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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재의 '삶의 뒤안길에서'(평설 정재영 장로)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08.26 08:27

동심은 창조의 원형이며
꿈은 실체의 반영이다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한 점 바람이었다.
실낙원의 뒷뜰에 이삭 줍는 청지기로

아! 바람이 분다.
재잘대는 해 맑은 숨소리
동심은 아직도 살아 있어
잠든 창가에 콩콩 뛰는 가슴으로
침전하는 나를 깨운다.

동심은 토종 육모로
새싹 틔워낸 씨방처럼
빈 껍질로 지켜온 교단 반 백년
웃고 울고 아물지 않는 상처가
그리움은 이십사 계절
마지막 잎새를 달고 죽어도 죽지 않으리...

파랑새 고운 날
휘파람 부는 언덕에
지금은 강 건너 외딴 주막에서
꽃을 가꾸는 원정(園丁)으로
늘 푸른 나무 시를 외우며
그대가 깃들일 꿈을 꾼다.

   
▲ 정 재 영 장로
시제(詩題) ‘뒤안길’은 사전에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나 있는 길’이라 나오는 순수한 우리말로, 요즘은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아마 주택의 형태가 바꾸어져서 일 것이다. 동시에 사전에 ‘다른 것에 가려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쓸쓸한 생활이나 처지’로 풀이한다. 단어 자체가 많은 함축성을 가진 참 아름다운 말 중 하나다. 곧 시어다. 삶의 뒤안길이란 그 동안 살아온 인생여정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들의 숨겨진 추억을 말하고자 함을 의도적으로 숨겨둔 것이다.

첫 연에서 동심과 꿈을 원형과 반영으로, 즉 본질과 실제라는 형이상학적 논리로 진술을 하고 있다. 꿈을 이루는 것은 동심이며, 동심이 있어야 꿈을 이룬다는 뜻이다. 꿈을 이루는 창의성(창조)의 원천이 동심이라는 것이다. 4연에서 반백년의 경험을 통한 교육자의 입장에서 내린 결론이다. 2연은 바람처럼 지나간 세월동안, 실낙원처럼 잃어버린 동산에서 버려둔 이삭을 줍는 사명을 가진 교육자의 직업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3연은 그런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갔어도 사명의식은 여전히 화자의 마음속에 동심처럼 존재한다는 것이다. 4연은 퇴직한 교육자로 그 동심을 키웠던 세월이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감각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이십사 계절’은 이십사 시간을 변형한 조어로, 한 순간의 빈틈도 없는 모든 세월을 강조하고자 만든 시어이다.

마지막 연은 화자의 현재 심정을 고백하는 것으로, 정원이나 과수원을 가꾸는 사람인 원정으로 있기를 여전히 소원한다. 역시 마지막 행에 이르기까지 진술하는 심리는 교육자로써 꿈을 꾸는 원초적 사명의식을 세월과 관계없이 조금도 변치 않고 있음을 표출하고 있다.

수사법으로 보면, 피교육자들을 실낙원의 이삭으로, 교육자를 원정으로, 성장과 양육의 목적을 늘 푸른 나무로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는 변용을 통한 형상화 작업이라는 시론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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