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다 전속 예술단을 만들어 그 지방의 공연 콘텐츠를 축적해나가야 한다. 오고무.

국력이 신장되고 소득이 높아졌다지만 일부 시 단위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시군에서는 아직도 전속 음악 예술단을 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견주면 1백 년 전인 조선 시대에는 고을마다 전속 단원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국악사를 다루는 사람들도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기를 들자면 진도군의 경우 전속단원으로 기생 2명과 양민 출신 악사 2명, 천민 출신 악공 10명을 두고 있었다. 궁실에는 장악원이라는 기구가 있어서 100여 명에 달하는 가무단과 속악을 다루는 연주자, 아악을 전문으로 하는 아악 기능자들이 있어서 각종 행사에 동원되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의 행차 때는 취타대로 활동했다.

광주 목사 무등산 유람에 대동한 취타대

옛 기록을 보다보면 지방이라 할 광주에서도 목사가 무등산을 유람할 때 40여 명의 취타대가 동행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급료를 담당했던 보인(保人)이 같은 수로 지정되어 있었음을 살필 수 있다. 서민 기악이라 할 농악 이외에 고을 전속의 악사와 악공, 기생이 고려 시대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특별히 국악이 이어져왔음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같은 기록은 지방지지에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갑오경장으로 신분계급이 철폐되면서 가무단의 주류를 이뤘던 천민들이 관속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음이 개화기의 각 고을에서 보고한 사례안에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장성군의 경우 정원이 25명이었으며, 광주 42명, 진도 12명 등 급료의 재정 지출 항목에 명기되어 있다.

이 같은 흔적은 관아의 이름에서도 살필 수 있다. 구한말에 유행한 군․읍지류의 지리부도를 보면 중앙에만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악원 또는 교방청이라는 관아 이름이 나온다.

광주 전통문화관에서는 매주 정기 판소리 공연을 통해 많은 곤람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국악 연원이 이어져오는 기생 권번

본디 중앙정부인 궁실의 가무단을 관리하는 기구는 고려 때 장악서라 하다가 조선 왕조에 들어와 전악서, 아악서로 나눠 관리했다. 장악원(掌樂院)으로 합해 속악은 우방(右坊) 아악은 좌방(左坊)이라 하다가 이를 교방(敎坊)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때 궁실 악사나 악공, 명창들은 1명의 제조가 책임지고 악사들은 6품관에서 9품관까지 다른 부서의 관리와 마찬가지로 품계를 주었다.

갑오경장 이후 장악원은 교방사와 협률사로 나눴다가 1900년 완전히 폐지되면서 궁실 협률과 소속 악사들이 민간 기구인 협률사를 구성해 활동했던 연원을 언급하는 국악 전공자가 없어서 안타깝다.

이 같은 기구는 지방마다 있어왔으나 진도의 경우 장악원 소속 악공이나 기생 무녀들의 생계 방편을 위해 큰 성씨들의 의례를 전담하는 당골판을 만들어 배치했다. 그들 중 일부 악공들은 협률패에 합류했다.

1920년대 장흥, 나주 화순, 해남, 진도, 완도, 여수 등에 생겨난 신청(神廳)은 대부분 조선 왕조 시대에 그 고을 장악원이나 교방으로 쓰이던 관아를 중심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신청은 일본의 식민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물밀 듯이 밀려오던 야소교(기독교)에 대항하는 전통종교 예배당으로 장려한 기구이다. 무속인들에게도 그들의 신을 모시고 예배하고 회합을 갖도록 했던 것이나 본디 무속은 따로 모시는 신격이 없었으므로 국악 교습소의 기능을 맡았었다.

일본은 본디 게이샤라는 기생 제도가 발달한 나라다. 한국 침략의 첨병으로 들어온 일본인 투기꾼들과 함께 일본 상인 중에서 요정을 운영하면서 일본 기생들을 불러왔다. 뒤늦게 퇴기들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주막집이 일본 사람들 흉내를 내기 위해 기생집이 생기고 일본의 예기 양성기관을 본따 권번이란 기구가 생겨났다. 점차 국악원이라는 이름으로 노래와 춤과 기악을 가르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긴 셈이다.

국악 전통 교방과 장악원에서부터 시작돼

그러므로 국악의 전통 줄기를 더듬으려면 시골 고을마다 있었던 교방과 장악원 제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시골 고을에 속해 있던 기생이나 악사, 악공은 지금의 군립예술단원이었지 고을 수령의 수청을 드는 작부가 아니었다. 고을 수령의 행차 때는 물론 연희, 각종 의례 때 노래와 춤을 연희했던 전속 가무단의 일원이었다.

일제 침략과 더불어 해체되면서 그 가무단에 속했던 협률사나 기생들이 협률패로 전락하고 술집 작부로 흩어지면서 면면이 이어온 국악 전통이 혼란에 빠졌던 국악사에 주목했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시군마다 전속 예술단을 운영해 팽배해가는 전통 음악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예술 진흥 정책이 절실하다. 대한민국 건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은 마을 단위 면 단위 합당단과 연주단을 운영하고 있다. 줏대 있는 문화 민족임을 내세우기 위해 우리도 군 단위 예술단의 운영이 시급하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김정호 광주향토문화연구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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