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광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향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그래서 송언종(宋彦鐘) 민선시장 재임 시, 개정된 광주 시민헌장에서도 ‘… 우리 고장 광주는 선인들이 물려준 예향의 전통위에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고… 예향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라고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완공 2015년 개장 예정인 광주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도 광주가 예향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과 당위성이 인정된 사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향이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광주시청 법원 검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은 물론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를 비롯 유수 대학 · 초 · 중고등학교와 광주은행을 비롯한 유수 금융 기관 등에서 적잖은 미술 작품 특히 수준 높은 서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는 세계 미술계에 자랑할 만한 작품도 있고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야 어울림직한 귀중한 작품도 있다.

예컨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실[학장 이삼용(李三鎔)]에는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선생의 대표작인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가 걸려 있다. 그 그림은 광주 학동에 있는 의재 선생의 동상 배경 오석(烏石)에 새겨진 그림이기 때문에, 유족이나 연진회(鍊眞會)의 제자[구당(九堂) 이범재(李範載) 외 28명]들이 그 작품을 의재 선생의 대표작으로 선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광주 문화예술의 정수

남농(南農) 허건(許楗) 선생의 대표작인 ‘금강산보덕굴도(金剛山普德窟圖)’는 성옥(聲玉) 이훈동(李勳東) 선생이 소장하고 있었다. 필자는 1960년대 후반 목포검찰지청에서 근무할 때 성옥 선생 댁에서 그분이 애지중지하는 ‘금강산보덕굴도’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부터 남농 선생이 그 작품을 회수하고자 여러 가지로 시도하였는데도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듣었다. 남농 선생의 ‘금강산 보덕굴도’는 1942년도에 그려진 금강산의 실경(實景)으로 보이나 의재 선생의 ‘강산무진도’는 실경인지의 여부를 잘 모르겠다.

위 작품은 1952년도 봄에 의재 선생의 광주 호남동 자택 화실[수류화개관(水流花開館)]에서 그려진 것인데 폭포, 도인풍 노인의 헤어스타일, 가옥, 정자, 사찰 등의 모습이 한국풍이 아닌 듯하다. 일본이나 중국의 실경이 아니라면, 의재 선생이 상상하고 있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선경(仙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생존 작가의 경우, 원진충의미술대전(圓眞忠義美術大展)의 세 분 심사위원 중 황영성(黃榮性) 화백의 대표작 ‘가족이야기’(1000호)는 광주컨트리에 걸려있다. 금봉(金峰) 박행보(朴幸甫) 화백의 대표작 중 문인화인 ‘묵죽10곡병(墨竹十曲屛. 가로70cm 세로 135cm. 10매)’은 작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고 금강산일우(金剛山一隅)를 그린 ‘성하산수도(盛夏山水圖. 250호)’는 광주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학정(鶴亭) 이돈흥(李敦興) 선생의 경우,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 선생의 신도비(神道碑) 비문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외에는 어느 작품을 대표작이라 선별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 대중이 상시 출입하는 은행이나 골프장에 서화가 걸려 있는 경우에는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접할 기회가 없음은 물론 어떤 작품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 지조차 잘 알 수 없기 마련이다. 그리고 저명작가들의 경우 위의 금봉 선생과 같은 예를 제외하고는 대표작이건 주요 작품이건 작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음은 물론, 주요 작품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예향 광주의 위상을 제고하고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유익할 뿐 아니라 광주시민의 행복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을 재능 나눔하는 사람들

