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비 내리는 날이면 광주 동명로길 골목은 은은히 부산스럽다. 주룩주룩~! 쏴쏴~!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는 사계절 다르다. 하지만 ‘황톳길’에서 지글지글 대는 전 지짐 소리는 21년 동안 한결같이 정겹다.

문을 열면 푸른 낙원에 들어선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진다. 등나무 터널을 지나 돌다리를 밟고 가는 동안 벌써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통 한옥의 형체가 보인다. 촤~아악~ 차~아악~~착, 지글지글 대는 전 지짐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사람들의 목청이 커지면 곧 동동주를 앞세워 파전, 김치전, 빈대떡, 도토리전, 매생이전, 방안잎전도 나란히 따라 나온다. 다진 양념에 풀어놓은 달걀물을 얇게 입혀 속 재료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굴전과 육전도 차려내는데, 그 고소한 맛은 입소문을 탔다. 향이 독특한 방아잎전은 재료가 귀하고 흔하지 않아 5월에서 6월 사이에 눈치 빠른 손님들 몫이 된다.

각 가지 전은 속살이 오동통한 오징어와 조갯살이 잘근잘근 씹혀 맛이 더 그윽하다. 특별메뉴인 토토리묵 잡채는 입안에 착착 감겨 고소함이 오래간다. 은은하게 매콤한 맛이 술잔을 비우게 만들어 매혹적이다. 해물육수를 우려내 싱싱한 굴 넣은 장흥 매생이 떡국과 쫄깃하고 담백한 도토리수제비는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특히 장흥 매생이 떡국은 깨끗한 환경에 자라는 매생이 맛이 자연 그대로다. 매생이는 영양이 풍부해서 겨울철을 대표하는 건강식품이다. 체질 개선과 원기 회복, 간장 기능 향상, 피부 미용에도 좋고, 뼈에도 좋다.

먹으면 ‘집밥’이다. 편안하게 먹다가 어느덧 허기가 가시는 ‘황톳길’, 모든 음식에는 조금의 조미료도 쓰지 않는다. 담백한 맛이 혀끝에 오래 남는다.

‘황톳길’ 마루 통유리에 빗물이 달라붙었다. 빗방울들이 고소한 냄새에 킁킁거린다. 정원에서는 푸른 잎들과 화장한 꽃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그 풍경 속에서 하루 종일 하얀 달 항아리는 춤을 춘다. 사람들의 입속도 덩달아 춤춘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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