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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갔어도, ‘연분홍 치마’는 휘날리더라한여름 도심 속 오아시스
임영열 시민기자 | 승인 2017.08.07 08:26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에 있는 운천저수지. 상무 신도심,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피어 있는 연꽃이 아름답다

‘염소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가 한참이나 지났지만, 더위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대서 이후 약 20여 일이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라고 한다.

불볕더위·가마솥 더위·찜통더위·무더위 등 각양각색의 더위들이 기상예보에 등장하는 요즘이다. 높은 습도와 함께 찾아온 ‘무더위’는 ‘물과 더위’의 합성어로 온도와 함께 높은 습도로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말한다. 가마솥 더위나 찜통더위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초여름에 나타나는 불볕더위는 습(濕)을 동반하지 않아 견딜만하다. 불쾌함의 주범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인 셈이다.

장마전선이 물러가면서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부터의 더위는 물기 가득한 찜통더위가 될 것이다.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현상도 자주 발생하겠다. 말만 들어도 몸이 꿉꿉해지고 마음까지 눅눅 해지는 것 같다.

호수공원 내 섬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 물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하며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꽃 가득한 호수공원, 운천 저수지

이럴 때면, 잠시 잠깐만 이라도 더위를 잊고 시원한 바람 쐴 수 있는 ‘여름날의 호숫가’ 같은 곳이 그리워진다. 그런 곳 어디 없을까. 아일랜드 서정시인 ‘예이츠’가 노래한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같은 곳 말이다.

있다.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서 철썩 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고 봄날은 갔지만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는 곳, 여기는 ‘운천 저수지 호수공원’이다. 운천 저수지는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일원에 있는 약 74,000 제곱미터의 호수 공원이다. 1951년에 축조된 이 저수지는 마륵동 일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재해방지를 위해 축조되었다. 1970년대에는 뱃놀이와 여름철 수영을 즐기는 곳이었다.

처염상정·화과동시의 꽃, 꽃과 연밥을 동시에 피운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고귀함과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그 후 주변의 금호지구와 군부대인 상무대의 이전에 따른 대규모 택지개발로 도시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상류 수원 고갈과 오폐수가 유입되어 악취와 해충 서식지로 전락하게 되어 매립하려고도 했다. 1995년부터 오폐수를 차단하고 시청 앞 평화공원에서 발생하는 1일 600여 톤의 지하수를 유입시켜 호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의 명물 호수 생태 공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요즈음 운천 호수공원에는 연분홍의 연꽃이 한창이다. 넓고 푸른 연잎 사이 수면 위로 고개를 쑥 내밀고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을 보면, 용궁에서 환생한 심청이가 고운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수변 정원은 무아지경 연꽃세상이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호수 주변 가로수에서는 여름의 전령사 말매미들이 맴맴 대고, 암·수 고추잠자리들 수면 위 떼 지어 나는 모습에서 섣부른 가을을 유추해 낸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누였다가 동시에 일어서는 커다란 초록 연잎들의 유희는 질서 정연한 집단 군무를 연상케 한다.수면에 비치는 분홍빛 연꽃 그늘 속 잉어들은 느릿느릿 유영하고, 연밥 위에서 웅웅 거리는 꿀벌들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여름날의 서정이다. 낙원의 모형을 보는듯하다.

연분홍 꽃잎이 지고 나면 연밥은 저 홀로 익어 갈 것이다. ‘존재의 숙명’ 이리라

 

처염상정(處染常淨)과 화과동시(花果同時)의 꽃

연꽃은 이름다운 색깔과 향기로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상은 흙탕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진흙탕 속에서 살면서도 잎과 꽃은 곱디곱다. 고귀함과 청정함을 잃지 않고 있다. 연꽃이 아름다운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연꽃은 불교와 불가분(不可分)이다. 연꽃을 ‘만다라화’라고도 부르지 않는가. 어느 날 석가가 군중들에게 연 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슨 뜻일까. 제자들은 스승의 깊은 뜻을 알 길이 없었다. 오직 ‘가섭’ 만이 무언가 깨달은 듯 빙그레 웃고 있었다.

위대한 평등을 실천하고 있다. “기회는 평들 할 것입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살지만 꽃과 잎에는 더러움을 묻히지 않는다. 육신은 어쩔 수 없이 세속이라는 흙탕물에 묻혀 있으나, 영혼만은 고귀함과 깨끗함, ‘처염상정(處染常淨)’의 본성을 잃지 말라는 석가의 가르침에 미소로 답한 것이다.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소통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꽃은 꽃이 지면서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 화과동시(花果同時)이다. 연의 열매를 연밥 또는 연자라고 한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이며 열매의 원인인 것이다. 이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因)과 과(果)의 관계라 하며 인과의 도리가 곧 부처의 가르침이다.

연꽃은 3일에 걸쳐 피어난다. 첫날은 절반만 피고 오전 중에 오므라 든다. 이틀째에 활짝 피어나 화려한 모습으로 향기를 뿜어내다가 다음날에 연밥과 꽃술을 남긴 채 한잎 두잎 떨어져 나간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때 물러설 줄 아는 연꽃은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꽃말은 순결·군자·신성·청정이라고 한다.

연잎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비웠다가 채우고, 채웠다가 비운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연꽃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때는 비 오는 날이 아닐까 싶다.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동심원을 그리며 메아리처럼 멀리멀리 퍼져 나가고 연잎 위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 한 마리 앙증맞다. 긴 잎자루에 우산처럼 펼쳐진 연잎은 연신 빗방울을 모아 보지만 연약한 잎자루는 금세 고개를 숙이고 빗물을 주르르 흘려보내고 만다. 연잎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감당할 만큼만 담고 있다. 비웠다가 다시 채운다. 표면장력으로 뭉쳐서 수은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빗방울들이 연잎 위에 영롱하다.

호수공원 안에는 두 개의 인공섬이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물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하면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섬에는 아름다운 한식정자와 자연형 계류가 설치되어 있다. 홍련과 고풍스러운 정자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치고 있는 크고 작은 잉어들과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데크가 있으며 수변 전망대와 연꽃 전망대도 있다.

고풍스러운 한식 정자와 잘 어루어진 연꽃

야간에는 음악분수와 함께 LED 조명, 영상과 레이저를 접목한 한 차원 높은 경관을 연출하며 여름밤의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수지 안에 있는 섬에는 야외무대가 마련되어 각종 공연도 볼 수 있다. 호수공원 가장자리를 빙둘러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연꽃을 감상하면서 워킹을 즐길 수 있다. 옆으로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LED조명과 레이저를 접목한 음악분수는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보낸다

봄에는 분홍의 벚꽃들이 꽃 대궐을 이루고, 여름에는 연분홍의 연꽃과 연잎의 푸르름이 있다. 가을에는 호숫가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과 호수 속에 잠겨있는 푸른 달을 보면서 가을날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겨울의 호수는 한 장의 도화지가 된다. 사시사철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광주의 명물 호수 공원이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임영열 시민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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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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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stdeco 2017-08-11 16:34:54

    존경하는 임 처사님
    순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위에 핀 연분홍 부처님을 오늘은 떨리는 손으로 만져 보려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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