데 이는 오류다. 동구 지산동에 있는 서양화의 대가 오지호 선생의 집은 ‘태어난 집’이 아니라 1954년부터 타계한 1982년까지 ‘살던 집’이다. 따라서 ‘오지호 가옥’, ‘오지호가’가 맞다. 아마 속도전으로 연구하다보니 이런 오류가 생겼을 것이다.

속도전이라는 낱말에 적합한 역사상의 인물을 대보라 한다면 칭기즈칸이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1206년 부르칸 칼둔 성산에서 쿠릴타이라는 부족 국가를 만든 칭기즈칸에게 1210년 금나라 사신이 복종을 요구하러 왔다. 그는 사신 앞에서 침을 뱉었는데 그것이 전쟁 선포였다. 1211년 원정을 결정한 그는 1215년 금나라 수도 중도(지금의 베이징)를 포위해 황제를 무릎 꿇렸다.

1219년 중동 지역을 광대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호라즘 원정을 시작한 그는 그해가 끝나기 전 지배자 투르크 무함마드 2세의 항복을 받아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었다.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가장 광대한 지역을 차지한 정복자 칭기즈칸의 주력 부대는 기병 6만 5천명이었는데, 속도전의 주요 전략은 지구력 강한 몽골 말과 보급부대를 두지 않는 손쉬운 이동성이었다. 부대원들은 육포와 마른 젖 덩어리를 휴대했고, 충성심이 강한 부대는 조직화된 편제로 기동력을 발휘했다. 적이 제대로 대응하기 전에 전격적으로 기습하는 속도전, 기습하려는 적의 영토 전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전면전이었다.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전략을 사용한 정복자라는 점에서 칭기즈칸은 창조적 인물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세계 인류 역사상의 도전에 대한 전략은 칭기즈칸처럼 속도전, 전면전이 되어야 한다. 손쉬운 이동성이라는 전략만 빼면 된다. 지금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시대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라는 책을 썼는데, 책 제목은 ‘유목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는 인간을 세 부류로 나누었다. ‘인프라노마드’는 대물림에 의해 원시부족의 마지막 후손들이 된 사람들과 주거지가 없는 떠돌이, 이주 노동자, 트럭 운전수나 외판원과 같은 이동 근로자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정착민으로 농민, 상인, 공무원, 의사, 교사, 한 직장에 소속된 노동자, 기술자, 은퇴자, 어린이 등이다. 세 번째 부류는 자발적 노마드로 ‘하이퍼노마드’라고 부른다.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속하고 연구원, 음악가, 통역사, 관광객, 운동선수, 안무가, 연극배우, 연극연출가 또는 영화감독 등이다.

우리는 어느 때는 ‘정착민’이다가 어느 때는 ‘하이퍼노마드’가 되는 유목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책에서 자크 아탈리는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자동차나 트럭으로 통행하고 있으며, 매 순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공중에 떠 있고, 40년 내에 매년 30억 명 이상이 비행기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모 노마드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 한 자리에 머물며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가는 창조적인 인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21세기는 신유목의 시대 또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다. 정보기술을 갖추고 지구를 떠도는 창조형 인물형이,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인간이, 21세기를 열어가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예술가는 늘 호모 노마드다.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가면서 정주하지 않는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신세계로 나아간다. 예술은 그 신세계에서 펼쳐지는 삶의 가치를 보석으로 캐낸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가 온다고 미래학자들이 전망한다. 전혀 새로워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무대에 작품을 올리기 위해 연습하고 관객을 모으고 공연을 펼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예술이 유통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오래된 관습과 구태는 깨지고 새로운 규칙은 지금 실험되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몇 십 년의 인류의 삶의 형태를 결정짓게 된다고 규정한 학자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정한 형태의 공연장과 전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의 삶이 공연과 전시에 융합되는 ‘새로운 시대의 예술’이 창조될 것이다.

새로운 예술 형식과 내용에 도전하는 ‘속도전’ 예술가들을 ‘속도전’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급하다. 새로운 실험 정신을 가진 예술가들이 곧 우리 삶으로 기동성을 발휘해 나타날 것이다. 호모 노마드 시대를 정착민의 시대로 만든 코로나19. 광주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이니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창조를 속도전과 전면전으로 펼쳐 코로나19의 승복을 받아내게 될 것이다.

글_백승현 대동문화 사무처장

이수정 기자  yihyeon06@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광주광역시 남구 중앙로 87, 12층(케이비씨방송빌딩) | 대표전화 : 062-674-6568 | 등록번호 : 광주 아 00227 | 등록일 : 2016.02.19
발행인 및 편집인 : 조상열 | 발행 : 사단법인 대동문화재단 | 사업자등록번호 : 410-82-1118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상열
Copyright © 2020 채널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korea95@hanmail.net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