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광주에서 길을 찾다

지난 2011년 10월 3일 광주문화재단 공연장에서 ‘가을을 흔들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무척 특별한 자리였다. 뮤지컬스타 홍지민과 플루티스트 백영경, 바이올리니스트 김현경이 음악의 깊이로 광주의 가을날을 흔들어 놨다.

그 공연에서 객원지휘자 최선용(서울아트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씨는 공연 진행 중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99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수준 높은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특별연주회를 통해 시민들과 만났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시민들은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적 깊이와 성실함을 동시에 인정한다. 2011년에는 공연장 상주 예술단체로 선정됐고, 광주 다문화 음악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광주다문화오케스트라’ 단장 김유정 씨. 그는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한다. 음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도 고민한다. 그 결과가 음악 재능 나눔이이다.

광주 다문화 오케스트라는 2010년 우리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광주여성필) 단원들이 음악나눔 교육봉사 프로젝트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다. 현재는 다문화가족 80여 명이 음악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2세들은 문화와 정서, 정체성 때문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어요. 그들의 어려움을 전해 듣고, 음악을 통해 치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가족 모두가 참여해 음악활동을 하면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요. 가족끼리 대화도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구요.”

날로 날로 커지는 나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일들이 아니다.김유정, 그는 ‘다문화오케스트라’ 일을 3년 전부터 구상했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찾아가는 음악회로 들려주는 음악도 좋지만, 음악나눔 차원에서 이 지역의 다문화 가족들에게 교육 봉사(레슨)를 해보자”고 제안하며 다문화가정의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지역 23개 다문화센터를 일일이 방문했어요. 악기를 이미 시작한 회원들이 많으면 곧바로 오케스트라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근데 새로 시작해 배우기를 원하는 다문화 가족들이 훨씬 많았어요. 문제는 악기 구입이었어요.”

생각보다 판이 커졌다. 그는 서울을 수차례 오가며 한국현악기협회와 악기점에 악기기증 도움을 요청했다. 누군가 좋은 일에 동참해 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어렵게 악기들을 협찬 받았다. 그는 2010년 여름에 광주다문화네트워크협의회 도움을 받아 다문화가족 음악회원 모집 공고을 냈다. 11월에 가진 첫 모임에 98명(유치원생 5명, 청소년 50명, 이주여성 38명, 아버지 5명)이 함께 했다.

본인 소유의 악기 참여자를 제외한 75명 단원들에게 한국현악기협회에서 75대 악기(바이올린 55대, 첼로 6대, 비올라 4대, 플롯 10대)를 기증해 줬다. 곧바로 광주여성필 단원 10여 명이 무보수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광주 다문화오케스트라 모든 단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현재 악기 파트별 13명의 강사(광주여성필 단원)들이 시간대 별로 빛고을시민문화관 연습실, 다문화센터 등에서 매주 교육하고 있어요.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오케스트라 합주를 위해 한 번 더 모이고 있어요. 광주여성필이 빛고을시민문화관에 2011년도 공연장 상주 예술단체로 선정되었어요. 다문화 음악회원 교육과 다문화오케스트라 연습 때는 무상으로 연습실도 제공받고 있는데요. 참 감사드려요”

올해 1, 2월에는 광주시교육청 지원으로 집중교육을 할 수 있었고 이 지역 여러 악기점에서 첼로와 보면대 등을 협찬해 줬다. 후원자도 생겨 관악기도 점점 늘려가고 있고, 6월부터는 재)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에서 부족한 악기(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를 대여 방식으로 지원받고 있다.

열정이 꿈과 연결되는 무대

무대에 서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지만 의미가 커서일까? 지난 4월에는 광주다문화오케스트라가 광주여성필과 합동 실내악 연주요청(광주MBC 특집‘아시아 길을 찾다’)을 받았다. 첫 연주회를 준비할 때다.

“30여 명 단원들이 평소보다 일찍 연습실에 나와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꾸미는 무대에 대한 책임감과 열의로 가득해 보였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음만큼 연주를 할 수 없지만 열정만큼은 프로였어요.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시미꼬 씨의 딸 소영이, 행여 자신의 실수로 오케스트라에 누가 될까봐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악보를 점검하는 첼로 단원 지원이, 자기보다 세 살이 더 어린 동생에게 옆에서 박자를 일러주는 자매 예린, 예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정말 큰 보람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사람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지만 서로 호흡을 맞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하고,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단위 다문화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이끌어 가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훌륭한 소리를 내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되기를 꿈꾸고, 꾸준히 서로 화합하면서 멋진 공연단체로 발전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김유정, 그는 말한다. “이렇게 음악을 시작한 청소년 단원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나중에는 음악을 전공하는 아이도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연주한다. 12월 25일에 있을 광주여성필과의 합동공연에서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열정이 꿈과 연결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대동문화 67호, 2011년 11,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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