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올 한옥에서 장인 메세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을 살리되 미래를 준비하자는 예올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재단법인 예올은 2002년에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비영리 시민단체이다.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계승, 보존,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재 보호 운동을 후원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대화되어가는 생활 속에서 사라지고 훼손되어지는 우리 문화유산을 바르게 알고 찾아내서 지켜내고 창조적인 계승을 이루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전통문화 관련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내 및 해외 역사유적 답사’, ‘박물관 투어’ 및 ‘서울 역사 산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외국인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영어 강좌를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10년 간 진행해 오고 있다.

예올은 또한 문화재 보호 운동의 일환으로 조계사 안내판 설치 사업, 여수의 문화재 안내 체계 개선 사업, 여수 애양원의 기록보존 정리 및 번역 작업을 후원하고 있다. 또 내셔널 트러스트와 함께 근대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지원, 반구대 암각화 보호 운동,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업으로 ‘사직단 지킴이’를 구성해 서울의 사직단 정화 및 보호, 복원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성규 칠피함. 장인 메세나 운동을 통해 예올은 우리 전통의 현대화 작업의 방식을 실험해 보았다.

무형문화유산 지원 메세나 운동 성과

2006년부터 민간 재단로서 유일하게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장인 후원 사업을 핵심 메세나 사업으로 선정하여 지금까지 소반장, 칠피장, 채상장, 소목장, 옹기장 등 여러 장인들을 후원해 왔다.

후원 방법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화되어 왔는데 초반 몇 년 간은 매년 장인을 두 명씩 선정하여 지원금을 지급하고, 창작한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홍보하여 판매를 돕는 방식이었다. 2008에는 재단의 한옥을 1년 간 장인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재정 후원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현대의 변화된 생활양식과는 단절된 채 실생활에서 쓰이기 어려운 옛 모양과 방식대로 맥이 이어져 나가게 되어 장인들의 열악한 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인들의 작품이 현대화,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재료 및 기술 연구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특히 판매를 염두에 둔 상품 개발과 유통까지 장기적이고 현대적인 안목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2009년부터 장인의 마인드 전환 프로그램 및 체계적인 재료 및 기술 연구, 작품 개발, 전시, 홍보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여 장인과 함께 하는 새로운 후원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하게 되었다. 기존 전통문화 지원 프로그램과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이었다.

현대적 안목으로 전통을 해석하라

후원할 장인은 의식주 생활양식 전 분야, 재료 및 기술 모든 분야, 전통, 전승, 현대를 포함한 영역에서 전통적 기법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새로운 작업에 개방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공예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2009년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사업의 첫 장인으로 옹기장 이현배 씨를 선정했다.

아트디렉터 이상철 선생님의 기획으로 부엌과 마당에서 저장 용기로 사용되던 옹기를 식탁으로 가져와 동·서양 음식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이며 현대적인 식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일 년 동안 진행했다.

먼저 장인과 함께 해외의 공예 상황을 함께 돌아보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 디자인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옹기를 식기로 사용할 때의 문제점들을 조사하여 개선하기 위한 많은 연구를 거쳤으며 다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규격화하되 장인의 손맛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도록 했다.

장인 혼자의 힘으론 늘 작업하던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장인 입장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후원이라고 생각했다. 즉 장인의 손을 돕는 것이 아니라 눈을 돕는 시도였다.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을 바라보는 방식을 실험해본 것이다.

결과물은 전시회에서 발표되고 공예 트렌드 페어, 후원의 밤, 그 외 여러 전시를 통해 홍보하고 판매했고, 지금도 예올 한옥에서 지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생겨나는 수익금은 다시 장인 후원 사업의 목적 사업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2년에는 소목장 조석진 장인을 선정하여 조선 목가구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의 생활공간에서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사이즈와 모던한 디자인으로 현대화시켜 선비들이 서책을 보관하던 책궤와 사방탁자를 만들었다. 역시 공예 트렌드 페어를 통해 전시됐고, 예올 한옥에서 상설 전시와 주문 판매를 하고 있다.

2012년 예올이 10주년을 맞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지역 공예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전통공예에 지역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가미하여 멀지 않은 미래의 전통공예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문화상품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부여, 지역 문화 싹 틔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부여프로젝트는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최공호 교수의 총지휘 아래, 관련학과 학생과 지역장인, 그리고 일본에서 윤리와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지역공예를 살기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로타니 코우세이 선생이 함께 참여하여 1년 동안 수행했다.

점점 사라져가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싹틔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성찰에 기초하여 고도 부여에 남아 있는 풍부한 유산과 문화의 뿌리를 일구어 지속가능한 현재의 문화로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부여 프로젝트는 세 가지의 원칙에 충실했다. ‘부여의 고유성을 현재화하자’는 전제와, ‘결과보다 프로세스에 충실하자’, ‘자주 쓰는 요긴한 물건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서선정 장인의 바구니 창작 작품. 상품을 개발하여 전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고유성을 요긴하게 현대화하자

젊은 학생들과 지역 장인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먼저 통찰하고 이해함으로써 그 지역의 새로운 공예문화의 토대가 되는 방법들을 배우고 그 의미를 발견하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고려하여 윤리 환경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전통공예는 어떤 필연성 혹은 해결 가능성이 있는지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회화 목공 도자 세 부분으로 진행된 결과물은 모두 부여라는 지역과 연계된 문화상품이었다. 회화의 경우 백제 토기나 청동기에 새겨진 문양들에서 찾은 이미지들을 자연 염료로 직접 그려내 그림 액자와 족자를 만들어냈다.

목공의 경우 전통 기법인 짜임기법으로 만든 주방용품을 만들었는데, 벽에 걸어놓을 수 있는 쟁반, 컵받침 세트, 냄비 받침과 수저받침을 결합한 세트, 요리책이나 아이패드를 보기 쉽도록 펼쳐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제작했다.

도자 부분은 환경과 윤리를 고려한 물건을 만들었다. 그릇을 만들기 위한 흙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흙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 가마를 한번 굽기 위해 한옥 한 채를 태워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를 고민한 후 부여 근처에서 발견한 부여 점토를 사용하고 단벌소성을 하여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결론을 얻었다. 단벌 소성한 그릇은 식기로 사용하기 어려워 데스크 용품으로 개발했다.

개발한 상품들은 예올 한옥에서 전시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수공예품을 유통 가능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으로 개발하는 데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와 미래로 나가는 전통을 위하여

가회동의 예올 한옥은 언제나 전통장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하고 후원 장인들의 물건을 상설 전시하여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늘 열려있다. 상품을 개발하여 전시로써 끝이 나는 것이 아니고 판매뿐만 아니라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사용하여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저변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예올이란 이름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옛것’이라는 의미의 ‘예’와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의미의 ‘올’의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

앞으로 예올은 전통장인의 맥이 이어져갈 수 있도록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사라져가는 전통장인을 후원하며 또 앞으로의 미래 우리의 공예를 짊어질 젊은 공예인들도 발굴 지원함으로써 ‘전통의 재창조’를 위한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예올은 순수한 민간단체에서 자발적 동기에 의한 전통의 계승을 위한 메세나 운동을 벌어나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기업 후원금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별한 기업의 기술 노하우와 재능 노하우를 기부하는 사례들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예올처럼 문화유산의 현대와와 미래화를 통해 장인들을 지원하는 사례도 좋은 메세나 운동의 모범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동문화 76호 [2013 5.6월호]

이영미 (재)예올 사무국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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