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꿔진 정원이 있는 세익스피어 생가

오후 세시가 되면 여기저기 주전자에 김이 오르기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홍차이지만 세시가 넘으면 달콤한 케이크나 비스킷 한조각과 함께 하는 Afternoon Tea Time이다. 영국홍차는 일반 홍차에 여러 가지 향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일반적인 홍차도 있지만 다양한 색과 향을 보여주는 화려함이 돋보인다.

부슬부슬한 날씨를 녹여주는 홍차

17세기에 네덜란드를 통해 차는 처음 영국에 흘러들어왔다.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의 차는 영국으로 들어오는 경로가 더욱 쉬워졌다. 홍차는 인도양 일대의 식민지 시대가 만들어낸 문화이다.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재배된 차는 뱃길 따라 영국까지 옮겨졌는데, 옮겨지는 과정에서 찻잎은 발효가 되어 숙성된 홍차가 된 것이다.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지명이고 실론섬에서 가지고 온 실론티이다.

버버리와 젠틀맨

한국 사람들에게는 트렌치코트보다는 버버리라는 이름이 더욱 친근하다. 영국신사가 입고 있는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에는 생각보다는 슬픈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18C에 영국의 대지주들을 젠틀리가라고 불리었다. 소작인들을 두고 어마어마한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부농을 지칭한다. 그러나 젠틀리가는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것보다 양모산업이 더욱 손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작인들은 거느리며 농사를 짓는 것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다.

영국의 토지는 척박하고 햇빛이 많이 없는데다 대다수가 구릉지역이라 작황결과는 언제나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목축업은 몇몇 양치기와 콜리라는 목양견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젠틀리가는 농지를 갈아엎고 목축업을 시작한다.

일할자리를 잃은 농민들은 허드렛일을 찾아 도심으로 떠나게 된다. 그래서인지 런던 근교에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이 많다. 그때당시 비싼 땅값 때문에 런던 도심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에 살았기 때문이다. 2차 산업이 발달하던 즈음, 소작인들은 싼 가격의 인력들로 전락하고 만다.

젠틀리가는 양모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고 도심으로 떠난 소작인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져만 갔다. 영국의 양모산업의 발달에는 젠틀리가의 상업적 계획과 소작인들의 슬픈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전통가옥 형태의 앤핸서웨이 생가

영국인과 정원

영국인들의 삶은 정원에서 시작해서 정원으로 끝이 난다. 선악과를 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이다.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꾸미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특히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은 그들에게 숙명이다. 가꾸지 않은 정원은 헝클어진 머리칼과도 같다.

런던은 반경 4킬로미터 이내에는 어디서든 공원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한가로이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은 볼 수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공원을 찾는다. 그저 햇살을 즐기며 차 한 잔을 마실 뿐이다.

옥스포드 학생들의 애환이 담긴 탄식의 다리

해리포터의 배경인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영국의 브레인 옥스포드

7편 시리즈가 나와 있는 헤리포터의 배경은 옥스포드이다. 정확히 말하면 크라이스트 처지 칼리지 이다. 옥스포드 칼리지의 첫 시작은 교회이다. 처음부터 학교 건물이 생겼던 것은 아니다. 성당의 예배당에서 유능한 학자의 강의가 있다고 하면 학생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학자는 즉 지금의 교수를 뜻하는 것이고,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며 지역에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해주는 선구자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교회들은 유능한 학자를 모셔 자신의 예배당에서 강의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또한 과거에는 단순한 교회였으나 지금은 버젓한 학교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옥스포드 칼리지의 특징은 공동체 생활이다. 학문을 공부하고 깨우치는 것 뿐 아니라 함께 모여 식사하고 함께 모여 지내는 기숙사 생활이다. 공부는 칼리지에서 하지만 학과 공부는 별도로 한다.

군대로 따지면 개인의 보직근무를 마치고 나서 내무반으로 돌아와 먹고 자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갈등하고 그 갈등을 해소하며 조율하는 현명함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 이 시대가 필요한 통솔자를 키워내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공원을 산책하고 정원을 가꾸며 시간을 보낸다. 금새 비가 내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비추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대동문화 76호 [2013 5.6월호]

김근하 기자  paranbaj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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