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사람들의 애환을 모두 담고 있는 용산사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From China?’라고 물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다. 본인은 중국 출신이 아니라 대만 출신이란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했더니 중국과 대만은 엄연히 다른 곳이라며 이것저것 그 차이점을 설명을 한다. 중국의 국가번호 86에 8을 하나 더 붙인 886이 대만 국가 번호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중국과 별개의 나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대만은 중국 아니에요!

중국의 복건성의 한족과 본토 원주민으로 이루어진 대만은 중국과 별개의 정치 체제와 국기, 화폐 등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IT 산업의 강국이지만 지금은 한국의 기업체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기업의 발전으로 탄탄한 경제 구도를 가지고 있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1년에 지진이 3만 번 이상 일어나는 곳이다. 물론 유감도 지진과 무감도 지진을 합한 숫자이긴 하지만,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진 지대이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시작되는 태풍이 반드시 지나가는 경로이다 보니 여름은 무덥고 들쑥날쑥한 날씨에 ‘계모 성격 같은 날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열대지방과 열대지방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고 수많은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다. 처음 대만에 발을 디딘 포르투갈 사람들은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 알라 포모사(Ilha Formosa)라고 지칭하였다.

충열사 위병교대식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위패당

두근두근 타이페이 이야기 들어요!

3월 1일 광복절에 무안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만에 대마의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충열사이다. 대만도 한국과 같이 50년 동안 일본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다. 내전과 항일 운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영혼들의 안식처인 충열사에 삼일절에 다녀간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대만에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장개석이 가지고 온 보물이 그득한 고궁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의 바티칸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78만점에 다다르는 작품들은 정기적으로 교체 전시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유물들은 크기와 규모에 압도를 당하게 된다면, 대만 유물들은 화려하지만 작고 정교한 것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나 청나라 건륭 황제는 수많은 보물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취미였다.

현재 고궁박물관의 유물은 시대별이 아니라 유물의 종류별로 전시가 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물 모양의 상자에 들어있는 작은 배였다. 용서를 하고자 할 때 상대에게 건네는 선물인데, 배를 띄울 만큼의 넓은 바다와 같은 마음이 선물을 받는 사람과 선물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없이 넓은 마음을 작은 배 한 대에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용산사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그만큼 건물의 역사적 가치도 높지만 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은 곳이다. 전통 불교보다는 도교의 색채가 섞여 여러 가지 신들을 모시고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온종일 하늘 높이 피워대는 향이 자욱한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에 자연스럽게 절 앞에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특히나 먹거리 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덕분에 대만에서 가장 큰 스린야 시장은 용산사 앞에 위치하고 있다.

21세기 대만의 랜드마크는 101타워이다. 508미터의 높이 솟은 빌딩은 타이베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죽순과 같은 모양으로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지만, 지금은 두바이 버즈칼리파 빌딩에게 명예의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여전하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건물이 휘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룽차 향기 가득나는 지우펀 티하우스

비바람과 함께 격동적인 야류(野柳)의 생생함 느껴

야류라는 이름은 야생 그대로를 의미한다. 대만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두 시간쯤 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원래도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데 3월 2일 우리가 방문한 날은 무척이나 거센 비바람의 모습이었다. 워낙 습한 곳이라서 야류 사람들은 음습하고 칙칙한 사람의 대명사로 불린다.

야류는 지진과 화산이 내린 선물이다. 용암 지대는 다시 지진을 만나 멋들어진 풍광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바닷가에 위치한 터라 수천 년 동안 파도에 다듬어져 동글동글 예쁜 버섯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아열대 지방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만큼 해산물과 과일이 풍부하여 여기저기에서 먹거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건과일

황금알을 낳는 곳 지우펀(九份)을 아세요?

처음에는 산비탈에 위치한 곳에 아홉 집만이 살고 있었다. 뭐든지 9등분하였기 때문에 동네 이름이 구분(九份)이 된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 황금 광산이 발견되어 광업 도시로 개발이 되었으나 1차 산업의 쇄락으로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만의 전통마을과 상점으로 거듭났다. 워낙 습하고 언덕에 자리 잡아 1년 내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곳이다.

세계 각국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우펀은 경사가 심하다. 그러나 골목골목을 지나 촘촘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재미가 솔솔하다.

지우펀에 위치한 치 하우스(Tea House)는 1991년 개점하여 현재는 찻집과 갤러리 상점을 가지고 있다. 우룽차 향이 부드럽고 찻집의 향기라 매력적인 곳이다. 화로 위에 오른 주전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비록 황금을 캐는 광부는 없어도, 수천 명의 방문객이 오기 때문에 지우펀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곳이 아닌가 싶다.

대만은 IT 강국, 하지만 청출어람 한국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의 그늘에 가려 그 빛을 발휘하지 못하였지만 대만에는 유명한 IT 기업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ASUS 컴퓨터 회사와 HTC 통신기기 회사가 있다. 최초로 안드로이드 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든 회사가 바로 HTC이다.

전체적으로 중소 기업의 발달이 탄탄하여 30년 전부터 꾸준하게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국가발전에 한창 열을 올리던 시절 우리나라에서 대만을 롤 모델로 삼았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대만을 앞지른 IT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대만은 들쑥날쑥한 경제 성장이 아닌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정적인 구도의 경제 성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는 대한민국의 롤 모델이었던 대만이 지금은 중국과의 잦은 교류로 인해 예전 보다는 관계가 뜸해졌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김근하 기자  paranbaji@nate.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