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투박하게, 때론 성급한 청춘

언제쯤이면,

‘청춘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될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움직임이었다.

내 생각을 생각으로만 머무르고

더 이상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일 때

청춘이 빛을 잃고 사라질 것임으로.

시민상상 워크숍을 진행하는 이정현 씨

나는 지금 청춘일까? 언제 ‘청춘’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될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움직임’이었다. 생각으로만 멈추고, 더 이상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일 때 그 때는 바로 청춘이 빛을 잃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는 청춘의 나이가 육신의 나이로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사견이다.

“청춘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움직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거칠고, 투박하고, 때론 성급한 느낌이지만 생각나는 것들과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생각하고 계획해야 움직이지만 나는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계획을 수정한다. 그것이 나를 늘 긴장하며 살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움직임의 전략이다.

나는 모난 돌로 살아왔다

나는 광주YMCA의 청소년 단체에 있을 때는 ‘모난 돌’이었다. 독특한 상상을 자주했었다. 학생들과 함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 교수님께 메일도 보내고 직접 만나러가기도 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과 그 일을 꾸밀 수 있게 만든 질문은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 그리고 어떻게 만나러 갈 것인가?’였다. 그 질문이 나의 첫 번째 움직임의 동력이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움직임은 32살에 시작되었다. 7년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극단적인 동기였다. 그 움직임을 만들었던 질문들은 ‘광주에 사는 것이 희망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직장을 진행했던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100인의 희망 릴레이’이다. 광주 사람들 100명을 만나 광주가 희망적인 이유를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였다.

13개월 간 힘들었지만 50명의 광주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광주를 산다>라는 책으로 엮어 클라우드 펀딩으로 출판한 최초의 책이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나에게 많은 오해와 상처를 주기도 했다. 물론 엄청난 경험을 제공해 주기는 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더 강력했다.

이름 없는 청년에게 수없이 많이 인터뷰 거절도 당했다. 글 한번 써보지 않고 있었던 나에게 책을 만든다는 이 프로젝트의 무게는 실로 무거웠다. 생애 처음 우울증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제 삶에 새로운 에너지와 시각을 형성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의 다양한 판단 속에서 상처 받지 않는 마음의 굳은살이 생긴 일이었다.

교육 콘텐츠 개발 회사, 공작소 창업

광주광역시청 시민의 숲 새 시민공간

세 번째 움직임은 “창의성과 공간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리고 교실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발현시키기에 충분한가? 수업은 왜 학생들이 만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생각은 2015년 5월에 1% 공작소라는 ‘교육 콘텐츠 개발 회사’를 창업하게 만든 동력이 되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배움이 이루어지는 교육 공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교구재를 만들고, 교수법을 연구하는 회사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모든 일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 요즘 가장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실험과 연대에 대한 고민을 만들어 주었다. 일과 사람에 대한 실험, 그리고 함께 일하고 만들어 가는 연대에 대한 움직임은 앞으로 내 삶의 화두가 될 것이다.

앤 삶에서 삶의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존재했다. 뮤지컬 ‘서서평’, ‘오방 최흥종’을 함께 만들고 기획할 때도 ‘무대 위에서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가? 무대가 주는 즐거움, 저 많은 사람 앞에서 왜 나는 떨리지 않는가? 한 사람의 생애를 어떻게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1년에 만나는 사람들을 세어보니 공연, 사회, 강연, 문화기획 활동 등으로 약 10,000명 정도를 만나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을 움직인다 by 이정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내 청춘의 시간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에너지들이 사람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고 좀 더 세련되게 관계할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워가야 한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나를 촉발시키는 질문들과 동기들이 매일 생겨나, 살이 붙고 연결되어, 어느 순간 또 새로운 움직임들을 만들어준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동안 나의 청춘은 분주한다.

마지막으로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한 사람의 배움, 사유는 어느 순간 삶의 움직임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광주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배움에 머무르고, 생각에 머무르고, 안락하고 안전한 삶에 머무르고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청춘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것이 광주의 푸르른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대동정신’으로 창조적인 연대가 오늘 광주에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왜 오늘 우리는 잘 연대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누가 고민하는가? 연대할 필요가 있는가?’ 등 광주에 대한 시각이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대동문화 91호. 2015년 11월 12월

이정현 1%공작소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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