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쉼의 자유가 숨쉬는 곳, 사람살이의 뜻이 우러나는 곳, 장흥

반월마을 장수풍뎅이 길들이기

장흥군의 유치면 전역과 장평면 우산권역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국제인증을 받은 곳이다. 화장하지 않은 시골 고향집의 수수함이 남아있는 장흥 슬로시티는 자연 환경이 살아있고, 삶 속의‘웰빙’문화가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고향 같은 마을이다.

슬로시티란 치타슬로(cittaslow-slow city-느리게 살기 마을) 국제 연맹이 ‘느리게 살기의 미학’을 추구하는 세계의 많은 도시에게 부여하는 권위 있는 도시명이다. 자연 환경이 풍부하고 전통 유산과 지역 특성이 남아있는 인구 5만 명 이하 지역(마을)을 회원 도시(마을)로 인증하고 있다.

장흥은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즐거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에 지정되어 지금도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전통문화와 역사가 있는 곳이다.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고향의 속도에 보폭을 맞춰야 하는 곳이다. 건강한 농촌의 삶을 자랑하는 가장 슬로시티다운 모습을 장흥 슬로시티는 간직하고 있다.

장흥 슬로시티에선 숨 쉬는 것도 보약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공기 비타민’이라 불리는‘산소 음이온’이 장흥 슬로시티엔 ‘3,300개/cc’로 도시 평균 ‘200개/cc’ 대비 최고 16배 이상이며, 깨끗하다고 인증 받은 전남 슬로시티 중에서도 최고의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장흥 슬로시티에선 숨 쉬는 것만으로도 보약이 되어 전자파 등에서 발생하는 양이온에 지친 우리 몸을 치유한다. 세포 활성화, 혈액 정화, 피로 회복, 자율신경 안정, 면역력 증강, 통증 완화, 알레르기 체질 개선, 집중력과 학습력 향상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산소 음이온’이 일반 숲(1,500~2,000개/cc)보다 많은 장흥 슬로시티! 방문하는 자체만으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장흥 슬로시티에서는 이렇게 맑은 공기에서 자란 유기농 식자재와 천연의 자연 환경을 소재로 슬로시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봉덕마을 ‘산촌의 아침’, 신덕마을 ‘신선의 밥상’, 신월마을 ‘표고의 향기’, 반월마을 ‘장수풍뎅이의 하루’, 우산마을 ‘지렁이 길들이기’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봉덕마을은 가지산, 봉덕 계곡을 포함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으며 슬로시티 방문자 센터, 천년 고찰 보림사, 비자림 숲 산책로, 분재 수석 전시관, 농촌사랑 체험관, 가지산 청국장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시설이 있다. 이곳 봉덕마을에서는 청국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직접 만든 청국장을 담아갈 수도 있다. 또한 가지산 주변 전통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과 주민들이 채취한 산나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신덕마을은 신덕 마을은 천년 사찰인 보림사와 청정 계곡, 지렁이 생태 학습장, 장수풍뎅이 마을 등과 연계해 전통 주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체류형 관광객 유치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유기 농법과 순환 농법으로 표고버섯, 콩, 생약초 등을 재배하며 메주를 생산해 판매한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유기농 마을로 알려진 유치면 신덕마을에는 슬로시티 한옥 민박 단지(8동)가 조성되어 있다. 민박 단지 주변에는 비자나무 아래 야생녹차 체험 산책로와 외갓집에 온 듯한 월암마을 돌담길, 소나무 숲속의 표고버섯 재배단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월암 마을은 친환경 농업단지로 지정 받았으며 2만여 평의 농지에서 어성초와 녹차, 삼백초, 작두콩을 친환경 유기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나지막한 돌담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면서 정겨운 시골의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사는 청정 마을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버린 폐목을 먹고 자란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기 위해 도시인들이 반월마을을 찾고 있다. 장수풍뎅이 마을이다. 장수풍뎅이는 애벌레 때 삭은 폐목을 먹고 자라다 성충이 되면 소나무 수액을 먹는다. 6월부터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태를 한 후 교미를 하고 알을 낳고 나서 9월쯤 죽는데, 여름이면 장수처럼 위풍당당한 장수풍뎅이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볼 수 있어 인기다.

또한 도시에서 오는 아이들을 위해 냇가에 평상과 그네, 흔들다리를 설치하고 가까운 숲에 전등을 설치해 밤에 활동하는 장수풍뎅이를 관찰할 수 있게 해놓았다. 장수풍뎅이 외에도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반딧불이, 가재, 물방개 등 청정 환경에서 자라는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7월 말에 장수풍뎅이 축제를 열고, 장수풍뎅이 생태 관찰과 표고버섯 따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평면 우산리 연동, 우산마을과 병동리 월곡, 운곡, 병동마을 그리고 장항마을로 구성된 슬로월드 지구인 우산 마을은 생태 공동체 마을이다. 여기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위한 지렁이 분변토 농법의 메카를 추진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지렁이 생태 학습장은 지렁이가 어떻게 흙을 살리는지 확인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대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 키운 쌈채소를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매력 만점이다. 마을 주변에는 비자나무 숲과 자생 녹차 밭이 있는 가지산과 송광사의 말사로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한 보림사, 고려 시대 문신 문익점과 조선중기 의병장 문위세를 기리는 서원인 강성서원 등의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이렇듯 장흥 슬로시티에 오면 게임기 없이도 즐거웠고 자연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장난감이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경운기 타기, 뗏목타고 대나무 낚시하기, 반딧불 잡기, 표고 따기, 유기농 채소 수확, 냇가에서 다슬기 잡기, 수확물로 유기농 밥상 차리기 등의 1일 체험과 1박 2일 체험 등이 알차게 구성되어 성인들에게는 추억의 감동을,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밝은 햇빛, 청량한 공기 속 고향의 속도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장흥 슬로시티를 찾자. 그곳은 느림과 쉼의 자유가 숨쉬는 곳, 고향의 맛이 진한 국물처럼 우러나는 곳, 참된 사람살이의 뜻이 깊어지는 곳이다.

[대동문화 70호, 2012년 5.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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