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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 웃음에 스며가는 소확행
조상열 발행인 | 승인 2020.09.14 15:16
대동문화재단 조상열 대표

나는 꽃 중에서 함박웃음이 연상되는 함박꽃이 좋다. 함박꽃나무는 생김새가 무성하고 잎사귀는 감나무 잎 같은 초록빛으로 보기에도 좋다. 탐스런 꽃은 매혹적이면서 향기 또한 그윽하여 정원수로 사랑받는 토종 우리 나무다.

천녀화(天女花)라고 하여 ‘천상의 여인’에 비유되고 있을 만큼 아름다운 함박꽃은 함백이 꽃, 천녀목란(天女木蘭), 산목단, 산목련, 개목련이라 불리기도 하고, 북한에서는 나무에 피는 난초 같다는 뜻으로 목란이라 불리며 국화로 대접을 받는 꽃이다.

목련과 거의 흡사한 것 같으나 목련은 꽃이 핀 다음에 잎이 나오지만, 함박꽃나무는 잎이 나온 다음에 꽃이 핀다는 차이가 있다. 초여름에 피는 함박꽃은 여섯 장의 하얀 꽃잎으로 둘러싸여 땅을 향해 피어난다. 그 모습이 마치 하얀 모시옷을 정갈하게 입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앉은 청상(靑孀)을 연상케 하며, 뭇 사내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기도 한다.

‘함박눈’ ‘함지박’ 이라는 말은 어감이 매우 좋고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고운 우리말이다. 함박, 함지, 함지박이 모두 동의어로 본래 ‘함’은 ‘크다(大)’는 우리말로 ‘크고 환한 것’에 주로 쓰인다. ‘함박’은 ‘한(大)+박’ 곧 ‘큰 박’과 ‘큰 바가지’를 뜻한다. ‘함박’의 반대어는 ‘죡(小)+박’으로 ‘족박’을 거처 ‘소(小)박’이 되었다. 일례로 어떤 일의 성패에 따라 ‘대박 났다’, ‘죡박을 찼다’라고 하는 경우에서 알 수 있다. ‘함지’는 중국어 ‘函子(함자)’에서 유래한 말로 ‘함지’에 ‘박(바가지)’이 덧붙여져 ‘함지박’이 된 것이다. ‘함박’에는 ‘함박꽃’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함박’은 ‘(큰 박처럼) 크고 탐스러운’ 또는 ‘(함박꽃처럼) 굵고 탐스러운’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오던 생활용기에도 ‘함박’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었다. ‘함지박’이라고도 불렀는데 ‘통나무 속을 파서 큰 바가지 같이 만든 그릇’으로 인정이 넘치도록 넉넉함을 담아주는 우리의 전통 그릇이다. 가정에 따라 생활 용품이나, 곡식 또는 음식을 담는 등 다용도로 사용했다.

통나무의 생긴 모양 그대로 속을 파내어 만드는 함지박은 요즘의 큰 대야 형태로 크기와 모양새는 다양했다.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나 사용처에 따라 만들었던 탓에 어떤 것은 둥글고 어떤 것은 네모나고 크기나 길이도 일정하지 않았다. 한 개의 함지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서민들이 산에서 큰 통나무를 베어다 짜귀질로 다듬어서 그늘과 이슬을 통해 말린 후 일일이 손도끼로 속을 파내는 등 몇날 며칠이 걸려서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하나의 함지박은 나름의 장인(匠人)정신과 혼이 배어 있는 걸작이었다.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는 웃음, 함박웃음은 입을 함지박처럼 크게 벌리고 웃는 웃음이다. 이처럼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의 웃음이 있다. 우선 아가들이 천진스레 웃는 방긋 웃음, 매혹적인 웃음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살인미소, 소리 없이 빙그레 웃는 미소(微笑), 석굴암 본존불의 신비의 엷은 미소, 서산 마애불의 백제의 미소 등도 있지만 그래도 함박웃음만큼 기분 좋은 웃음은 없을 것이다.

떠들썩하게 웃는 홍소(哄笑), 크게 웃는 대소(大笑), 크고 갑작스레 웃는 폭소(爆笑), 소리가 이외 크고 유쾌하게 웃는 파안대소(破顔大笑),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는 앙천대소(仰天大笑), 박수를 치며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 큰소리로 껄껄 웃는 가가대소(呵呵大笑)가 있다. 또 매우 기쁜 표정을 짓고 웃는 희소(喜笑), 귀엽고 요염하게 웃는 교소(巧笑), 이야기하며 웃는 담소(談笑), 눈웃음을 일컫는 목소(目笑) 등이 기쁘고 긍정적인 웃음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의 웃음으로는 비웃는 태도로 웃는 조소(嘲笑), 코웃음(흥)은 비소(鼻笑), 쌀쌀한 태도로 비웃는 냉소(冷笑), 독기를 품고 웃는 독소(毒笑), 속으로 비웃는 암소(暗笑), 남을 속이고 웃는 기소(欺笑), 쓴 웃음은 고소(苦笑)라 한다. 또 피식 웃는 실소(失笑), 바보처럼 어리석게 웃는 치소(癡笑), 부끄러워 웃는 치소(恥笑), 대수롭지 않게 웃는 가소(可笑) 등이 있다.

세계적인 웃음박사 소피 스콧교수는 “웃음은 언어가 발달하기 이전부터 인간이 타고난 최초의 의사소통 수단의 하나다. 갓난아이의 방긋 웃는 얼굴이 좋은 예다. 또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 웃음은 우리가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에 있다는 무의식적인 신호다.”라고 했다.

미국의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는 “웃음은 꼭 농담에 대한 반응이라고 하기보다는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이다. 사람들이 반드시 재미있어서 웃는 것만은 아니다. 유머 때문에 웃는 웃음은 20% 정도이고, 만날 때나 헤어질 때 ‛반갑습니다.’, ‛나중에 또 봐요.’ 등의 인사를 하면서 웃는 즉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웃음이 80%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웃음은 인간이 표현하는 전형적인 사회적 신호이자 비언어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은 좋은 웃음의 긍정적인 효과를 말해준다. ‘우습게 본 풀에 눈 찔린다.’라는 말은 가벼워 보이는 일도 진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큰 실수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웃음이 들어간 속담이 주는 교훈도 새겨둘 만 하겠다.

옛 사람들은 웃는 집에 복이 온다하여 문간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써서 붙였다. ‘일소일소일로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라하여 웃으면 젊어지고 화를 내면 늙어진다고 했으니, 아무리 힘들더라도 웃으면 만사가 술술 잘 풀린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웃을 일이 적어졌다. 만나야 얼굴을 볼 텐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탓에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만난다 해도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의 표정을 단박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럴수록 함지박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함박꽃처럼 환한 얼굴로 함박웃음을 나눈다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둘씩 스며가지 않을까.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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