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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연의 '이 가을에도'(평설 정재영 장로)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10.28 10:05

주여, 아직은
귀두라미 풀벌레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음을
도시의 무덤가에서 감사드립니다.

새벽 달빛보다 싸늘한
가을의 강물 소리로
저들이 무엇을 울고 있는 지를
이 가을에도
귀 있는 사람들은 듣게 하소서.

잎이 지고
열매들만 남아서
나무들이 보여주는 당신의 뜻을
이 가을에도
눈 있는 사람들은 보게 하소서.
내가 당신의
한 그루 나무로서
잎만 무성하지 않게 하시고
내 인생의 추수기에
따 담으실 열매가 풍성하게 하소서.

주여, 아직은
우리 인생에 겨울이 멀었다고
누리 먹은 나날을 노래하지 않게 하시고
당신의 묵시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감격하며 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 정 재 영 장로
가을은 성숙을 의미하는 계절이다. 자연의 결실과 환경을 통해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성찰을 사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질적이거나 상반적인 이미지 대상을 곳곳에 동원하고 있다.

첫 연의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와 도시의 무덤이 주는 죽음의 침묵을 병치시켜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형상화 해내고 있다.

2연도 달빛의 시각적 요소와 강물소리의 청각의 기능을 배치하여 존재탐구의 관념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려 한다.

특히 2~3연에 나오는 ‘이 가을에도’는 지나간 해의 가을과 동일하게 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인생이 한 번이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지나간 봄이나 여름의 의미로 해석하여, 어릴 때나 청장년 세월에도 항상 신과의 동행했다는 의미로 받아도 무방하다. 즉 시간을 초월한 모든 계절 속에서 동일하게 신을 체험하는 신앙인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3연은 가을이 주는 빛과 소리에 담긴 신의 뜻을 열매라는 사물로 시각화작업을 한다. 만물에 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의지가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4연은 화자도 잎만 무성한 존재가 아닌 내실까지 건실한 열매를 가지기를 원하는 신의 요구에 부응하는 삶을 희귀하고 있다.

마지막 연은 시간뿐 아니라 세상이라는 공간에 있는 모든 존재는 신의 존재에 대한 변증을 하는 숨겨진 기능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대부분 가을을 인생을 소비한 감상적인 계절로 인식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반대로 신이 주시는 풍성한 결실의 긍정적인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즉 신 앞의 존재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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