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키가 크고,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는 무엇이겠는가? 정답은 나무다. 가장 몸집이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자이언트 쉐콰이어(Giant Sequoia)라는 시에라 레드우드(Sierra Redwood)이다. 나이가 3,000여 살에 키가 84m, 지름 11m, 무게 2,000톤이다. 이 나무로 50억 개의 성냥개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그 크기가 짐작된다.

또 죽은 나무로 키가 제일 큰 나무는 호주 바우바우산에 있던 유칼리나무로서 143m이다. 살아있는 나무로는 레드우드(Redwood) 국립공원의 세쿼이아 나무로 키가 112m로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이다. 보통 성인 키보다 73배가 크다.

또 가장 오래 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코스트 레드우드(Coast Redwood)로서 키가 76m이었는데 6,200년 동안 살다가 1977년에 죽었다. 보통 단군신화를 말할 때 그 시기를 5,000년 전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는 그보다 1,200년 전에 태어난 것이다.

숲을 가장 간단히 정의한다면, 숲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키가 크고, 몸집이 큰 생명체인 나무로 구성된 생명의 공간인 것이다.

생명의 보고, 숲의 탄생과 성장

바다에 살고 있는 원시 식물들이 서서히 육지로 상륙하는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4억 4천만 년 전 ‘실루아기 시대’이다. 그리고 이후 ‘석탄기’인 3억 6천만 년 전에 거대한 식물들이 숲을 울창하게 형성하게 된다. 이 시대에 이런 거대한 식물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와 석탄은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석유와 석탄이 생산되지 않았다면 현재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잘 안될 것이다.

고생기 마지막 시대인 페름기 시대에는 소철, 침엽수 무리들이 나타났고, 중생대 초기인 삼첩기 시대에는 은행나무 등이 나타났다. 그리고 쥐라기 시대에 드디어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타나게 된다. 마지막 백악기 시대에는 흔히 말하는 꽃피는 식물인 현화식물들이 나타난다.

이 시대가 오기까지 원시 식물이 육지로 상륙하기 시작한 이후 약 3억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지금 우리 주변에 보이는 나무나 숲은 간단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6,640만 년 전부터 시작되는 신생대 이후, 특히 신생대 3기의 중간쯤이 되면 조산 운동도 마무리되는데, 그 당시의 지구는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자연환경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인류는 모든 삶의 자원을 숲에서 빌려왔다

인간은 언제쯤 등장했을까? 신생대 3기 중신세(Miocene), 약 2,370~530만 년 전 시대에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라마피테쿠스가 나타난다. 이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하빌레스(도구 인간), 호모일렉투스(직립 원인), 호모사피엔스 등으로 거쳐 진화된다. 이들은 원숭이들로부터 분화된 것으로서 나무와 숲에서 살다가 서서히 숲 밖으로 나왔다.

생명체는 물이 있는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육지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바다로부터 원시 식물이 상륙하여 형성한 숲에서 태어나고 삶을 시작한 것이다. 1991년에 해발 3,000m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신석기 시대에 살았던 아이스맨 오치(Otzi)라는 미이라가 발견됐다. 화살을 맞고 고산으로 피했지만 상처와 추위로 죽게 되어 빙하 속에 묻혀 있다가 녹아서 발견된 것이다.

복원된 복장과 장비 등을 살펴보면 의복과 도구 등 모든 것이 자연에서부터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인류의 삶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숲에서 빌려왔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가공을 많이 해서 겉보기에 원료의 상태를 구별할 수 없을 뿐이지 원료의 출처는 자연이고 숲이다.

삶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 즉 문화란 삶의 흔적, 삶의 총체이다. 생, 사, 의, 식, 주의 총체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은 숲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즉, 숲이 곧 문화를 형성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해온 것이다.

교양과목 <숲>을 듣는 학생들과 홍릉숲을 탐방하며 숲 해설을 하고 있는 김기원 교수

숲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대는 크게 농업 사회, 청동·철기 시대, 산업혁명 시대, 전자 시대로 발전해 왔다. 농업 사회에는 숲을 개간하여 경작하고 땔감을 마련했다. 청동·철기 시대는 청동과 철을 얻기 위해 광석을 녹여야 했고 엄청나게 많은 목재 연료가 필요했다. 1kg의 동을 얻기 위해서는 1톤의 목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 산업혁명 시대 기계를 돌리기 위해 목재와 석탄이 필요했고, 인쇄와 종이를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나무가 베어졌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전자 시대에는 이메일의 발전으로 종이 사용량이 줄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다. 종이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또한 웰빙과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인 목재와 숲을 찾고 있다. 숲은 영원한 인류의 안식처인 것이다.

대문명의 발상지를 보면 지금 사막 지대로 변한 곳이 많다. 마구잡이식으로 산림을 개간하여 이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그런 역사의 교훈을 얻어 숲을 계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숲에서 문화의 원류인 인류 종교가 탄생하다

세계 각 민족과 나라는 모두 나무를 숭배해 왔다. 노르웨이는 물푸레나무, 독일은 참나무, 우리나라는 소나무, 뽕나무를 숭배해 왔다. 이런 나무들은 세상의 한가운데에 서서 세계와 우주를 지배하며 나라와 민족을 다스린다고 믿어져 왔다. ‘우주수’, ‘세계수’라고 불리며, 지혜를 주는 ‘지혜의 나무’, 생명을 주는 ‘생명의 나무’ 등으로 불려지고 있다.

한편,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일생을 보면, 태어날 때 룸비니 동산 숲과 무우수, 수행할 때 보리수나무, 득도할 때 보리수나무, 입적할 때 사라쌍수 등 나무와 숲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고 마지막에 사람을 창조하였는데 그들을 에덴동산에 살게 했다. 에덴동산은 무엇인가? 숲이다. 들, 바다, 강, 하늘 등 창조의 공간은 많은데 왜 하필 숲에서 살게 했을까?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숲에 있기 때문이다. 각 민족들이 이처럼 나무를 숭배해온 것은 그만큼 그 나무가 특정 국가와 민족에게 긴요하고도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

칠레 서쪽으로 약 3,300km 떨어진 곳에 이스터(Easter)라는 조그만 섬이 있다. 이곳은 숲이 울창했던 섬이었지만 북쪽의 폴리네시아 등지로부터 원주민이 이주해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산림은 황폐해지고 사라졌다. 결국 원주민끼리 서로 전쟁을 하였고 잡힌 포로를 식량으로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주민이 식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산림은 사라지고 황폐하게 되어 식량 생산할 땅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숲을 버리면 숲이 인간을 버린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이다.

태어난 지 몇 시간 안 되는 금강소나무, 도토리, 가문비나무의 새싹들이 곤충이나 동물들에게 먹히지만 않는다면 이 새싹들은 시간이 흘러 엄청나게 자라서 물질적, 정신적 혜택을 우리 인류에게 줄 수 있게 된다. 이들 가녀린 새싹들은 문화의 열쇠요, 문화의 싹이다.

샤토 브리앙은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고 했다. 인류의 꿈은 숲에서 시작한 것이다. 1g도 채 되지 않는 나무의 씨앗에 인류의 꿈이 숨어 있다. 숲은 인류의 미래를 품고 있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김기원 국민대학교 교수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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