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객사인 산양관이 있던 보성초등학교

세월이 켜켜이 나이가 되고 그 오래된 삶으로 인생을 의미를 알게 된다. 벚꽃은 이제 대지에 흩날리고 물오른 나무엔 그 잎만 푸릇하다. 설화를 찾아 이곳 저곳을 찾다보니 보성 땅에 설화(說話)가 만발하고 있다.

보성읍내에 들르니 ‘방진관’이 눈에 띤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이름이다. 보성군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 유적지 복원사업과 함께 보성군수 관사를 리모델링해 만든 것이다. 보성군수를 역임한 방진(方震. 1514∼?)은 이순신의 장인이다.

1565년 이순신은 방진의 딸 방씨 부인과 혼인을 했었다. 방진관(보성읍 새싹길 81-10)은 지난 2016년 3월 11일 개방되었다. 이순신 리더십 교육관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내부는 기념관, 이순신실, 방진실, 방씨부인실 등 4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보성은 백제때 복홀군(伏忽郡)이라 했고 신라때 보성(寶城)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객사는 언제 건립되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흩어진 자료를 수습해 본다.

청백리로 이름난 장성출신 지지당(知止堂) 송흠(宋欽. 1459∼1547)은 보성군수(1504∼1506 재임)의 자리에 나간 적이 있다. 그는 한가한 틈을 타 동헌, 객사, 열선루를 소재로 시를 지어 남겼다. 지지당유고에 남겨진 시는 ‘차제산양동헌(次題山陽東軒)’, ‘차제산양관(次題山陽館)’ ‘차제산양열선루(次題山陽列仙樓)’ 등이 있다. 16세기초에 이미 이들 건물에는 차운할 만한 시운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次題山陽館 산양관에서 차운하여 읊다

三載登樓一未閑 삼년동안 누 올라 한 번도 한가롭질 못하고

心勞政拙不如還 마음 괴롭고 정사가 서툴러 돌아감만 못하리

愁深宦海風波裏 풍파속의 벼슬길 수심만 깊이깊이 쌓이고

夢繞江村泉石間 꿈속에선 강마을 자연을 맴돌면서 보내네

荏苒光陰雙轂轉 遷延하는 日光과 月影은 바퀴처럼 구르고

悾惚簿領二毛斑 매일 바쁜 공무에 머리만 斑白되어 가누나

先生言景我言志 선생께선 경치를 말하고 나는 뜻을 말하니

今古何須一樣看 어찌하여 고금에 보는 것 이렇게도 같을까

보성군 객사는 1597년 정유재란으로 관아 건물과 함께 소실되었다. 이후 1610년경 군수 이직(李稷)이 부임해 열선정(列仙亭)과 함께 산양관을 중건했다.

1653년(효종 4) 최률(崔嵂. 1605∼?) 군수 때 이르러 다시 객사를 중건했다. 국역 동계집에는 죽천 박광전의 손자이자 만포 박근효의 아들인 동계(東溪) 박춘장(朴春長.1595∼1664)이 1653년(계사)에 지은 객사 상량문이 남아 있다. 동계선생은 한편으로 1663년 보성군 최초의 읍지인 산양지(山陽誌)를 편찬했다.

"아득히 먼 산도 조산(祖山.곤륜산)으로부터 자취가 일어나 자식을 낳고 손자를 낳고 콸콸 흐르는 물도 조산에서 멀리 흘러내리며 줄기가 나누어지고 샛강으로 나누어져 사루하전(辭樓下展.풍수에서 산이 높고 뾰족한 것을 사루라 하며 높고 평평한 것을 하전이라 한다)의 조산에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내려오며 강을 건너고 깊은 구름을 지나 가까이 삼십리에 연유하여 멈추니 사자산 석산이 우뚝 서고 서쪽에는 용산이 솟았네.

웅장하게 서리어 동으로 돌아 모습 달리하고 앞에는 의연히 떠돌이 개가 발을 들여 놓으니 맞이하듯 기이한 형상은 뒤에도 있어 어렴풋이 맹호가 고개를 숙이고 점고개 언저리에서 노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드러누운 노루는 수구(水口)에 횡으로 난간 되었네.

한 지역의 길지 차지하여 한 백년의 걸작 지으니 양 처마는 높아 일을 보는데 질서 있게 사용할 만하고 중당에는 우뚝 설치한 전패(殿牌) 특이하네.

진(秦)나라 동남동녀들이 동쪽 모퉁이 효릉(崤陵)을 헤아리고 초인(楚人)이 서쪽 변방에서 한번 횃불을 들자 서쪽 군사들이 무너지고 함곡관(函谷關)이 초토화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옛터는 아직 남아 있으나 다시 중수할 사람이 없어 새로 지은 과문 빠져버리고 끝내 다시 볼 수 없다네. 지금 우리 원님 최률(崔嵂. 1652∼1654.7재임) 합하께서 부임한지 2년에 공적 상고하여 육교(六敎)를 모두 닦아 온 고을 편안하자 곧 객관 지을 마음 가졌네.

온갖 폐단 함께 일어났으나 바르게 다스리는 영을 계속 발하고 생각과 지혜 모두 짜내며 주야를 꺼리지 않았네. 갖은 고생하며 재목 모으고 장인 찾아 번거롭게 하지 않았네.

백성들 힘을 모두 합하고 자녀들 부모 일에 달려오듯 하는데 어찌 꼭 시기 지나 성취 하겠는가? 수많은 장인들 기꺼이 일하니 거의 얼마 않되 준공하였네. 푸른 기와에 붉은 난간은 백년 후에도 장엄하고 화려하여 폐하지 않으리라.

단청 전각에 붉은 섬돌 아름답게 번쩍이니 오늘날 대단한 화려함에 상량문 지을 책임 맡아 삼가 육위가(六偉歌.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위) 올리네.(중략)

아전들은 공수(龔遂)와 황패(黃霸)처럼 걸맞게 아시고 정자천(亭子川)을 흐르는 맑은 물 전답의 마른 싹에 대고 바람재의 호기(灝氣) 끌어다가 만민의 불볕더위 씻어 주소서.

짖던 개는 한가하여 발에 털이 일고 마을에 세금 독촉하는 아전들 오는 일 없게 하소서. 나르는 벌도 바다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수의사또 세금 못내 체포하러 오는 일 끊어지게 하소서."

산양지(1741)에 의하면 신증객관조에 박동설(朴東說)의 시가 있다고 전하는데 어느 시기인지는 알 수 없다.

객사인 산양관(山陽館)터는 현재 보성초등학교(보성리 806번지)가 자리가 되었다. 1909년 8월 31일 안규직 보성향교 직원에 의해 개교한 사립광신학교가 객사에 둥지를 틀면서 오늘날까지 학교터로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헌터는 보성군청(보성리 807-2번지), 옥터는 보성경찰서(보성리 738-2번지)가 자리잡고 있다.[계속]

최성은 기자  koindo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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