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만이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도와주자

청소년들의 창의와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토요 휴업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청소년들에게 지나치게 학업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풍토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런 풍토는 청소년들에게도 발달 단계에 맞는 사회적 활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을 도외시 하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개혁이나 교육과정 개편이 있을 때 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 개선’ 또는 ‘창의, 인성 교육’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벌 위주’ 또는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이율배반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 중의 하나가 토요휴업의 전면적 시행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되어 있다.

이 글은 학교에서는 학생이지만 지역사회로 나오면 청소년인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생활을 즐기게 할 수 있으며,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에게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게 토요 휴업일을 보낼 수 있게 도울 것인가를 제안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방과후 학교와 창의적 체험 활동

학생들이 방과 후에 특기와 적성에 맞는 활동이나 뒤쳐진 교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교육활동에 자기 부담으로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방과후학교’라고 한다. 최근에는 방과후학교에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한 돌봄 교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학생들이 초중등학교의 학습지도에 참여하는 멘토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토요 휴업이 전면화 됨에 따라 토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각 학교는 다양한 토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말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발표하고 이를 제7차 교육과정과 구분하기 위해 ‘미래형 교육과정’이라 명명하였다. 집중 이수제, 국사교과의 축소 등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이 교육과정에 주목하는 부분은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활동)’이다.

창체활동은 이전 교육과정의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통합하여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네 영역으로 나뉘어 지역사회에서의 체험활동을 강화해 보자는 취지로 설계되었다. 시수가 대폭 늘어난 창체활동은 비록 수업시간에 편성되었다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창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창체활동이 수업 시간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제외하고는 지역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거나 극히 일부만 지역사회의 강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연계가 미흡하다. 또한 이 창체 활동은 올해 중고등학교 2학년까지만 적용되고 내년에 3학년 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아직 전면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학기 시작하기 바로 전에 최근 ‘2.6 학교폭력 종합대책’의 하나로 학교 스포츠클럽활동을 창체의 동아리 활동으로 인정하라는 지침을 마련하였다. 즉 토요 스포츠 클럽 활동 시간을 창체 활동에 포함시키며 이 활동을 지도하기 위해 코치를 채용하고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스포츠 활동, 문화예술활동, 학술 활동

교과부의 지침은 창체활동 속에 포함된 스포츠 활동(체육 동아리 활동)을 창체 수업시간에 진행하거나 토요 휴업일에도 진행하는 것을 승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고 문화예술활동을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요일에 두시간 정도(1달에 8~10시간)는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 창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초등학교는 방과후 활동으로 하되 중고등학교는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 체육(스포츠) 동아리 활동, 학술(독서, 논술, 토론, 로봇, 과학 등) 동아리 활동, 봉사(동아리) 활동 등의 토요일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스포츠 활동에도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축구, 농구,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다양한 과목이 있으며 문화예술활동에도 여러 가지 악기나 합창, 연극 등 수많은 활동 영역이 있다. 필요하다면 한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몇 개 학교를 묶어 하나의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활동과 영역에 지도자를 배치하여 활동을 지원할 수만 있다면 이런 프로그램과 동아리들은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학교폭력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된 ‘스포츠 클럽 활동’ 만을 창체 활동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활동과 다양한 학술 활동을 창체 영역의 하나인 동아리 활동으로 묶어 이를 지원하고 그 활동 내용 및 일정시간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하면 된다.

거기에 이런 활동을 지도하는 강사(코치)에 대한 비용을 지역사회와 참여자 부담으로 하면 토요 휴업일에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자기계발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칭 ‘창의인성교육재단’ 설립 제안

‘학교폭력종합대책’의 하나로 제시된 스포츠 클럽활동의 취지는 학생들이 좋아하는(좋아할 것으로 보이는) 체육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교우관계를 개선하여 학교에 널리 퍼져있는 경쟁적 분위기를 완화시켜보자는 것이다. 거기에 창체활동 인정이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학교 당국의 책임성 부여, 학생들의 참여의지 고양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정책 의지는 실제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50명을 정원으로 하여 모집한 축구 교실에 70명이 몰려 클럽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학교 단위에 맡기면 학교에 배정된 예산으로는 새로운 강사를 투입하기 어렵게 되거나 공간 사용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수업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만일 어떤 학교에서는 농구 교실을 운영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지원자가 없다면 이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교육청이나 지역사회에 방과후 학교 또는 창체활동 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교육청 내에는 ‘방과후학교지원센터’가 있어서 강사 인증과 수급, 학교 연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원센터의 역할은 연계와 지원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리, 조정의 역할이나 창체활동 지원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시 체육회나 생활체육회에서 학교 체육활동 지원 계획이 있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학생(청소년)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나 청소년단체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사회 여성인력개발원이나 여성새로일하기본부, 평생교육원 등에서 수많은 학술(독서 지도, 토론 및 논술 지도 등) 활동 지도자, 특기 적성 활동을 지도하는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자원이 학교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중고등학교의 창체 활동과 연계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여 좋은 코치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시청과 시교육청, 5개구청과 문화재단, 여성재단, 시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시민(여성, 교육, 학부모, 청소년)단체,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청소년수련관, 문화의집, 자원봉사센터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요 휴업일 창체(동아리) 활동 지원을 위해 지혜를 모을 것을 제안한다. 그동안 학생들의 교육문제는 학교에 맡기고 지역사회에서는 교육복지, 돌봄과 보육을 중심으로 논의해 왔다.

이제는 수많은 학생들이 토요휴업일에 학교와 지역사회 활동을 위해 폭넓게 논의할 시점에 와 있다. 이 문제는 교육당국이나 학부모 또는 학생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 토요휴업의 전면 실시, 교육과정에서의 창체활동의 도입, 방과후 학교의 활성화, 더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체육 및 문화예술 활동의 체계적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각 단위가 갖고 있는 이해관계를 떠나 보다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칭) 창의인성교육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 설립을 제안한다.

이 ‘지원재단’은 민관거버넌스 형태로 설립하여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살리는 방과후 교육활동을 지원하며-현재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교육센터를 통합하여- 창체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원재단’이 학생·학부모·교사· 지역사회의 요구를 올바로 반영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교육적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강사들이 참여하여, 학교 또는 공신력 있는 기관 또는 시설에서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현재 우리 학교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군데로 모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능하면 학교에서 인정하고 진행되는 활동을 중심으로 하되 지역사회의 기관 또는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모든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 재설계해 보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오로지 ‘공부’와 ‘입시 경쟁’이라는 테두리 속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일은 대학 입학이후로 미뤄둬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21세기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당위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은 여전히 ‘학교 공부’에 매몰되어 있다. 우리는 주5일제 전면실시를 맞아 우리 자녀들에게 한번쯤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보고자 한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학생에게는 학원보다는 학술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운동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는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는 하고 싶은 활동을 지원해 주자. 이를 학교 단위에서 보다는 교육청 차원에서, 아니 더 나아가서 시청, 교육청, 시민사회가 나서서 합의하고 조정한다면 훨씬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원하는 활동을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대학들도 대부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고교 시절의 다양한 성취 또는 체험활동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커졌다.

즉 스포츠 활동이나 문화예술활동이 단순하게 취미활동이나 여가선용이 아닌 진로와 연계된 활동이 될 수 있게 관리한다면 이는 교육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게 된다. 이런 교육활동을 위해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의하고 재정을 투여하는 것도 마다해서는 안된다.

[대동문화 70호, 2012년 5. 6월호]

김전승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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