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바뀐 것 같았다. 결코 커피 덕분이 아니었다. 마치 봄이 온 듯했다. 우리는곧 몸이 따뜻해지고 다시 즐거워졌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훈훈함이 감돌았다. 눈에 보이는 난방시설도 없었고, 이것으로 난방이 되는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을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건 정말이지 난방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기후적 사건이었다” 세계 3대 근대 건축 거장에 꼽히는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1914년 도쿄의 제국호텔 설계를 맡아 일본에 왔는데, 어느 추운 겨울날 오쿠라 집을 방문했다가 운명처럼 한국의 온돌을 체험하고 그의 저서 중력 난방에서 고백한 내용이다.

오쿠라는 강화도 조약 체결과 함께 개항된 부산에 들어와 잡화점을 시작으로 금융, 건설 특히 압록강 벌목으로 떼돈을 벌어 조선의 문화재를 닥치는 대로 가져간 인물인데, 총독부가 식민통치의 치적을 홍보하는 조선물산 공진회를 경복궁에 개최하면서 궁궐 전각을 걷어낼 때 총독을 설득하여 “자선당”을 해체한 다음 도쿄에 있는 자기 집 정원으로 옮긴 뒤 조선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설 미술관으로 사용했다. 자선당은 자비로운 성품을 기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세자와 세자빈이 거처하던 동궁이었다. 라이트는 이곳에서 한국인의 방을 체험하고, 바닥을 데우는 온돌방식을, 가장 이상적인 난방방식이자 태양열보다 좋은 난방이라고 극찬을 하였으며, 깊은 감명과 큰 영감을 받은 그는 귀국해 1930년 후반부터 주택을 설계할 때, 방바닥에 온수를 순환시키는 미국식 온돌 난방을 적용하였다. 그가 중력 난방이라고 이름 붙인 이 온돌 기술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오늘날 우리나라로 역 수입되어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온돌이 시작되고 널리 사용된 것은 고구려라고 알려져 왔다. 신당서나 구당서와 같은 중국 사서에서는 “고구려의 가난한 백성들이 장갱을 만들어 겨울철에 난방했다”라고 기록했다.장갱이란 구들고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초기 철기시대의 유적인 서둔동 고래 유구는 높이30cm 되는 얇은 흙벽돌을 약 30cm 폭으로 양측에 세워, 그 위에 똑같은 크기의 벽돌을 덮어 터널형 고래를 구축했다. 점차 바닥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또 진흙을 덮고 그 주위에 큰 돌을 세워 놓은 고래를 조성함으로써 축열 효과를 높이는 유형으로 바뀌어 갔다.초기에는 쪽구들 형태의 부분 온돌이었다가, 고려 후기에 이르러서는 전면 온돌과 함께 한반도 남쪽 끝까지 널리 확산되었다.

하동의 칠불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아자방”이 그 주인공이다. 방의 구조가 아(亞) 자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 방에 한 번 불을 때면 100일 동안이나 따뜻하여 세계 건축 사전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하다. 온돌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온돌의 원리를 이용하여 겨울철에 온실을 만들고, 여름에는 석빙고를 만들었다. 특히 겨울철에 채집 해 두었던 얼음을 봄, 여름, 가을까지 녹지 않게 효과적으로 보관했던 석빙고는 지금의 고분과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주로 강이나 개울 주변에서 만들었는데 빙실은 주변 지반과 비교해서 절반은 지하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지상에 있는 구조이다. 벽체는 열 전도율이 낮은 화강암을 아치 형태로 쌓아 올리고 외부는 보온을 위해 흙으로 두껍게 덮었다. 천정에 두 개의 굴뚝을 세웠는데,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공기 순환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시대 온실의 비밀은 1450년 의관이었던 전 순의가 편찬한 “산가요록”안에 있다. 그 안에 겨울철에 채소 가꾸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동, 서, 북쪽은 전부 두껍게 담을 쌓고 바닥에는 온돌을 깐다. 바닥에 연기가 새지 않게 하고 구들장위에 45cm 흙을 쌓는다. 남쪽은 전면에 45도 경사로 살창을 설치하고, 살창에는 기름을 바른 튼튼한 한지를 쓴다. 온도와 습도는 후방에 설치됐던 아궁이에 솥을 올려 물을 끓였다. 그리하여 바닥과 온실 상부를 모두 따뜻하게 데워 주면서 동시에 가습기의 기능을 가동했다. 온실과 석빙고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닥 난방으로 대표되는 온돌이 있음으로 가능했고, 그리하여 유럽보다 최소 170년 이상 앞선 온실이 탄생하게 되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곧 구들 개자리에 연기와 화기가 가득 차게 된다. 이어서 굴뚝에 가까운 곳은 턱을 높이고 먼 곳은 낮춘 부넘기를 넘어 고래를 타고 이동한다. 방이 큰 경우 열기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설치한 중간 개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고래를 타고 가다가 바람막이의 고개를 넘어 고래 개자리에서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좁은 연도를 지나 굴뚝개자리에서 잠시 머문 다음 굴뚝으로 연기가 나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구들장이 데워지고, 그 위의 부토까지 따뜻해진다. 벽 쪽으로 열기가 새지 않게 시근담을 설치하는데 고래와 높이를 같게 하고 반드시 진흙으로 면바르기를 한다. 뜨거운 공기가 고래를 통과하면서 식어 공기 중에 섞여 있던 그을음이나 재를 떨어뜨리고 열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개자리의 역할인데 온돌을 오래 사용하면 정기적으로 방바닥을 뜯어 청소하여 준다.

가장 이상적인 난방이라 극찬을 받은 온돌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온 백성이 사용하는 난방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문적이고 체계화하는 제도를 통해 기능인을 양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자방의 경우처럼 재야의 고수들이 즐비했지만 그 기술은 전수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온돌공을 뽑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온돌을 독립적인 분야로 세운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온돌은 한겨울에 반 팔 옷을 입고 있을 정도로 추위를 완벽하게 제압한다. 습도가 높으면 흡수하고 건조하면 다시 내뱉는 성질이 있어 여름에는 쾌적하고 겨울에도 건조하지 않아 감기 등에 잘 걸리지 않는다. 돌과 진흙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건강에 좋다.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난방방식을 만들어 내고, 그 원리를 이용하여 온실과 석빙고를 만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가난한 백성들이 사용하던 온돌은 조선 시대에 이르러 임금이 거주하는 궁궐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서민 문화가 귀족 층에게 영향을 끼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온돌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화젯거리가 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 방식이라고 찬사를 듣는 온돌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이다. 온돌을 보존하고 더 발전시키는 책임이 온돌공인 나와 문화재 수리 기능자들에게 있다.

김귀백 기자  gasun6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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