다음으로 회원 소장품의 경우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있었겠으나 한정된 사람만 초청되기 마련이고, 초청을 받고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시장에서 감상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광주화광회(光州和光會) 본회 회원의 경우 자신의 소장품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는 대신 타인이 소장하는 작품도 부담 없이 감상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소장품은 자신의 작품일수도 있고 타인의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행사를 광주화광회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화광회는 2010년 10월 8일 필자의 구상과 제의로 발족되었으며 일본 나오지마(直島) 탐방단이 주축이 되어 있다. 필자가 제의하고 있는 화광회의 추진 사업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 공공기관 등의 소장 작품을 시 도민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행사가 가장 비중이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광회는 발족 당일에는 회장(김관재, 변호사·전 광주고등법원 원장) 부회장(이혜경, 한국미협 부이사장)만 선출하였지만 그 후 수차례 임원 보강이 있었으며 현재는 회장 김관재, 부회장 변지유(패션디자이너) · 서금자(홀리데이 인 회장) · 주영화(학문외과 원장), 이사장 김응서(남해개발그룹 회장·광주미술관회 회장), 부이사장 윤귀환(보명그룹 회장) · 박창열(남광주 컨트리클럽 회장) · 이혜경(서양화가․전 무등갤러리 관장), 한희원(서양화가·굿모닝양림축제 추진위원장), 운영위원 허정(한국미협 서양화 1분과 위원장) · 이묘숙(미술사학 박사과정 수료·미술평론가) · 조우성(한국 가이던스 광주 지사장) 등 임원진으로 개편되어 있다. 운영위원으로 장경화 · 이연식 · 김은영 등 전문가를 더 보강할 것인지의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화광회의 창립 멤버는 전 · 현 기업인(강중원 김국웅 김상조 김성산 김응서 김종귀 이중헌), 법조인(김관재 김양균 노영대 문정현 임내현 최병근), 언론인(박진현 오광록 지형원), 의료인(오형근 최석현), 화가(박병우 오견규 류재웅 이부재 이영식 이혜경 한희원 허 정), 서예가(장주현), 미술평론가(이묘숙), 패션디자이너(변지유), 세무사(이영규) 등 다양하다.

나누어야 예술이다

2012년 11월 14일 필자 외에 김관재 김응서 변지유 이혜경 조우성 이묘숙 등 임원과 박진현 창립회원(현역 언론인으로서 임원을 맡기 어렵다고 하였다)이 조촐한 간담회를 갖고 동년 12월 중에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 1층 홀에서 회원 소장품을 주축으로 위 행사를 시행해 볼 것인지의 여부를 의논한바 있다.

그러나 제18대 대통령선거 일정과 겹쳐지는데다가 기관 소장품에 대한 교섭 일정도 촉박해서 2013년도 상반기에 개최하기로 일정을 미뤄두었으며 전시 장소는 홀리데이 인이 부적당할 경우 대동갤러리 측과 교섭하기로 하였다.

작품의 훼손이나 도난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전시 장소의 선정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전시 작품의 선정은 소장 기관의 동의와 협력이 전제되지만 우선 100호 미만 사이즈로 한정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위와 같은 전시는 회를 거듭함에 따라 큰 작품의 전시도 치룰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며 전시 행사의 위상도 제고(提高)될 것이다.

또 위와 같은 행사가 시행될 때 대략 다음과 같은 반사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시 · 도민의 유명 서화 감상 기회의 증대로 행복 증진 기여

둘째 중견작가의 작품을 작가의 단체전 개인전과 무관하게 선보일 기회 제 공

셋째 도록의 작성으로 미술 자료집 확충. 도록의 제작에 있어서는 작품의 내력, 가치, 기관의 입수 경위 등 해설을 곁들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유수 작품의 판화 제작 또는 달력의 제작 배포로 작가의 명예 국 내외 선양

다섯째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대도시 간 교류전의 추진 역량 배양

여섯째 중국 · 일본 등 국외 특정 도시와의 교류전 추진 역량 축적

일곱째 서화 애호가 내지 수집가의 증원 및 작품의 교환

여덟째 공공기관에 대하여 소장 작품을 재확인 점검하는 기회의 제공

아홉째 작품도난의 경우 추적의 자료 제공

열번째 북한 일정 도시와의 교류전 추진, 기타 부수효과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화광회의 운영경비는 회원들의 연회비와 특별 찬조금 및 광고비 등으로 충당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연회비는 1년에 3만원 내지 10만원의 범위에서 임원진이 정하기로 하였다. 제1회 전시 행사 때는 필요한 도록의 제작, 전시장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을 임원진이 전담하기로 하되 스스로 부담하거나 광고 협찬을 주선하기로 의논하였다.

2월 22일 점심시간이 지나서 화광회 임원진(김관재 윤귀환 변지유 조우성 이묘숙 필자)은 광주고지법과 지검을 예방하여 김용헌(金庸憲) 고등법원장, 김현웅(金賢雄) 지방검사장에게 화광회의 발족 취지를 설명하고 소장 작품의 대출을 승낙 받았다. 지방법원장[황한식(黃漢式)]은 부재중이고 고등검사장은 궐석 상태이다.

요즈음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축조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장식(美術裝飾)을 시행하게 되어 있으므로(문화예술진흥법 제11조) 그러한 건축물의 증설에 따라 서화 작품도 반드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한 서화 작품을 광주시민 내지 국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 강운태 시장의 시민행복의 증진에 크게 일조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김양균(광주화광회 명예회장․초대헌법재판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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