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 보이려는 의지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평범한 가운데서도 숨겨진 질서의 미를 발견할 수 있는 멋과 깊이가 한옥에는 간직돼 있다.

봄날, 너른 들판 시골길을 따라 느린 여행 한 번 다녀오면 어떨까? 장소는 나주 도래마을이다. 사람마다 봄이 가져다준 일상은 다르다. 나주 도래마을 옛집의 봄은 취(나물)향이 수북이 쌓여있다.

“봄이 되면 마을사람들의 손이 바빠집니다. 취나물 수확 시기입니다. 취나물이 10㎝ 정도 자랐을 때 수확이 가능해요. 4월 중순에서 5월 하순 정도 되면 모두 정신이 없습니다. 시설 재배 때에는 3월 상순부터 시작이니 요즘 마을 사람들의 몸이 빨라져요. 취나물은 맛과 향기가 뛰어나고 탄수화물, 비타민A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어요. 묵나물, 튀김, 부침용으로 이용되기도 해요. 그리고 한약재로도 이용되기도 합니다.” 도래마을 옛집 문화해설사 김현숙 씨(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전남지부 팀장)의 말이다.

마을 사람들의 취나물 수확 작업을 끝내면 (주)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전남지부(도래마을 옛집)에서 직거래 방식으로 수입 창출을 도와주고 있다. 긍정적인 우리 농산물 생산과 소비의 순환 구조다.

도래 마을에서 마을 문화를 일궈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역사적 흔적을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남겨주기 위한 것이다.

시민의 자발적 노력으로 보존된 도래마을

전남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에 있는 한 마을이 모두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풍산 홍씨 집성촌인 도래 마을이다. 집성촌의 중심에 국가지정 문화재 가옥(3채)과 정자들(영호정, 양벽정, 계은정) 그리고 도래마을 옛집이 있다.

전통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건축 양식과 오래된 한옥들이 마을 분위기를 잘 보존하고 있어 가치가 크다. 돌담으로 둘러싸여 오래된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도래마을 옛집은 1936년에 지어졌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배치해 남향이 아닌 서향을 바라보며 공간 이용에 따라 방의 위치와 크기를 자유롭게 배열했어요. 또 사랑방이 안채에 자리하면서 사랑마루와 툇마루 사이에 문을 두어 구분하는 등 19세기 후반의 근대 한옥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어요,”

의미 깊은 도래마을 옛집들은 사람의 힘으로 지금 여기에 닿았다.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모금, 구슬땀 같은 노력을 더해 2006년 쓰러져 가는 한옥을 매입했다. “안채와 문간채를 원형 복원해 보전·관리하고 있고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당채를 신축해 2009년 3월에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지금까지 수천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습니다.”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당채를 신축해 2009년 3월에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지금까지 수 천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마을 문화 일궈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도래마을 옛집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일간 상시 개방하고 있다. 특별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문화, 교육 강좌(‘전통혼례체험’, ‘천연염색’, ‘전통차와 음식 만들기 시연과 체험’, ‘초가 이엉 얹기’, ‘메주쑤기’)와 함께 한옥 숙박체험이 이루어진다.

옛집의 한옥 숙박 체험객은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야채를 찬으로 아침을 먹는다. 음식은 나주 소반과 유기그릇에 담겨 제공된다. 또 다른 삶의 여유로움과 나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조식이 끝나면 옛집 주변 관광으로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시원하게 걸을 수 있어요. 또 나주호를 따라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의 길을 드라이브 삼아 20여 분 달리면, 200년부터 300년 된 비자나무 숲길이 있는 불회사가 있습니다.”

먼동이 틀 때는 앞산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영감에 찬 신비스러움을 나타내고, 석양이 질 때면 주위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대상을 강렬하게 드러내 보이려는 의지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평범한 가운데서도 숨겨진 질서의 미를 발견할 수 있는 멋과 깊이가 한옥에는 간직돼 있다. 부드럽고 조용해 때론 적막할 정도의 단순함도 느낄 수 있다.

도래 마을에서 마을 문화를 일궈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역사적 흔적을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남겨주기 위한 문화유산 보전 시민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기부, 모금 운동을 통해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확보하고 시민의 주도 아래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이다.

대동문화 76호 [2013 5.6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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