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공방’ 최석현(56) 대표의 바지런함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16일에는 문화예술체육 부문 광주 남구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통공예 계승 발전과 빛고을공예창작촌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았다. 남구민상을 받은 데는 최 대표의 ‘최씨 공방’이 지난 89년부터 23년 간 변함없이 남구 양림동 99-7번지에 있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3월 30일에는 공방에 이웃한 94-9번지에 공예 스튜디오 & 갤러리 ‘늘’을 개관했다. 지역 유일의 전통공예 체험장은 지상 1층, 연면적 132㎡(40평) 규모로 작업, 전시,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광주 지역에서 시민들이 전통공예 체험과 전시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마련된 것은 최초이다.

전통공예 전시 문화 공간 최초 마련

개관을 기념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보유자 이형만 선생과 제113호 칠장 보유자 정수화 선생을 초대해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한눈으로 보는 나전&칠기’ 전시회와 공개 시연 행사를 가졌다. 나전장과 칠장 국가문화재들을 초청한 것도 사설 갤러리로는 광주 최초의 시도였다.

최 대표는 또 광주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공예인들의 여론을 대표하고 있으며, 광주 국제 민속음식․관광레저타운 조성 추진위원의 직함을 갖고 있다. 또 한국공예예술가협회 부회장과 광주전남미술협회 이사, 한국옻칠문화연구원 광주 전남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 대표가 광주 남구에 제안하여 대촌 양과동 민속문화체험관 내에 7개의 공방이 입주한 ‘빛고을 공예 창작촌’을 개관한 것은 2011년 3월이다. 공예창작촌은 같은 해 6월 행안부 향토 핵심자원 사업화 시범 사업에 선정되었고, 2013년까지 3단계에 걸쳐 광주 공예 기반, 디자인 개발, 전시 판매 및 마케팅 등의 국비 지원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한지, 부채, 전통연, 연지, 도자기, 크레이․세라믹, 황토 염색 공방의 사업화가 그것이다.

최 대표는 2010년 빛고을 공예대전 추진위원과 집행위원을 맡아 광주 공예를 전국화하는 데도 앞장서왔다. 여기에 광주 동구 금남지하상가에서 광주공예협동조합 문화상품 판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에는 ‘광주 공예 프리마켓’을 남구 사직동 옛 테니스장에서 열어 광주 공예인들의 작품 판매를 돕는 난장을 트기도 했다.

이렇게 광주 전통공예 계승에 매달리느라 나전칠기 작품을 제작할 여념이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 전까지 4시간, 저녁 주변이 조용해지는 시간부터 3시간 동안 최 대표는 지금 나전 애기장, 다탁, 식탁 등의 작품을 제작하느라 부산하다.

자연에서 오묘한 빛과 색을 뽑아내다

나전칠기는 만들고자 하는 기물의 기본틀을 나무로 짜서(백골) 여기에 조개껍질을 얇게 갈아낸 뒤 이것을 무늬에 따라 잘라내서 붙이고 옻칠을 하여 완성한다. 자개로 무늬를 만드는 방법에는 끊음질과 줄음질이 있다.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자른 ‘상사’를 백골에 붙여 직선 또는 대각선으로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들어내는 끊음질과, 자개를 실톱이나 줄로 문질러서 국화, 대나무, 거북이 등의 각종 도안 문양을 만들어 백골에 붙이는 줄음질이 있다. 옻칠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황토로 원형을 만들고 그 위에 삼베를 붙인 뒤 옻을 칠하고 다시 황토를 물로 녹여 내어 제거하는 방법인 건칠이 많이 사용된다.

최 대표의 기술은 바로 줄음질과 끊음질을 할 때 자개가 가진 영롱한 빛과 무늬를 구분해서 뽑아내는 기술이다. 자개마다 각각의 빛과 무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천연의 색광 현상을 가진 자개에서 오묘한 빛과 무늬를 뽑아내는 기술이 뛰어나다. 천연 자개에서 환상적인 빛과 무늬를 빼앗아와 나무 기물이라는 인공의 화판에 오색찬란한 그림을 그려나간다. 자개로 장식한 오색찬란한 설치 미술이며, 옻칠 화판에 자개로 그린 한국화라고 할 수 있다.

나전칠기 기술은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다. 목기와 더불어 칠기도 역사적으로 발달해왔다. 청동기 시대부터 칠공예 발달의 획기적인 계기가 이루어졌다. 창원 다호리 고분이나 광주 신창동 등지에서 발굴된 칠기 유물로 가야문화 훨씬 이전부터 옻나무를 재배하고 정제하여 생활도구에 칠하여 방수, 방습, 방열, 절연, 내식,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전칠기는 이 땅의 역사와 숨결이 만들어 지켜온 종합 공예예술이다.

그런데 지난 1970년대 이후부터 기존 통영을 능가하는 전통공예 본고장으로 불리던 광주의 나전칠기 공예예가 많이 쇠퇴했다. 사적 375호 신창동 유적으로부터 2천년 동안 간직해온 세계적인 칠공예 문화의 전통이 일제에 의해 명맥이 끊겼다. 카슈칠에 옻칠이 점령을 당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무형문화재 제24호 배금용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이후 전통 공예 ‘최씨 공방’을 운영해왔다. 최씨는 자신의 공예 작업 공간을 운영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 공예 스튜디오 & 갤러리 ‘늘’ 개관을 통해 침체기를 겪은 전통 공예 정체성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광주 전통공예 마당

최석현 ‘늘’ 대표는 “우리 남도 정서에 어울리는 전통공예가 활성화되고 일대에 전통 공예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늘’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한다.

또 최 대표는 “공예는 전통과 미래 그리고 현재의 생활과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종합적인 문화예술이다. 최 대표가 만드는 나전칠기 작품은 역사를 담고 있는 한국적인 것의 아름다움과 그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 대표는 ”공예품이 하나의 예술작품일 뿐 아니라 그 본래의 기능인 실용성을 통해 대중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광주 공예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라고 강조하며 “광주 공예전통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되고, 세계적인 공예 상품이 만들어지는 날까까지 공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석현 옻칠장인은 1973년 입문하여 1987년부터 무형문화재 배금용 선생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1997년 대한민국 국제미술대전 추천작가가 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99년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같은해 전국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94-9 공예 & 갤러리 ‘늘’ 062-673-6141

[대동문화 70호, 2012월호 5. 6월호]

백승현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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